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쌀생산조정제 등 현안, 서희의 지혜로 풀어야
- 쌀과 도자기 1번지, 이천 도자기 축제 & 이천 쌀문화 축제

#고려 시대의 외교관 서희는 경기도 이천 사람이다. 2018년 대한민국에 능란한 협상가 서희가 살아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을 서희라면 어떻게 처리했을까? 또 있다. 서희라면 고려 성종 때 거란 80만 대군을 물리친 외교담판력으로 한미 FTA협상을 어떤 식으로 이끌었을까? 그런 배짱과 노련함이라면 능히 미국.북한.중국.러시아.일본과 모두 ‘win-win’하는 방법을 찾아내 제시하지 않았을까?

서희를 떠올린 건 농업관련 한미 FTA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소식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사과와 배 시장을 열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단다. 자국의 블루베리를 몽땅 사가라고 우리나라에 압력도 넣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천 도자기 청자흑박지당초문호 [사진=이천도자기사업협동조합]

서희가 생각난 이유는 더 있다. 쌀이 남아도는 대한민국 농업계에 서희는 어떤 충고와 해법을 제시했을까? 라면이나 빵 대신에 쌀밥,쌀국수,쌀라면,쌀떡,쌀케이크를 먹으라고 윽박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쌀농사 그만 짓고 다른 거 하라며 호통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천의 <호법영농조합>이란 곳은 서희의 지혜를 닮아 남다른 면모가 돋보인다. ‘제22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철탑산업훈장도 받았는데, ‘봄 감자-콩’ 등 작부체계(작물의 재배순서)를 활용한 논 작물 전환으로 실질적 소득 향상에 기여한 공로였다. 호법영농조합은 논을 이용한 밭작물 이모작을 전문으로 하는 곳. 조합에 속한 30농가는 2년 전부터 일부 논에서 ‘감자-콩’ 또는 ‘양파-콩’의 작부체계를 도입했다. 쌀 가격이 하락하는 현실에서 품목 다양화로 새롭게 소득원을 찾아보려는 야심찬 전략이 서희의 담판술을 닮았다.

#지혜로운 협상가이자 외교관인 서희의 고향, 경기도 이천에서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 4월 27일에서 5월 13일까지 <불, 우리의 색을 찾아서>라는 푯말을 내걸고 도자마켓, 기획전시, 도자문화체험, 공연 및 행사 등 직접 가서 보고 만지고 체험할 게 많다. 3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천도자기축제는 늘 꽃축제와 함께 열린다. 새롭게 조성된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에서 개최되는 게 달라진 점이다. 40만6천㎡(12만3천 평)에 달하는 예스파크엔 곳곳에 유채꽃, 게걸무 밭이 만들어져 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유네스코 창의문화도시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대한민국 대표 도자기 산지로서의 얼굴을 내세우고 있는 이천. 이천은 백제 신라 고구려 등 삼국의 패권 각축장이었던 이유로 삼국 토기문화의 흔적들이 혼재되어, 이천 특유의 도자기 문화를 탄생시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자기 축제에서는 전통 도자기에서 부터 최첨단 세라믹 산업까지 만나볼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화려하고 섬세한 비색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청자, 단아함과 여백의 미를 살린 백자, 자유분방하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분청사기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명품도자기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이천 도자기 축제에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 [사진=이천도자기축제 위원회]

도자기 분야에서도 협상가 서희의 담판이 필요할까? 아무래도 그래 보인다. 중국산 도자기가 우리나라를 쳐들어오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그 결과 40대 이하 젊은 도공이 14%에 불과해 기피직종으로 꼽힌다는 소문도 들린다. 지난 2000년부터 중국산 생활자기가 다량으로 국내에 들어온 영향이 크다고. 이대로 두면 매년 열리는 '이천도자기축제'도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있다고 한다.

#이천 쌀 문화축제도 이천의 자랑. 이천 쌀은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한 대한민국 최고의 쌀이다. 조선 성종(1490)이 세종릉에 성묘하고 환궁하다가 이천에서 밥을 맛보고 나서 진상미로 결정됐다는 게 정설이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이천쌀문화축제’는 오는 10월 17일부터 5일간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6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 쌀 요리 경연, 가마솥 밥 짓기 체험, 무지개 가래떡 만들기 등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이천의 영농법인 중 <단드레한과>는 직접 농사를 지은 찹쌀·참깨·황기·쑥을 사용해서 찹쌀약과·깨강정 등 30종류의 한과를 만들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영농스타선발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수많은 수상실적을 자랑한다. 1만원을 내고 한과만들기 체험을 하고 자기가 만든 한과는 모두 가져갈 수도 있다. <우리꽃영농조합법인>은 야생화를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해 해외로 수출한다. 코레우리라는 신품종야생화를 비롯, 패랭이·나비꽃 등 국내 야생화 품종을 개량해 품종 보호권 등록을 120종 넘게 했다. 일본과 유럽을 포함해 미국·일본·호주 등에 로열티를 받고 수출한다. <이천농산물영농조합법인>도 꿈에 그린 대파, 꿈에 그린 김치 상표로 맹활약중인 모범적인 영농법인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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