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서 치유로 가는 길목, 반려동물이 있다

#웰빙이라는 단어를 넘어 치유라는 말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곳곳에서 치유라는 말이 넘쳐나는데, 드라마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이 말은 빠지지 않는다.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는 인기배우 이선균과 이지은(아이유)가 스무살 넘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서로 교감하며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미생>,<시그널>의 김원석 감독은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라며 이 드라마를 치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영화 '콜럼버스' 스틸 컷 [사진=(주)영화사 오원]

대개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로 ‘교감 치유’를 한정하지만, 건축을 치유예술이라고 여겼다는 제임스 폴셱이란 건축가도 있었다. 2018년 4월 개봉한 영화 <콜럼버스>에서는 1972년 제임스 폴셱이 치유의 기능을 설계에 반영했다는 건물이 등장한다. 영화는 “건축을 매개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설명을 포스터에 내세우고 있다.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단어는 1983년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동물 행동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의 80세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주최한 ‘사람과 애완동물의 관계(the human-pet relationship)’라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최초로 사용됐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의 설명이다. 사람이 동물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음을 자각하고 동물을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상대로 인식한 것이 어원이 됐다.

최근엔 치유와 반려동물이란 단어를 조합해 ‘반려동물과의 교감치유’라는 말이 자리 잡았다. 매개치유라고 하면 동물을 수단으로 격하시키는 뜻이 부각되니까 교감치유라고 부르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요새는 다들 반려동물과의 교감치유라고 하는 추세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는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람과 동물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술지 ‘Society & Animals’는 반려동물이 사람의 정신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또한 반려견을 기르는 노인들은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상태에 대한 불만이 현저하게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의 기여는 어린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 소득수준에 따른 반려동물 문화발전 단계 [자료=국립축산과학원]

#말(馬)과의 교감치유 : 미국에는 승마재활치료사 자격증 보유자가 5천명이 넘는다. 신체 재활, 심리 치유, 마술 등 분야도 다양하다. 마사회는 말이 가진 이러한 치유능력 활용방안을 일찍이 받아들여서 모범적으로 시행중이다. 2015년 렛츠런 승마힐링센터 운영이 그 시작.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 중이다. 최근엔 ‘힐링승마’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6개 분야 20개 과제를 발굴해 시행한다. 마사회의 힐링승마 강습인원은 현재 500~600명 선으로 시작 당시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전남 장흥군축산사업소에서는 승용마를 활용한 ‘동물교감 치유농업 체험장’을 운영중이다. 말타기와 말 먹이 주기 체험으로 정서적 안정을 찾았다는 경험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구 앞산 대덕승마장에 있는 KRA대구승마힐링센터는 승마치료와 심리상담으로 정서·행동 장애청소년과 신체장애 청소년을 돕는 상담치료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개(犬)와의 교감치유 : 서울시가 2015년 취약계층의 정서 안정, 신체 활동을 위해 시작했던 동물교감치유가 2천회를 돌파했다. 반려견이 있는 서울시민은 누구나 치유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견주는 45시간의 교육 이수가 필수. 반려견은 건강 검진, 사회성, 경계성 평가를 받아 합격판정을 받아야 한다.

반려견과의 교감은 정신건강에 이롭다. [사진=국립축산과학원]

#염소와의 교감치유 : 농촌진흥청은 올해 진행하는 동물교감교육 시범사업에 염소와 함께하는 ‘학교음매’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기존의 ‘학교 멍멍’, ‘학교 야옹’, ‘학교 꼬꼬’에 이어 4번째 프로그램. 농진청은 전북 김제 죽산초등학교에서 염소 2마리의 입학식을 열었다. 앞으로 3~4학년 학생 20여명과 함께 염소 돌보기, 염소와 감정 나누기, 염소의 마음 알아보기 등의 수업을 주 1회씩 해나갈 예정이다.

염소가 초등학교에 전학 왔다. [사진=농촌진흥청]

#순천시의 동물사랑은 독특하다. 우리나라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반려산업 담당을 신설했다. 순천시는 반려대상이 동식물로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미래 유망직업으로 떠오른 ‘반려동물 매개치유 관리사’ 양성도 추진한다. 지난해 순천시는 23명의 반려동물 매개치유 관리사를 배출했다.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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