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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농사 기계화 없는 농가소득 5천만원은 허구?기계화율 60% 수준... 농진청, "2022년까지 4천억원 투입 75%까지 높일 계획"

복지 슬로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농업 버전은 아마 ‘파종에서 수확까지’일 것이다. 잘 알다시피 논농사는 파종과 모내기를 거쳐 추수에 이르기까지 기계화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앙기, 컴바인은 기본이고 요즘은 드론으로 농약살포까지 한다. 그렇다고 모든 농삿일이 다 기계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밭농사라는 일손 집약형 과업(?)이 농촌엔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밭농사의 기계화는 어느 정도까지 와 있을까? 논농사와 달리 밭농사의 기계화율은 겨우 60%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밭농사 기계화율을 75%까지 높이기 위해 오는 2022년까지 4천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국내 벼농사 기계화율은 2016년 97.9%, 밭농사 기계화율은 58%에 머물고 있는 수준. 이 중 파종·정식작업 기계화율은 9%, 수확작업은 24%에 그치는 수준이다. 사실상 사람 손으로 짓는 게 밭농사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통계가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큰 틀은 같다. 올해 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논농업기계화율은 98.4%인데 반해 밭농업기계화율은 60.2%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밭 농업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농촌에서는 밭농업의 기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농촌진흥청에서 주도적으로 밭농업 기계를 개발하고, 이를 농기계 임대사업소, 주산지 일관기계화 지원 사업을 통해 보급함으로써 밭농업 농기계의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의원은 이어 ‘주산지 일관 기계화 사업’이 지난해에는 주산지로 지정된 시군 농협만 참여하도록 했지만 올해부터는 모든 농협으로 확대된 만큼, 최소한 읍면에 있는 지역조합에서라도 주산지 일관기계화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은 농식품부·농진청과 손 잡고 밭농업 기계를 구입해 주산지 영농조직에 장기임대하는 ‘밭작물 주산지 일관 기계화사업’을 시작했다. 참여 지역농협 한 곳에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50%씩 부담해 최대 2억원의 농기계 구입비를 지원된다. 

농협은 또 이미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농기계 은행 사업자금을 조성해 갖가지 농사를 대행하고 있다. 농협이 농가의 밭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밭농업 대행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고령 농민과 여성 농민의 밭농사 일손을 덜어주자는 취지. 농협은 전국 68곳 지역농협을 시작으로 점차 참여하는 농협을 늘려나갈 계획인데, 농협은 무이자자금 2천 억원으로 사업 참여 지역농협을 지원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농협은 직접 인력을 뽑아서 기계를 마련한 뒤에 밭농사를 대행해주고 작업비를 시중보다 저렴하게 받는다. 사업 대상 작목은 기본 10종으로 콩·고구마·감자·무·배추·고추·마늘·양파·참깨·인삼으로 정했다. 

농촌진흥청과 농햡중앙회는 5월 31일 (금) 전남 함평군에서 '밭농업 일관 농작업대행 시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노동력·생산비를 절감하고 현장 수요에 부응하는 밭농업 기계 개발과 현장보급이 중요하다."며, "농업 현장의 의견 수렴과 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2022년까지 밭작물 기계화율 75%를 목표로 농기계 개발, 기계화 적합 밭작물 품종, 재배방법 표준화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농촌진흥청]

◇ 밭농사 기계화율 60% 수준, 농협은 밭농사 대행사업도 시작 

지난 5월 ‘현장 맞춤형 밭농업 기계’와 ‘전과정 기계화 기술’, 논 타작물 재배 확대 기반을 갖추기 위한 농기계 시연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를 마련한 농촌진흥청과 농협중앙회는 논 이용 밭작물 재배 확대와 밭농업 기계화 기술의 현장 보급 확산으로 농가소득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 프로젝트의 도우미로 밭작물 기계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농작업대행 시연에는 밭작물 정지·균평, 파종·정식·방제·수확기 등 총 24종의 농기계가 선보였고, 밭작물 재배기술 및 농기계 전시에 농기계 28여종이 소개됐다. 시연회 참여 농기계는 모두 16업체 24기종. 농기계업체가 개발하고 출시한 농기계의 다양함을 파악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하겠다. 작물과 업체와 종류별로 살펴보자. 기계의 종류와 이름이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

정지·균평작업에 2업체 3기종이 참여했는데, 로터베이터 두 기종은 농협 보유, 레이저균평기 1기종은 지금강(주)제품이었다. 토양개량제 살포작업(2기종)에는 농협 보유기종인 퇴비살포기 및 비료살포기가 등장했다.

밭작물 파종·정식작업에는 모두 7업체 12기종이 선보였는데,  콩 파종기(4): 불스, 웅진기계, 두루기계, 장자동화, 감자 파종기(1): 두루기계,  무 복합파종기(1): 황금파종기, 마늘 파종기(3): 동양물산(2), 강농 등이었다. 

밭작물 수확작업 시연에는 2업체 2기종이 등장했는데,  양파 줄기절단기(㈜태광종합기계), 자주식 양파 수확기(신흥공업사) 제품이었다. 밭작물 파종·정식·수확기는 14업체 27기종이 전시됐다. 농작물 종류별로 구분해보면 콩은 콩 파종기(불스, 장자동화, 황금파종기, 두루기계), 반자동 정식기(동양물산), 보행형 콩 예취기 및 자주식 콩탈곡기(한서정공), 콩 콤바인(오페), 보통형 콤바인(동양물산) 등이었다.  

감자의 경우에는 반자동 감자파종기(강농), 수집형 감자수확기(현대농기계), 고구마는 고구마 피복복토기(불스), 보행용 고구마 정식기(동양물산), 고구마 줄기파쇄기 및 수확기(두루기계), 참깨는 참깨 정식기, 참깨 예취기 및 탈곡기(에이치에스엠)등이 성능을 선보였다.  마늘은 마늘양파용 휴립복토기(불스), 마늘 쪽분리기(두루기계), 마늘파종기(하다), 마늘 종구선별기(하다), 마늘 수확기(하다)가,  양파의 경우엔 양파 정식기(동양물산), 양파줄기절단기(불스), 트랙터용 양파수확기(신흥공업)가 등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동양물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2013년부터 4년간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자주식 고추수확기'를 개발했다. [사진=동양물산기업(주)]

◇ 종류도 다양한 밭작물 농기계, 농기계기업의 노력도 돋보여

농기계 기업들의 밭작물 기계화 노력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내 종합농기계업체 중 밭작물 기계화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양물산은 최근 보행관리기, 승용관리기 및 승용 2조 전자동 이식기(제품명 TVP-2R)’ 등 밭작물 기계를 개발해 선을 보였다.  논에 모를 심는 이앙기와 비슷하게 생긴 '동양 TVP-2R 2조 전자동 밭작물 정식기'는 작업조건이 다른 다양한 작물들을 이 기계 하나로 충분히 정식할 수 있다는 게 동양물산의 설명이다.

또한 동양물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2013년부터 4년간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자주식 고추수확기'를 개발했다.  이 기계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자주식 고추수확기술' 신기술 인증(제53-045호) 및 농촌진흥청 '고추수확기(CH751)' 신기술 농업기계 지정 인증(제2017-1호)을 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고추수확기는 고추를 따는 탈실부, 이물질과 줄기를 분리하는 선별부, 고추를 이송하는 이송부, 선별된 고추를 저장하는 수집탱크로 이루어져 있어 고추 수확에 사람 손이 거의 필요 없도록 구성되어 있다.

대동공업은  귀농-귀촌인을 비롯한 소규모 농가가 선호하는 밭농사용 소형 트랙터를 개발해서 판매중이다. 밭농사에 적합한 20~40마력대의 소형 트랙터 LK280(25마력), CK250(25마력), DK450(45마력)도 개발.판매중이다. 또한 대동공업은 경운기를 대체하는 농기계로  다목적 디젤 운반차 메크론 2450와 전기 운반차 EV0100LA 모델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아세아텍은 관리기로 유명하다. 국내 농업환경에 적합한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농기계를 개발해 온 아세아텍은 전 세계 생산.판매 1위의 관리기로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승용 관리기는 물론 국내 최초로 유럽 8개국에 수출하는 사각결속기는 우수품질제품 인증마크인 EM(이엠)마크를 획득했다. 관리기는 모든 밭농사에 사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작업기를 부착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된 농기계. 아시아텍에서 국내최초로 개발 보급했다. 경운로타리, 구굴기, 복토기, 진동식배토기, 중경로타리, 제초기, 휴립기, 비닐피복기 , 휴립피복기, 예취기, 굴취기, 잔가지파쇄기, 심경로타리, 쟁기, 배토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LS엠트론 역시 논농사와 밭농사 겸용 소형 트랙터 시장에서 강세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북미 딜러가 선정한 최고의 트랙터 업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LS엠트론은 검증된 기술력과 두터운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 및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업체의 노력만으로는 밭농사 기계화율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기계화에 맞는 경지 정리, 품종 개발과 보급, 안정적인 구매처 확보 등 벼 기계화 성공 공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와 농업인이 손발을 맞춰야 한다.
 
최근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라는 슬로건 자주 들린다. 농가 소득 올리는데 누가 반대할까? 그런데 벼농사에 집중된 농가 소득이 밭농사로 확대되지 않고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쌀은 시장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집약적인 밭농사의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아무리 봐도 농가 소득을 올릴 데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목표에는 합당한 수단이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아니라면 몽상일 것이다. 어느 정치인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밭농사 기계화 없는 농민 소득 5천만원도 허구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얼마 후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새로운 수장이 임명될 것이다. 정부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밭농사 기계화율 높이기에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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