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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특위와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할 일농특위와 농식품부 손잡고 농업계 적폐 해결과 농정 개혁에 나서야

장관이 또 바뀐다. 매번 이렇다.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9개월만에 전라남도 도지사로 떠나고 난 뒤, 이개호 장관이 그 자리에 앉았지만 그리 길진 않았다. 1년도 안 됐다. 역대 농림부 장관의 평균 임기는 약 13개월. 솔직히, 누가 오더라도 무탈하고 편안하게 자리에 앉았다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어봄 직 한 자리가 바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자리 아닌가? 수십년간 이어져 온 이런 분위기(?) 속에 천만다행으로 농정의 큰 틀을 짜는 대통령 직속 ‘농특위’가 서너 달 전에 출범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특위의 조화로운 협업이냐 또는 엇박자냐를 놓고도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청와대는 지난 9일 장관급 인사를 교체하는 개각을 통해 제65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김현수 전 차관을 지명했다. 새로 오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 유통정책과장, 식품산업정책관, 농촌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을 거쳐 지난해 정무직인 농식품부 차관에 임명된 ‘농업통’이다.

그래서인지 청와대는 김현수 장관 후보자에 대해 "문재인 정부 초대 농식품부 차관이며 정통 농정관료 출신으로 뛰어난 전문성과 업무추진력,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업무처리가 합리적이고 빈틈이 없다"고 평가를 내렸다. 청와대는 이어 "농업과 농촌 일자리 창출, 공익형 직불제 개편, 국민먹거리 안전강화 등 당면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농축식품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등 사람 중심의 농정개력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 좋다. 하지만 농민 입장에선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철학도 방향도 없는 ‘농정’의 역사 속에서 장관만 바뀐다고 더 기대할 게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래서인지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이하 전농)이 하반기 투쟁 구호를 ‘판을 엎자’로 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농민중심 농정개혁 쟁취’에 온 역량을 기울이기로 했단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판을 엎자! 더 이상 대한민국 농정에 기대할 게 없다”라며 “농민중심 농정개혁을 쟁취하고 농산물 값 보장 근본대책을 수립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9일 제65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김현수 전 차관을 지명하면서 "농업과 농촌 일자리 창출, 공익형 직불제 개편, 국민먹거리 안전강화 등 당면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농축식품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등 사람 중심의 농정개력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농식품부]

 

◇ 철학도 방향도 없는 농업정책에 ‘판을 엎자’는 구호까지 등장한 농촌

농민들은 특히 직불제 개편을 함에 있어서 정부의 불도저식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공익형 직불제’ 연내 처리를 위한 초강력 법안이 확정됐는데,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될 때 공익형 직불제 법안도 자동처리 가능하도록 ‘예산부수법안’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여기에서 쌀값안정 대책이 부실하다는 점이 도드라졌다. ‘이번 회기에 반드시 공익형 직불제를 처리하겠다’는 결의만 느껴질 뿐, 농민과의 소통이 별로 없었다는 게 농민과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쏟아내는 불만의 목소리다.

이날 회의에 따라 오는 9월 3일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에 공익형 직불제 규모를 최소 2조2천억원으로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예산안 자동처리 시점인 12월 2일 예산안과 함께 처리될 예정이다. 야당이 어떤 반대를 해도 12월 말 안에 처리가 가능한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22일 “공익형 직불제는 9월 국회 처리가 목표”라고 밝히고, 쌀값안정 대책으로 ‘자동시장격리제’도 이번 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에 담길 거라고 했다.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신곡 수요량을 초과하는 쌀을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쌀 수급안정 대책이랄 수 있는데, 문제는 현행 변동직불제처럼 목표가격에 근접한 쌀 가격 보장 방식이 아니어서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법안 처리에만 급급한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쌀값 안정’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발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쌀 변동직불제 폐지가 수매제 폐지 이후 그나마 존재했던 쌀 값 안정장치를 없애는 거 아니냐는 거다. 농민들은 신임 김현수 장관 후보자가 직불제 법안을 연내 처리할 의지가 매우 강한 것 같다며 걱정하고 있다. 기우(杞憂)일까?

 

◇ 농특위랑 함께 지혜를 모으면 안 되는 것인가? 혹시 ‘엇박자’면 어쩔텐가?

그런데 신임 농식품부장관 입장에서 볼 때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각도로 해석이 가능한 변수(?) 하나가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김현수 장관 후보자에게 바라고 싶다. 김 후보자에게는 ‘농특위’라는 전에 없던 우군(?)이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최근 농특위(박진도 위원장)도 직불제 개편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농특위는 최근 분과별 제1차 회의를 열고 향후 진행할 의제를 발굴하고 선정했는데, 공익형 직불제 중심 농정 전환을 위해 ▲농어업 예산구조 개편 방향 ▲가산형 직불제 확대 개편 방향 ▲농지제도 개선 및 농업인 정의 규정 정비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농특위에서도 역시나 ‘공익형직불제를 위한 농정 전환’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농림부든 농특위든 공익형직불제를 위한 농정전환이라는 목표는 동일하다는 점을 세상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임 장관 후보자는 어떻게 해야 될까? 농정의 큰 틀과 방향을 짜겠다는 농특위와 충분한 논의부터 해야 될 상황 아닌가? 역시나 농민들도 농특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완성된 공익형직불제 법안을 원하는 모양새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는 뜻이다.

농특위의 첫 번째 과제는 직불금제도 개편이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직불제는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 중심으로 농정을 전환해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라며 “이런 의미에서 공익형 직불제는 농민의 소득보전 수단이 아니라 농민이 창출한 공익적 가치에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농민들이 걱정하는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직불금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농림축산식품부 개편안도 공익형이고 농특위도 공익형이라고 이름을 걸고 있어서 뭐가 뭔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혹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특위의 공익형직불제가 똑 같은 거라는 착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 그런가? 이에 대해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현재 농식품부의 직불금 등 예산을 점검하고 있으며 내년 2020년에는 예산구조를 직불제에 맞게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구체적인 공익형 직불제 개편안을 이미 만들었으며 올해 9월 안에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농민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해서 국회를 통과한 직불제 개편안이 내년엔 농특위가 판을 새로 짜서 새로운 버전이 나오게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올해 농식품부의 직불제 개편안은 임시방편이고 내년쯤 농특위에서 나올 직불제 개편안은 확정안인가? 아니면 농림부 안이 진짜 개편안이고 농특위 안은 껍질 뿐인 것인가? 이쯤되면 누구라도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 정말 좋은 농협을 만든다면 우리 농촌은 달라지지 않을까? 농식품부의 역할은?

공익형 직불제 외에도 신임 농림부 장관이 농특위와 힘을 모아야할 사안은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몇 개만 추려본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을 농특위가 추진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장관이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가 특별위원회로 ‘좋은농협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농협의 정체성 재정립과 농협의 올바른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목표다. 농특위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에서 좋은농협위원회 위촉장 수여식과 제1차 회의를 열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목표는 ‘농협의 정체성 재정립’과 ‘농협의 올바른 역할 모색’이다.

좋은농협위원회 위원장은 농민 출신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강기갑 전 의원이 맡았다. 하얗고 긴 턱수염에 두루마기 한복을 입고 의정활동을 하던 바로 그 강의원이다. 강기갑 전 의원 외에 강성근 전 제주연구원 연구관, 김광천 한국농수축산연합회 사무총장,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영걸 전 서진도농협 조합장, 나종구 홍천사랑말한우영농조합법인 대표, 남성민 진주진양농협 이사, 박성제 GS&J 시니어이코노미스트, 손병철 고산농협 상임이사, 송영조 금정농협 조합장, 이정학 전농 충남도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이호중 (사)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 장철훈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최창열 거창축협 조합장, 허수종 샘골농협 조합장 등 총 15명으로 구성했다.

농특위의 대표인물인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지역농협이 정말 농민이 원하는 농산물 판매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나, 농협중앙회가 회원의 이익이 아니라 자체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 된 것 아닌가 정체성을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농특위와 대립할 게 아니라 어떻게하면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될지 철저하게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이는 신임농림부장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이렇게 바꿔도 되겠다 싶다. “농특위와 농림부가 대립할 게 아니라 서로 손잡고 농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개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신임 장관의 의지 또는 의도가 궁금해진다.

농특위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에서 좋은농협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은 강기갑 전 의원이 맡았다. [사진=농특위] (190901)

 

◇ 농촌엔 생산만 있나? “농산물유통에 반칙과 적폐가 난무한다”

“농업을 지키려면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니면 최저 입찰가를 어느 정도 선에서 보장해 주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인데 내용을 읽어보면 우리 농촌의 소농들이 겪는 애환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상추 등 쌈채소를 가락시장에 보내도 2킬로그램에 천원 안팎의 값을 받다보니 인건비는 커녕 상추를 포장하는 박스값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는 대목에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000이 번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공영 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례인데, 문제는 가락시장이 이런저런 이유와 환경변화로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 대형마트와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 외부 요인 뿐 아니라 도매법인들의 독점적 경매제도 등 자체 문제로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퇴직 공무원을 도매법인협회에 줄곧 낙하산으로 내려보낸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락시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농민도 도시민도 아닌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며칠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또 다른 글이 올라왔다. 도매법인을 비판하고 서울시와 농림축산식품부를 질타하는 글이다. 자신들을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협동조합, 산지유통인으로 구성된 생산자 단체라고 소개한 이들은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한들 생산원가는커녕 유통비용조차도 건질 수 없다. 이런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금년에만 4명의 회원이 목숨을 끊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부와 개설자가 돈을 들여 공영도매시장을 건설하여 도매법인에게 임대를 해 줬는데, 출하자는 뒷전이고 법인을 사고파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며 투기성 자본이 도매법인을 인수하는 행태를 꼬집고 있다.

농민들은 ▲직불제 개편에서부터 ▲농협 개혁 그리고 ▲유통 혁명에 이르기까지 정부에 바라는 게 참 많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도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지고 바뀐 것은 없다. 이런 점을 신임 장관은 똑똑히 직시하라는 것이다. 농특위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쪼록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농특위의 분발을 기대한다. 부디 손에 손잡고.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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