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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담긴 뜻, 상황 따라 다르다? 김치 어학능력시험김치산업 책임기관은 농림축산식품부인가 세계김치연구소인가?

# “김치 좀 거시기 해봐요~” 결혼식 피로연이 열린 식당, 같은 테이블에 이제 막 합석한 중년여성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큼지막한 김치찜 그릇을 보며 했던 말이란 건 알았지만, 대체 김치를 어떻게 뭘 거시기 한단 말인가?

“김치 좀 걷어내 보시라고요...” 다시금 목소리 톤을 낮춰 말하는 중년여성의 말 이후로 식탁은 무덤처럼 고요해졌다. 거시기! 이런저런 뜻을 다양하게 내포한 표준어다. 호남 사투리로 알고 있지만 엄연한 표준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대개 놀라자빠진다. 마찬가지다. 김치라는 간단한 단어 하나에도 우리가 잘 몰랐던 사연과 뜻이 참 많이도 담겨져 있다. 상황에 따라 또는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이 기회에 김치라는 단어를 통해 각자의 한국어능력과 상상력을 테스트해보자. 물론 대한민국 김치산업 발전을 위해서다.

묵은지 김치찜 [사진=한식진흥원(구 한식재단)]

 

- 김치라는 말 속엔 참 다양한 뜻이 숨어있다. 거시기라는 말처럼...

#김프 : ‘김프’란 말의 뜻을 아는가? 김치프리미엄을 줄여서 그렇게 말한다는 걸 대한민국 사람들은 2017년 말부터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김프라는 말을 간단히 설명하면 해외암호화폐 시세보다 국내의 시세가 이상하리만큼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김치라는 말이 들어갔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2013년 김치연구기관에서 독일, 프랑스의 김치시장 현황 및 소비 행태를 조사했다. 독일(베를린·프랑크푸르트)과 프랑스(파리)에서 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김치 종주국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70% 이상이 한국이라고 정확하게 대답했단다. 2017년에 한식진흥원(구 한식재단)이 실시한 한식 인지도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세계 주요 10개 도시의 한식 인지도는 64.1%, 이 중 동남아시아 권역이 80%로 가장 높았고, 중국 75.%, 미국 63.% 순으로 나타났다.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김치는 한국 음식’이란 점은 세상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는 뜻이다. 김치 프리미엄(김프)라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신조어일 것이다.

다만 조금 걱정되는 점은 영문 뉴스 사이트나 해외 암호화폐 사이트에서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이라는 말은 ‘과도한․ 광적인․ 원인을 잘 모르는․ 예측할 수 없는’ 등등의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한국음식의 대표주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김치’가 암호화폐시대를 만나 그리 유쾌하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된 건 아닐까 싶다.

비트코인 [사진=Crypto Currency News]

 

- 암호화폐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과 ‘김치남, 김치녀’의 ‘김치’는 다른 뜻

#‘김치녀’와 ‘김치남’ : 김치를 좋아하는 여자와 남자?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쓰인 김치라는 단어는 별로 좋지 않은 뜻과 개념을 몽땅 가져다 붙여도 되는 묘한 힘을 지녔다. 김치녀에서의 김치는 간단히 말해 '개념 없다, 책임을 외면하고 권리주장만 한다, 남자를 이용만 한다’등등의 뜻이 담겨있다.

김치남에서의 김치는 ‘ 여자를 무시하고 비하한다, 군대 다녀 온 걸로 평생 우려 먹는다’ 등등의 뜻. 이 두 가지 단어 중 하나라도 등장하면 남자와 여자가 편을 나눠 불꽃 튀는 전쟁을 벌이는 게 대한민국 사이버세상의 현재모습이다. 서로가 서로를 비하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랄 수 있겠다.

#<한식진흥원(구 한식재단)>의 김치 : 이명박 정권에서는 유별나게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했었다. 그 때 만들어졌던 ‘한식세계화추진단’이 ‘한식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현재는 ‘한식진흥원’이 되었다. 사찰음식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선재스님이 얼마 전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단체다.

이미 한물 건너간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이른바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중심이 되어 추진됐다. 여기서는 떡볶이,김치, 막걸리, 비빔밥이 대표 품목으로 선정돼 예산만 1,000억~1,600억 원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김치 수출량은 최근 3년 동안 계속 줄어들었다. 이상한 일이다.

한식진흥원은 ▲한식 콘텐츠 플랫폼 구축, ▲국내외 한식산업조사 체계화, ▲홍보 매뉴얼 제작·보급, ▲해외 한식당 인증제 도입, ▲해외 한식당 국산 식재료 공급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면서 제 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한식세계화라는 슬로건 아래 공들였던 ‘김치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물도 속시원하게 내놓을 게 없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2013년 김치와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공으로 내세울 순 있겠지만, 김치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브랜드로 격을 높이지는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으로 볼 때, 한식진흥원(구 한식세계화추진단, 구 한식재단)의 김치는 ‘뭘 했는지 도무지 잘 알 수 없는 김치’가 되고 말았다.

배추김치 [사진=한식진흥원(구 한식재단)]

 

- MB정권 한식재단의 김치는 ‘뭐가 뭔지 잘 모를 아리송한 김치’로 끝나

#<세계김치연구소>의 김치 :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 그리고 거기의 부설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는 할 일이 참 많아 보이는 정부기관이다. 그중에서도 세계김치연구소는 이름부터 거창하게 국내외의 모든 김치를 아우르는 뭔가를 추진한다는 큰 이름부터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이들 단체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우선 한국식품연구원을 살펴보자. 최근 2개월 동안 한국식품연구원이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는 ▲인삼씨 추출물의 피부미백효과 입증,▲제14대 박동준 한국식품연구원장 공식 취임, ▲ '전통주' 맛의 비밀...유전자 지도로 밝혀내다, ▲국내산 소고기 신선도 판별법 입증, ▲ 최근 늘어나는 지방간...봄나물 냉이가 예방 효과 있다, ▲김치, 인플루엔자 억제효과 최초 입증 등등이다. 식품을 연구한다는 기관의 이름과 보도자료 내용이 어색하진 않다.

다음으로는 세계김치연구소를 보자. 홈페이지에 적힌 설립 목적은 “▲김치관련 분야의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여 국가기술혁신을 주도하고 ▲국내김치산업을 식품산업의 대표적인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발전시키는데 기여를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고 되어있다. 연구소의 주요 기능으로는 ▲ 고품질 상품김치의 생산기술 개발, ▲김치산업 발전 위한 융합.혁신기술 개발, ▲김치 수출촉진 및 해외현지화를 위한 전략 개발, ▲마케팅 지원 및 홍보, ▲김치 우수성 과학적 구명 연구 등이 적시되어 있다.

쉽게 말해 세계김치연구소는 한마디로 ‘김치의 모든 것’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기관인 셈이다. 그렇다면 세계김치연구소는 현재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중인가? 그 부분이 사실 아리송하다. 따지고 보면 과거 MB정권의 한식세계화추진단에서 밀어붙이던 김치관련 업무도 사실 세계김치연구소의 업무와 대부분 중복된다. 그런 일은 생산, 수출, 해외현지화, 마케팅 이라는 대한민국 김치산업의 거의 모든 것을 책임진 세계김치연구소의 존재 자체를 대다수 국민들이 모르고 있었기에 벌어진 게 아니었을까? 세계김치연구소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스쳐가는 생각들이다.

 

- 김치산업 진흥이 농식품부, 세계김치연구소, 한식진흥원이 따로따로 할 일인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치 : 김치와 관련해서 무엇 하나 속 시원한 결과물이 없는 정부기관과 출연기관들 리스트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도 이름을 올리려는 것일까? 농식품부가 최근 김치산업 육성을 통해 김치종주국 으로서 위상을 정립한다며 '2018~2022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하고자 하는 바가 한식진흥원, 세계김치연구소 홈페이지의 내용과 너무도 흡사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살펴보자. ▲ 국산김치의 품질경쟁력 제고, ▲김치응용상품시장을 2016년 1,800억원에서 2022년 3,500억원 규모로 확대, ▲수출대상국 맞춤형 상품개발, ▲김치 수출국 현지 전통요리와 결합한 김치요리 개발, ▲해외 홍보․판촉행사 및 김치수출상담회 개최,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인프라 구축지원 확대.

어떤가? 농식품부가 김치시장의 무역적자 등을 고려해 중국과 일본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짜낸 계획이 세계김치연구소의 할 일과 너무도 많이 겹쳐있지 않나? 그렇다면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농식품부는 이번에 수립한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이 탄탄하게 이행되도록 (가칭)'김치정책포럼'을 만들어서 민간 김치산업 기업들 및 김치산업 관련기관들과 실행상황을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엔 부디 관련 기관들이 모두 모여 김치산업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주길 바란다. 따로따로 하지 말고 꼭 그래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명심해야 될 게 하나 있다. 김치는 그것만 먹을 수 있는 단품요리가 아니라는 점, 이것저것과 함께 먹어야 하는 곁들임 음식이라는 사실 말이다. 더 이상 외국인들에게 김치 한 접시만 내놓고 먹으라고 우격다짐하지는 말자는 뜻이다.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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