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쌀 가공식품은 누가 뭐래도 떡이다. 삼국시대 한참 이전부터 우리는 떡을 즐겨먹었다. 청동기 시대 유물 중에 시루 비슷한 것도 출토됐다. 이렇듯 수천 년을 먹어온 떡의 인기는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2016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는 전통 떡 소매시장 연 매출액이 약 1조 4천억 원 정도라고 나와 있다. 가공 떡의 소매시장 연 매출액도 약 1천억 원 정도. 영광의 모싯잎 송편은 연매출 3백억 원 대의 히트상품이기도 하다.

떡 외에도 쌀가공식품은 다양하다. 다 헤아리기 벅찰 정도. 종류별로 살펴보면 △가공밥류(냉동밥ㆍ건조밥), △곡류가공(누룽지ㆍ선식류ㆍ시리얼류), △떡류(떡국ㆍ떡볶이ㆍ전통떡), △면류(쌀국수), △주류(탁주ㆍ증류식소주ㆍ청주), △조미식품(장류ㆍ식초) 등을 들 수 있다. 찾아보면 더 있을 것이다.

◇ 쌀밥보다 오히려 쌀가공식품이 쌀시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전망

시장규모 또한 크다. 국내 쌀 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4조 4천 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도 쌀가공산업이 농촌과 농업을 견인할 기대주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2008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쌀 가공업 육성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2014년 국내 쌀 가공식품 시장 규모가 4조 원 대로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엔 7조원대로 더 커질 전망이다.

쌀가공식품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꾸준한 연구개발(R&D)이다. 날로 줄어드는 우리 국민들의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우리가 삼시세끼 먹는 쌀밥보다 오히려 쌀 가공식품에 쌀의 미래,농촌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점을 자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쌀가공식품 업계의 영세성과 떡류.면류 위주의 저부가가치 식품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쌀 가공 식품업계, 정부, 지자체, 기업들의 노력들

쌀가공식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국내외의 행사도 드물지 않다. 2018년 11월 이탈리아에서 쌀가공식품 잔치 ‘글루텐프리 엑스포’가 열렸다. 국내 업체들도 참가해 이른바 ‘글루텐프리’ 대표 식품인 다양한 쌀 가공식품들을 선보였다. 호응도 컸다. 사단법인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차원에서 한국관도 운영했다. 쌀을 가공한 떡, 누룽지, 과자 등으로 현지 음식으로 조리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지난 11월 말엔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이틀 동안 국회의원회관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주현 의원실과 함께 '우리쌀 가공식품 특별전시회' 도 열었다. 이 행사에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라승용 농촌진흥청장도 참석했고 국내외 손님 5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이 전시회의 목적은 쌀가공식품을 통해 쌀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 다양한 쌀가공식품 약 500개 제품이 전시됐는데, 쌀국수, 쌀빵, 쌀맥주 등 친근하면서도 생소한 느낌의 제품들도 다수 선보였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 자리에서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김남두 회장은 “우리쌀 가공식품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한류와 함께 세계식품시장을 향해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요즘 대세인 BTS(방탄소년단)을 보면 김회장의 꿈이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지자체들도 쌀가공식품에 대한 관심은 누구 못지않다. 앞서 언급한 영광 모싯잎 송편 뿐 아니라 지자체들은 앞다퉈 쌀과 떡과 가공식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평도 그 중 하나. 양평군은 코엑스 주최 ‘서울국제식품산업전(FOOD WEEK 2018)’에 참가해 양평친환경쌀로 만든 가공제품을 선보였다.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쌀 소비를 위해 농협과 오리온이 지은 대규모 쌀과자 공장도 가동됐다. 2016년 농협이 51%, 오리온이 49%의 지분을 투자해 만든 합작회사인데, 경남 밀양에 완공된 공장 규모는 축구장 5개를 합친 것만큼 크다. 스케일이 남다른 공장이라서 쌀가루 제품 외에도 쌀가루를 활용한 간편대용식류, 제과류 등 4가지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쌀가공식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과 회사가 있다. 바로 칠갑농산 이능구 회장이다. 이회장이 최근 자신의 자서전 ‘나는 쉬운 길을 선택한 적이 없다’를 출간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쌀 가공산업계에서 50년을 종사한 쌀가공식품업계의 산 증인. 이 회장은 마을 방앗간에서 생산되던 쌀떡을 대량 생산해 전국 유통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감자수제비, 흑미메밀국수, 쫄면, 즉석쌀국수, 즉석떡국 등 이 회장의 손을 거쳐 세상에 선보인 제품의 탄생 스토리도 눈길을 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지난 11월말 박주현 의원실과 공동으로 '우리쌀 가공식품특별전'을 열었다. [사진=한국쌀가공식품협회]

◇ 매년 열리는 쌀가공품 품평회에서 초히트작이 나오길 기대

최근 오뚜기가 남북의 대표 국밥인 ‘서울식 설렁탕국밥’ ‘평양식 온반’을 출시했다. 잘 우려낸 육수에 큼직한 고기가 들어있는 국밥과 온반인 셈이다. 오뚜기 컵밥 라인은 지난 10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쌀가공식품협회가 주관한 ‘2018년 쌀가공품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쌀가공식품업계의 강자로 알려져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회장 김남두)가 주관하는 쌀 가공품 품평회는 올해로 11회 째다. 출품 요건은 간단하다. 제품 원료 중 쌀 함량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시판 중인 제품으로 전문가와 소비자의 심사를 거쳐 최종 10개 제품이 선정된다. 2018년 올해는 총 96개 제품이 출품됐다.

최종 TOP 10에 뽑힌 제품은 △㈜에스피씨 삼립의 ‘우리쌀 증편피자 콤비네이션’, △㈜지산푸드시스템의 ‘임실치즈로 만든 구워먹는 치즈떡’, △㈜라이스웰푸드의 ‘쌀루 가쓰오우동’ , △성찬식품 ‘견과류가 들어있는 흑미 누룽지스낵’ △대상 ‘갓지은 죽 그대로 쇠고기죽’ △남양유업 ‘아기랑 쌀이랑 흑미’ △청오건강농업회사법인 ‘유기농 고운 쌀가루 쌀미음용’ △오뚜기 ‘오뚜기 컵밥 톡톡 김치알밥’ △한우물영농조합법인 ‘유기농 곤드레나물밥’ △농업회사법인고려전통식품 ‘기순도 전통 쌀식혜’ 등이다. 하지만 이 중에 우리 국민들 입맛을 사로잡은 초히트 상품이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위에 나열된 쌀가공식품의 이름조차 잘 모른다.

◇ 쌀밥 또는 탄수화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당한가?

이 같은 꾸준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간과하기 힘든 분위기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쌀밥이나 탄수화물이 다이어트나 당뇨, 지방간의 주적이라는 TV프로그램이나 전문가들의 무책임한 언급이다. TV예능이나 건강프로그램 또는 신문 건강칼럼 등을 보면 탄수화물이 마치 비만, 지방간, 당뇨를 유발하는 것처럼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일까?

그런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많은 연구결과들은 쌀밥이 건강에 유익한 점이 많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쌀밥이 당뇨병 예방과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최근 나왔다. 비만과 당뇨의 주된 원인이 쌀밥이라는 오해가 풀려가는 것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쌀밥이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건강 증진에 좋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쌀에 포함된 다양한 기능성 성분들이 건강에 긍정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쌀은 또한 기억력손상을 억제하는 성분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래저래 쌀밥이 다이어트와 당뇨의 원흉으로 대접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래야 쌀소비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 세계시장 겨냥한 빅 마인드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해

세계 식품시장의 규모는 2015년 6.3조 달러에서 2020년에는 약 7.7조 달러로 연평균(2013~2020) 1.9%씩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때마침 관세청은 ‘FTA 간편인정제’를 쌀 가공업체들이 적극 활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관세청은 우리쌀 가공식품 생산자들이 쉽게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쌀 가공식품의 FTA 활용 수출액이 증가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이로써 미국에 1.75배, 호주 1.77배, 태국 1.2배 증가한 수출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혜택으로 우리쌀 가공식품이 수출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쌀 스낵을 중국에 수출했다. 기념식도 열었다. 이날 선보인 브랜드 ‘미래클 K Food’는 미래에 클 가능성이 높은 우리 식품.상품을 뜻한다. 영세하고 수출경험이 부족한 식품업계를 위해 aT가 벌이는 유망상품 발굴 및 육성, 수출사업인 셈이다. 수출을 통한 우리 쌀의 새로운 시장개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운영하는 쌀가공식품 인터넷 쇼핑몰 <쌀토리랑>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웹과 모바일 페이지 둘 다 개편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라는 단체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창구가 더욱 넓어진 셈이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쌀가공품 전문 쇼핑몰 쌀토리랑을 2013년부터 자체 운영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18년 기준으로 쌀을 원료로 떡류, 씨리얼, 즉석식품, 식혜 등 쌀 가공식품 생산 회원사 9백 개 제조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쌀토리랑에서는 회원사들의 여러 쌀가공식품을 최대 30% 이상 싸게 살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쌀가공 식품업계가 서서히 세계시장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농촌을 견인하고 미래농업을 살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원과 관심과 배려가 필수적일 것이다. 쌀은 2018년 대한민국 농업계의 자화상이자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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