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만약 사과를 전통과일로 본다면, 능금이라는 한반도에 자생하던 열매를 사과의 할아버지로 봐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오늘날 우리가 즐겨먹는 사과는 분명 옛날의 능금과 맛, 크기, 당도, 생김새가 크게 다르다. 다른 과일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 그렇게 본다면 사과는 물 건너온 과일이 맞다. 아리송하지만, 팩트(fact)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 보다는 관점의 차이로 봐도 될 듯싶다. 여러분의 생각은?

사과는 원래 임금(林檎)이라고 했단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아주 작은 열매였다고. 이후 임금이 능금으로 발음이 바뀌고 사람들은 흔히 사과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조선시대 「훈몽자회」라는 책에 남아있다. 이후 17세기에 중국에서 가져온 묘목으로 크고 당도 높은 사과가 등장했지만, 무척 귀한지라 사과는 궁중에나 진상되는 과일이었단다. 경제적이고 본격적인 재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미국선교사를 통해 들여온 사과나무를 함경도 원산과 경상북도 대구 지역에서 키우면서 시작됐다는 게 다수설.

그런데 놀라운 건 경북 대구와 함경도 원산이 사과의 원조 재배지로 입에 오르내린다는 점. 우리 전통과일인 줄로만 알았던 사과를 먹어온 세월이 100년 남짓이란 사실도 놀라운데, 함경도 원산에서 사과를 본격재배 했다는 점도 생소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과는 추운 기후와 일조량 많은 지역에서 재배되는 과일이기에 북한의 황해도와 함경도 역시 지난 100년 세월 동안 사과재배가 왕성했단다. 물론 지금도. 지구온난화로 사과재배지가 점점 강원도 쪽으로 북상중이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한반도 남쪽(대한민국)만의 사정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대구와 원산에서 시작됐다는 본격적인 사과재배는 100년 세월을 거쳐 오늘날처럼 다양하고 맛좋은 사과를 세상에 울긋불긋 펼쳐놓았다. 종류도 참 많아서, 골라먹으며 여러 맛을 음미할 수도 있다. 와사삭!

백종호 기자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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