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 수입 76만 톤(1조 3천억 원) 중, 36만 톤(3,700억 원)이 바나나
- 국산 바나나, 하이엔드 과일 시장에서 도약할 가능성 높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드라마’의 주인공이 선수들(김은정,김영미,김선영,김경애,김초희)이었다면 특급조연은 분명 과일이었다. 그건 바로 빨간 딸기와 노란 바나나...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딸기전쟁’이라는 기사도 나왔고, 양국 사이에 다소 노골적인 감정싸움도 벌어졌다. 그 감정전의 시작은 아다시피 일본 주장 후지사와 선수가 먹었던 한국딸기 때문. 그렇다면 한국팀 주장 김은정 선수가 먹었던 바나나의 원산지는 과연 어디였을까? 필리핀? 미국? 중남미? 아니면 제주도?

사실 ‘안경선배’ 김은정이 먹었던 바나나 원산지가 어디인지, 동계올림픽 내내 아무도 묻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당연하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게 바나나니까. 한 해 수입되는 과일 76만 톤 중에서 36만 톤이 바나나니까. 그래서 당연히 수입산일 거라고 우린 생각했었던 거다. 사실 지금도 그게 필리핀산인지 제주산인지 미국산인지 아무도 모른다. 김은정 선수 본인도 모를 수도 있다.

#알고 있는가? 우리나라에도 사실 국산 바나나를 먹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감귤을 대체할 고소득 작목으로 바나나가 도입됐던 적이 있었으니까. 전성기 때는 440㏊땅에서 2만2천 톤 넘게 생산됐던 제주산 바나나를 말함이다. 그러다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1990년대 중반엔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8년 현재 우리나라는 1년에 40만톤 가까이 바나나를 수입해 먹는다.

그렇다고 제주도에서 바나나가 멸종한 것은 아니다. 현재 제주에선 6농가 정도가 소규모로 바나나를 키워가고 있다. 이들 농가는 바나나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한다. 바나나가 국내 제1수입과일로 소비자의 충성도(?)가 꾸준하기에 한번 믿어보겠다고도 한다. 게다가 수입산 바나나와는 차별화된 고품질 바나나를 제주에서 생산한다면, 그걸 먹는 수요층이 분명 늘어날 거라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고급호텔이나 레스토랑, 백화점을 비롯해 지역농협과도 전속계약을 체결해 판로를 넓혀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품고 있다.

노란 바나나 [사진= aT]

#국산 바나나를 재배해야 할 이유와 명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이 2017년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10년 사이에 과일 수입량.수입액이 대폭 늘었지만, 우리 과일 생산량은 2007년 275만 톤에서 2016년 265만 톤으로 거의 10만 톤 감소해, 국내 과수농가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들은 1년 동안 외국산 과일을 11억 달러, 우리 돈 1조3000억 원 어치를 수입하고, 수출은 한 해 3억~4억 달러 (3천억~4천억) 정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상위 3개 과일은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순. 2016년 1년 동안 수입된 바나나는 36만 4599t이며 수입액은 3억2837만 달러(약3,715억 원)이다.

#관련업계는 국내 바나나 시장이 인구 고령화와 함께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인구 25%가 65세 이상 노인인 고령화국가 일본은 1년 바나나 수입이 1백만 톤에 이른다. 일본 뿐 아니라 캐나다 노르웨이 등 고령화가 빨리 진행중인 나라에서 바나나 소비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역시 바나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 이런 여건이라면 농민들이나 영농법인들이 ‘국산 프리미엄 바나나’ 시장에 도전해 기대 이상의 수확과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는 안경선배 김은정 선수도 자랑스럽게 ‘이건 국산 바나나에요~’라며 제주산 바나나를 홍보할 수 있지 않을까?

#[알쓸신잡 바나나편]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이다. 전체 작물 중에서도 밀, 쌀, 옥수수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다. ▲이브가 먹었던 선악과가 사실은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였다는 주장도 있다. 구텐베르크 성경의 malum(선악)과 melon(사과)를 후세 사람들이 잘못 번역했다는 것. 물론, 주장이다. ▲운송추적 기술(바코드 시스템) 역시 바나나농장에서 시장.마트까지 바나나 운송현황.궤적을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인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의 소재가 바로 바나나농장 노동자 학살사건이었다고... 미국의 저널리스트 댄 쾨펠이 쓴 <바나나-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을 보면 더욱 유익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일독을 권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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