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기획
무허가 축사 적법화, 제대로 진행되고 있나?농민들이 정치권과 국회를 직접 상대하며 풀어갈 수밖에 없나?

우리나라에는 현재 12만 5천호의 축산농가가 있다. 이 가운데 이른바 무허가 축사는 6만 5천호 정도. 전체 축산농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악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 대책회의를 열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제도개선방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축산농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오히려 울상이거나 어둡다. 왜 그럴까?

축산농민들의 정부대책에 대한 불만족이 무허가 축사라는 말과 축사의 적법화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딱딱함과 권위적인 어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축산농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일방적 분위기 탓만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제도개선방안 중에 자신들이 건의한 44개 개선안 중 7개가 법에 위배된다며 아예 배제된 데 대해 더 섭섭한 지도 모른다.

◇ 농민 제안 44개 중 17건은 전면 수용, 20건은 수정 수용, 7건은 배제

정부는 축산단체 건의사항 44개 중 17건 전면 수용, 20건 수정 수용, 7건은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면 7건의 거부된 요청은 어느 누구와 논의해야 될까? 농민들이 직접 국회의원과 농림부장관과 대통령을 만나야만 하는 것일까? 만약 농림부가 가부만을 판단하지 않고 추가로 진행할 수 있으리라는 여지를 보여줬더라면. 더불어 입법이나 법개정 논의창구를 안내하는 성의라도 보여줬더라면 농민들이 이렇게 화가 났을까? 농림부 축산정책국은 거부된 7건은 성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딱 잘라서 내치는 모양새를 보였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 하나, 시일의 촉박함도 농민들의 거부감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축산농가는 지자체의 보완요구에 맞춰 한 달 여 뒤인 9월 24일까지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만 된다. 이 서류에는 그간의 위반내용, 해소방안, 추진일정이 들어가 있어야만 한다. 이행 기간 중 가축분뇨의 관리 방안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행계획서를 기반으로 지자체는 제출된 서류를 평가해서 농가별로 소요되는 이행기간을 부여한다는 것. 이행기간은 9월 25일부터 1년을 부여하되 필요할 때는 이행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물론 성과나 진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이번 관계부처 합동 T/F 회의에서 나온 '무허가축사 적법화' 지원 제도 개선방안은 대략 이런 뼈대를 갖추고 있다. ▲ 축산농가의 비용부담 경감. 적법화 과정에서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이행강제금을 감경하는 등의 방안. 지난 3월24일로 끝난 이행강제금 감경(50%) 기간을 적법화 이행기간 동안 연장. ▲ 농지 내에 있는 축사는 지목(논‧밭) 변경 없이 인정하는 방안. 또한 임야에 있는 축사는 축사를 폐기하지 않고 적법화 가능. 미사용 농수로에 축사가 있을 때는 농수로 용도폐지 및 대체농수로 기부채납 방식으로 적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타인 소유 토지에 들어선 축사의 건축허가 시 소유주의 토지사용승낙서도 가능. 민원으로 축사를 철거하고 타 부지로 이전할 때 지자체 조례로 특례를 정해 주민동의가 있을 경우에 가축사육거리제한 예외 인정. ▲기존 적법허가 축사에 대한 설계도면 생략 등 행정절차 간소화. 같은 지번에 적법 축사, 무허가 축사가 동시 존재하는 경우엔 설계도서 제출된 적법 축사는 설계도서 제출 제외. ▲개발허가를 없이 지어진 축사(진입로 포함)는 원상회복했을 때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허가권자(지자체장)이 원상회복 없이 적법화 가능. ▲개발제한구역 무허가 축사는 실제 가축사육 시에는 축사 허용된 면적 내에서 철거 없이 적법화 등도 개선방안으로 제시됐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는 우리 농업의 최대 화두가 됐다. [사진=횡성문화재단]

◇ 무허가축사 적법화 사업 홍보부족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와

좋다. 축산농민의 요구사항 중 여러 부분이 전면수용되거나 수정수용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정부는 축산농민들이 바라는 적법화 제도개선 항목 7개는 수용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개발제한구역․군사보호구역․공원자연환경지구 내 축사면적 상향조정,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학교와 축사 거리제한 완화 등은 개선방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 관계자는 이번에 포함되지 못한 7개 항목들은 반드시 법(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해야만 개정이 이뤄질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나머지 7개 항목이 개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농림부 관계자의 비관적 전망이다. 그런데 정말로 법은 개정될 수 없는 걸까? 우리나라 국회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법을 만드는 일을 해내지 못하는 국회인걸까?

이에 대답하듯 정치권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홍보 부족과 적극성 부족이 문제라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을)이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분석했는데, 지난 2017년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저금리 자금 지원을 받은 무허가축사는 64곳, 지원규모는 186억 원에 불과했다고. 무허가축사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매우 빈약했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지자체에 무허가축사를 우선순위, 즉 1순위로 지원할 것을 요청했지만 무허가축사에는 단 64곳(13.5%). 186억원(15%)만 지원됐다는 것.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심지어 일부 축협에서는 무허가축사 자금지원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무허가축사 적법화가 해당 책임부서(농림축산식품부)의 홍보 부족으로 차질이 빚어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농림부가 국회와 법개정만 탓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박완주 의원은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예산 확대와 홍보 강화, 지원 조건과 대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로 무허가축사가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받아 쉽게 적법화에 나설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농림축수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완영)도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논의했다. 이완영 특위위원장은 “이행계획서 제출 기한이 불과 한달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축산농가가 이 서류를 제출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하고 “축산농가들이 축사를 적법화하고 가축분뇨를 적정하게 관리하려는 의지가 분명한 만큼 무허가축사 적법화 제도개선에 필요한 ‘특별법’ 제정과 축산농가를 실질적으로 돕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농림부의 예상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축산농민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무허가 축사문제는 정치권이 정부와 농민 사이에 조정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진은 무허가 축사 문제의 해법이 논의된 자유한국당 농림축수산특별위원회 간담회 모습 [사진=이완영의원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 현재 무허가 축사 농가의 대다수인 5만 9천호가 적법화를 추진중이라고 한다. 1만4천호는 적법화를 이미 완료했고, 진행 중인 농가는 2만7천호. 나머지 1만 6천호는 현 상황을 관망중이며 2천호 정도는 후계자가 없어서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포기했다. 진행중인 농가와 관망중인 농가만 합쳐도 4만 3천호에 이른다. 정치권과 행정부가 서둘러 이들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는가?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