[편집자 주]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이 있다. 곁에 있을 때는 모랐는데 없어지면 그 빈자리가 크다는 말이다. 먹을 것이 지천에 널린 지금, 역설적이게도 우리 농업의 가치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세계화로 공산품을 내다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다는 논리는 농업이 개방되어 경쟁력을 잃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믿음을 전파해 왔다. 외국에서 사먹으면 되니까. 그런데 농업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잘하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경남도의회 빈지태 농해수위원장이 바로 그다. 공익적 농민 수당제 도입 등 경남도를 넘어 우리 농업계에 전반에 대한 빈 위원장의 대안은 울림이 있었다. 농업이 없어지면 빈자리가 큰 정도가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의 문제가 될 터이기에.

- 과잉 생산에 따른 마늘 값 폭락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마늘 농가 목소리를 대변할 ‘전국마늘생산자협회’가 마늘 최대 주산지인 창녕군에서 탄생했다. 의의와 전망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과잉 생산으로 지난 몇 해간 마늘 값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전국 마늘 주산지 생산자 스스로 조직화·규모화를 통해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지난 8월 21일 창녕에서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창립 총회를 가졌고, 저도 이날 이 행사에 참석하여 생산자 협회 창립을 축하드렸다. 자발적으로 설립된 주산지 생산자 협회를 통해 기존의 정부 중심의 수급 조절 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효과성이 높은 주산지 중심의 생산자 조직 중심의 자율적인 수급 체계로 변화할 것이며, 이는 향후 마늘 가격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농민수당 도입을 통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의 일부를 농민에게 돌려주고 농업·농촌을 지속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자세히 설명 부탁한다.

"2012년도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251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잘 아시는 것처럼 농산물 생산에 따른 수익 이외에도 홍수 조절, 지하수 함양, 토사 붕괴 방지 등의 환경 보전적 측면과 경관, 휴양처 제공 등의 경관 문화적 측면 등을 포함한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는 농업·농촌이 존재할 때에 가능한 것이나 현재 지속되는 고령화와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 등으로 농업·농촌이 공동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농업·농촌이 소멸한다면 앞서 말한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해 국가적으로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이에, 농업·농촌이 행하는 공익적 가치에 대해 보상을 통해 농업·농촌의 소멸을 막는 방안으로, 스위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공익적 가치를 지키고 보전하는 농민에게 수당이라는 경제적 보상을 통해 농업·농촌의 지속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빈지태 경상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 경남도의 농업 예산은 2019년도 6014억 원으로 전체 도예산 8조2567억 원의 7.3% 수준으로, 전남 11.1%, 전북 10.5%, 경북 9.1%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업 인구의 차이 때문 아닌가?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2018년 기준 경상남도의 농민 수는 265천 명으로 376천 명의 경북, 306천 명의 전남에 비해 수가 적지만 208천 명의 전북보다 오히려 많아 말씀하신 농업 인구의 차이에 따른 예산 규모의 차이로만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제조업 분야가 경남도 경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농업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나, 고소득 시설 원예 분야의 경우 우리 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17.9%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선 농산물의 경우 21년 연속 전국 수출 1위를 차지할 만큼 농업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타 시·도의 농업 예산 사례를 들어 경남도에서도 농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해 달라는 의미로 요구한 것이며, 앞으로도 농어업 예산의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우리 농촌과 농업이 존재할 때 잘하라”는 메시지를 중앙 정부에 던진 바 있다. 묵묵히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는 농업·농촌의 소멸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고도 했다. 어떤 식으로 해나갈 것인가?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당시 농가 소득은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 대비 95% 수준이었으나, 농업 경영비의 증가로 농업 소득은 매년 하락하여 현재는 6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그 격차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농촌의 소득 감소는 자연스럽게 농업 인구 감소로 이어져 농업·농촌이 소멸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러나, 농업·농촌은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이다. 농업·농촌·농민이 지속 가능하지 못하면 지자체도 나라도 지속 가능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에 저는 미미한 수준일지라도 도내 공익적 농민 수당 도입을 통해 우리 농촌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농을 살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코자 한다. 그리고 열악한 농촌에 보육·문화 인프라 등의 확대를 통해 청년농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여 이로 농촌이 지속 가능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경남뿐 아니라 대한민국 농정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고언 및 제언을 한다면?

"수십 년간 우리나라의 농업 정책은 대농 중심, 수출 중심, 법인 중심과 시설, 장비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생산 증대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생산 증대 위주의 농업 정책은 일정 시기까지는 성공한 듯 보였으나, 이후 수입 농산물의 범람과 맞물려 농산물 공급의 과잉으로 이어져 농산물 가격은 폭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농민들 간에 소득 격차를 유발하고 다수의 중.소 농가를 오히려 도퇴시켜 몰락의 길로 몰아가는 정책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정부가 농업.농촌에 대한 투자를 적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농업.농촌에 대한 투자라는 이름의 투자가 농민들의 직접적인 소득으로 이어지게 하는 정책이 되지 못함으로서 그 투자가 오히려 농민들을 위기로 내모는 정책이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의 농업 정책이 생산 시설 투자, 생산 증가 위주였다면, 이제는 농민의 실질 소득 위주의 정책으로 탈바꿈되어야 할 것이다. 그 정책 일환인 공익적 농민 수당제는 우리 농촌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농을 살리고, 청년농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정재길 기자  ynkill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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