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당뇨․ 바이오 특화, 의령 항노화․ 멘탈힐링, 구미 탄소제로(0)시티

성형에는 대략 3종류가 있는데,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얼굴 성형이 첫 번째. 두 번째가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감행하는 성형이다. 1997년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존 트라볼타,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영화 <페이스 오프>가 바로 그런 경우. 얼굴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성형한 주인공이 결국 미션을 완수한다는 내용과 성형방법이 충격 그 자체였다.

마찬가지로 도시도 ‘페이스 오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지자체들이 있다. 과감하게 얼굴 바꾸기를 진행중인 도시의 경우가 성형의 세 번째 경우랄 수 있겠다. 신선하다. 도시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한 도시의 정체성․비전․스토리를 담아내는 제일 좋은 콘텐츠이며 도시의 얼굴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와 부합하는 슬로건으로 도시의 얼굴과 이름을 변화시키는 건 미용성형보다 훨씬 어렵다. 그간 숱하게 봐온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일류. 베스트. 원조. 에이스. 나이스’ 등등이 들어간 도시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기분이 좋기만 했었던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런 어색한 이름들은 신선함 보다는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의령 항노화산업 지원센터 조감도 [자료=의령군]

의령, 충주, 구미! 그 어렵다는 일을 해낸 곳, 도시 얼굴을 바꾸는데 성공한 지자체들이다. 지자체가 주민들의 뜻을 모아 농특산물을 앞세워 도시 전체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도시를 ‘페이스 오프’하고 있는 이 3곳은 특산물과 농산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망갯잎, 뽕잎, 나무심기가 도시의 간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의령은 망갯잎에 함유된 항노화성분을 앞세워 아예 <항노화 도시 의령>을 표방하고 있다. 충주시는 기능성 식품 누에·오디·뽕잎 등으로 수익모델을 만드는 한편 <당뇨바이오 특화도시 충주>를 만드는 데 팔을 걷고 나섰다. 구미 역시 독특하긴 마찬가지. 10년 계획을 세워 나무 천만 그루를 심었고,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탄소제로도시 구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따라하면 역시나 박수 받을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3곳을 취재했다.

◇ 의령엔 항노화성분 함유한 망갯잎이라는 불로초가 있다?

의령군은 항노화 산업에 10년간 1,500억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 일이다. 항노화란 뭔가? 흔히 쓰는 말로 ‘안티 에이징’ , 즉 노화를 늦추거나 죽을 때까지 기능적으로 건강하게 살도록 노화를 조절한다는 뜻이다. 의령군은 망개나무, 아로니아 등 항노화 성분을 보유한 천연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6차산업 단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체류형 멘탈 힐링’ 단지도 2022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치매안심센터도 올해 말 완공 예정. 다시 말해 , ▲늙더라도 기능적으로 건강하게 (항노화), ▲정신적으로도 편안하고 행복하게(멘탈 힐링) 늙어갈 수 있는 고장으로 의령을 탈바꿈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망갯잎으로 싼 망개떡은 항노화명품 [사진=의령군]

이런 활발한 움직임의 중심엔 의령의 농특산물인 망개나무와 망갯잎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특산품 ‘망개떡’을 활용한 농촌테마공원, 가공물류센터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망개떡을 ‘항노화 명품’으로 만들어갈 예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령군에서는 전문가들을 초청한 행사도 자주 열린다. 물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행사들이다. ▲최근 국내 항노화 서비스 프로그램 동향, ▲의령군 항노화서비스 적용방안, ▲산화스트레스와 질병의 상호관계, ▲천연물 소재 가공기술의 중요성 및 산업화, 심지어는 ▲곤충에서 유래한 혈행개선의 유효물질 발굴까지 함께 모여서 논의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과 증권사들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국내 항노화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20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2020년 쯤에는 약 38조원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13% 정도로 속도가 매우 빠르다. 국내시장은 화장품을 선두로 한 소비재분야가 75%, 의료분야가 18%, 서비스분야가 7%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국내 항노화 산업이 초기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령군의 선택은 무척이나 발 빠르고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다. 항노화산업을 사회적 가치가 융합된 지자체의 비즈니스모델로 승화시킨 의령군의 선택에 다른 지자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충주를 당뇨바이오 도시로 만든 것은 뽕잎의 힘?

‘도토리돼지감자 빈대떡’이라는 긴 이름을 지닌 음식은 보통 음식이 아니다. 충주시가 애써 개발한 당뇨예방음식이다. 왜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음식을 개발하느냐고 묻는다면, 충주시가 지난 2015년 ‘당뇨바이오 특화도시 조성 원년’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알려줄 일이다. 충주시는 현재 당뇨병을 예방.치료하는데 특화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뽕나무와 오디 열매 [사진=농촌진흥청]

이뿐 아니다. 충주시는 최근 당뇨병 환자를 위한 편이식품으로 뽕잎에 사과와 레몬,인삼 등을 섞어 동결건조 그래뉼 제품을 내놓았다. 아다시피 뽕잎은 당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농산물. 충주시농업기술센터도 뒤지지 않는다. 보리로 라면을 만들어냈다. 당뇨에 좋다는 명월초와 보리분말을 섞고 면을 쪄서 건조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이처럼 충주는 기존의 당뇨 치료법에 더해 BT/ICT를 융합한 ‘당뇨바이오헬스융합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당뇨치유 작물 품종선별에서 시작해 재배기술법 연구에도 노력중이다. 몇 년 전부터는 당뇨병 치료에 좋은 음식을 매년 개발해 시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당뇨병을 앓는 사람들이 충주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작년엔 당뇨 바이오 미니산업박람회도 충주에서 개최해 당뇨 바이오산업 컨퍼런스, 푸드 닥터 건강강의, 제1회 전국당뇨 음식경연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구미는 나무 천만 그루를 심어 탄소제로도시를 꿈꾼다

요즘처럼 미세먼지 때문에 조심스러운 때에 구미는 대한민국 지자체 가운데 환경개선노력에 가장 공헌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구미시는 일찌감치 2011년 탄소제로도시 조성 로드맵을 만들어 202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전망 대비 35%라는 매우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실행중이다. 올해가 탄소제로도시 선포 8주년. 구미시는 에너지 저감 및 자립기반 구축, 낙동강 중심 에코벨트 조성, 녹색 친환경 도시건설의 3대 전략으로 탄소제로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구미시 탄소제로 교육관 [사진=구미시]

구미시는 이를 위해 탄소제로교육관이라는 교육기관도 설립했다. 매년 나무를 심어 1천만 그루 식재를 조기 달성한 저력도 보여줬다. 지난 2006년 7월부터 시작한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운동은 10년 만에 1천21만3천 그루로 목표의 102%를 달성했다. 또한 총사업비 97억원을 10년간 투입해 특색 있는 가로수 거리를 조성하고 학교 숲과 벽면 녹화사업, 산림 내 휴양 공간 등도 만들어냈다. 그린시티 대통령상 수상의 친환경 명품시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는 안팎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백종호 기자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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