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준 박사

현대인들은 오염된 환경, 잘못된 식습관,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난치성 질환 및 성인병 등에 걸릴 확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질병을 예방ㆍ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체의약 및 기능성식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뇌신경 계통의 질환은 일부 치료가 된다고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치료가 아닌 예방에 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각종 신경계통의 질병, 특히 뇌 혈류 흐름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는 천마를 활용한 산업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측된다.

천마는 하늘에서 떨어져 마목(麻木: 마비가 되는 증상)을 풀어주었다고 하여, 하늘이라는 ‘天’과 마목의 ‘麻’가 합쳐져 이뤄진 이름이며, 한방에서는 간의 기운을 가라앉히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과 신농본초경 등 여러 가지 의약관련 고서들에서도 천마의 구체적인 효능들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한의서인 동의보감에서는 천마에 대해 ‘성질은 평하고 맛은 쓰며 독이 없고,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 어지럼증, 말이 잘 되지 않거나 잘 놀라고 온전한 정신이 없는 것,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허리와 무릎을 잘 쓰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 보고된 임상 연구에서는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의 저하, 당뇨병, 기억력 퇴화, 치매, 골다공증 등 각종 성인병 및 만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임상적 효능의 원인은 대부분 천마에 포함되어있는 가스트로딘, 에르고티오닌 등의 항산화 물질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마의 기능성 물질 중 함량이 가장 많은 ‘가스트로딘(gastrodin)’은 많게는 1% 정도 포함되어 있으며,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각종 질병 및 노화의 원인이 되는 유해산소를 제거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빈혈, 산소결핍증, 치매, 뇌경색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주요 기능성 물질인 ‘에르고티오닌(Ergothioneine)’은 버섯 또는 극소수의 미생물에서만 합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인간은 에르고티오닌을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버섯 섭취를 통해 체내에 축적하게 되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혈액, 피부 및 생식세포 등 특정 세포에만 축적되며, 결핍된 세포에서는 노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천마 발달 및 생장(왼쪽, 천마의 화기발달; 오른쪽, 뽕나무버섯과 공생에 의한 천마의 생장)

천마는 광합성 능력이 퇴화된 난초과 식물로, 독립적 생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주름버섯 및 뽕나무버섯과 같은 버섯류와의 공생을 통해 생장(生長)한다. 이러한 버섯들은 낙엽이나 나무로부터 분해한 영양분을 천마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천마는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산림지대, 특히 참나무 군락 속에서 잘 자라며, 줄기와 꽃은 봄철에 일시적으로 지상부에서 관찰되지만 한두 달 내에 사라지게 된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 뽕나무버섯 균주가 개발되면서 천마의 인공재배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감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재배되는 천마는 수확·판매 후 남은 씨천마(또는 자마)를 다시 재배에 사용하는 ‘무성증식법’이 이용된다. 지속적인 무성증식은 천마 자체의 생장 활성도의 감소와 토양으로부터 오염된 병원균들이 다음 세대로 씨천마를 통해 전달되며, 새로운 재배지에 경작하더라도 다시 재배지를 오염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최근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천마 무름병은 토양에 존재하고 있던 병원균이 씨천마에 감염된 상태로 재배에 이용되어 전국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봄철에 천마재배 농가들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일반 씨천마는 여러 가지 병원균이 오염된 상태의 것으로, 현재 감염되어 있는 병원균을 천마로부터 제거하는 방법 또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종자로부터 생육된 식물은 무성적으로 증식된 개체에 비해 생장이 왕성하고, 병원균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1980년대부터 이미 천마의 종자를 이용한 ‘유성증식법’을 개발한 바 있으나 국내에서는 최근까지 해당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었다.

애주름버섯을 이용한 천마종자의 발아(왼쪽, 애주름버섯의 균사생장; 오른쪽, 천마 종자의 기내발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공학과에서는 천마 종자를 이용한 증식법 개발 연구를 통해 1) 인공교배를 통한 천마종자의 생산 2) 공생균을 이용한 종자 발아 3) 발아된 종자로부터 무병한 상태의 씨천마 생산 등에 관련된 원천기술을 개발(특허 출원 및 등록 4건)한 바 있다. 또한 해당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무병 씨천마를 가지고 시험재배를 한 결과, 일반 씨천마 대비 단위면적당 천마생산량이 증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품가치가 높은 천마(무게 100g 이상)의 생산율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 개발된 기술은 각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 연구소 등에 이전되고 있다. 특히 무주천마사업단(무주군 안성면 소재)에서는 국립산림과학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된 무병 씨천마를 천마재배 농가에 보급하기 위하여 증식 포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천마 재배지에서 퍼지고 있는 무름병 및 썩음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종자로부터 증식된 무병 씨천마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토양의 과습·건조 등 물 관리와 더불어 전년도에 발생됐던 토양은 반드시 소독 후 휴지기를 거쳐 사용하는 등의 재배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천마생산에 문제를 일으키는 각종 병원성 원인균과 무름병의 발생 지역을 예측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 전염경로 파악을 통한 약제 또는 생물학적 방제제 개발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무병 씨천마 대량생산방법을 개발·보급하여 천마재배농가의 소득안정성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뽕나무버섯을 이용한 무병 씨천마 생산(왼쪽, 뽕나무버섯의 균사속(rhizomorph) 생장; 오른쪽, 무병 씨천마)

현재, 각종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대체의약품 및 기능성식품들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됨에 따라 천마를 비롯한 산림약용자원에 대한 시장규모도 점점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에르고티오닌 등 천마의 새로운 기능성 물질의 약리작용이 밝혀져 소비자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천마자체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부양하는 효과와 더불어 재배농가의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가는 소득 증가와 고령화사회의 도래라는 사회적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충분한 자금력과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고령화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약용자원 시장에는 또 다른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병 씨천마를 이용한 생산성(왼쪽) 및 품질(오른쪽) 향상

한국영농신문  agrie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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