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공석이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임명됐다. 지난 13일 취임식도 열렸다. 사상 초유의 장관 공석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농업홀대라는 말을 현정부는 두고두고 감당해내야만 할 것이다.

이개호 장관의 취임사가 눈길을 끈다. 그는 농촌의 청년 후계인력을 육성에 방점을 찍고 나섰다. 전체 경영주의 1%에 머무르고 있는 40세 이하 청년농을 10년 내에 2%수준까지 높이겠단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이를 성사시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영농신문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농촌병역대체복무제, 농촌 보라바이토 활성화, 농업이민 수용 검토, 사회적 농업과 치유농업 확대 등의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가 된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마냥 신임장관의 장밋빛 청사진을 우러러볼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 장관은 또 직불제를 공익형으로 개편해서 농민의 생태.환경보전의 역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마디로 소규모 농가에게 더 많은 직불금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인 모양이다.

하지만 올해만도 농업예산은 5백 억원 가까이 축소된 현실에서 직불제 확대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 역시도 신임 장관이 호언장담할 일만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장관은 아울러 친환경농업 기반 확대,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식량안보 달성 등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다. 반가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걸 장관 본인이 더욱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의성,군위,고흥 등 경북과 전남의 지자체와 다수의 농촌기반 지자체들이 머지않아 소멸되는 지역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농촌에 스마트팜이나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건 농촌에서 터잡고 살아갈 인력 즉 사람의 숫자인 것임을 신임장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0만명의 귀농귀촌인구 중에 귀촌인이 48만명 정도인 현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장관이 취임사에서 말한대로 농민이 제값 받고 농산물을 팔고 농협이 주도하는 자율적 수급관리 시스템을 만들려면 넘어야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닐 것이다.

그러려면 농산물 유통시스템을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대폭 손질해야 되는데, 그걸 농민과 농협에 맡길 수 있겠는가? 가락시장으로 대변되는 농산물 유통 혁명과 농협개혁이라는 화두까지 신임장관이 다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기엔 오랜 세월 쌓여온 문제들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꼬를 트는 일은 반드시 해내주길 농민들은 소망하고 있다. 꼭 그래야만 한다.

이광조 기자 / 편집국장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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