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적한 농업 현안 두고 떠나는 김장관에게 누가 박수를 칠 것인가?
- 신임 장관 임명 때는 농촌과 농민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부터 검증해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오는 6월 전남 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14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 들러 이날 아침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무원 등 입후보 제한직의 사퇴시한인 3월 15일을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유감이다. 김 장관은 산적한 농업현안을 뒤로 한 채 15일 이임식을 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남 도지사 경선출마를 공식선언한다. 김 장관은 기자들에게 “앞으로는 전남도민을 섬기는 그런 정치인이 되겠다”라며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 7월 장관이 되어 “농업과 농민을 위해 헌신하겠다” 던 포부가 8개월 만에 “전남도민을 섬기겠다”는 말로 바뀌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들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일 듯하다.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당분간은 김현수 차관 대행체제로 업무를 한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통상정책 폭풍에 우리 농촌과 농민은 수장도 없이 대응해야할 판이다. 무책임이란 말을 곱씹게 된다.

농촌과 농민을 경시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것.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이미 면역이 되었노라고 하면 비겁한가? 가면 또 오는 게 장관이고 널려있는 게 장관감이니 큰 걱정 말자고 마음을 추슬러 보지만 입맛이 쓰다. 어쩔 수 없다.

김 장관의 전남지사 도전으로 민주당 경선은 4파전이 됐다.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노관규 전 순천시장,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평화당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장관의 정치적 입신양명이야 박수쳐서 응원할 일이다. 하지만 한미 FTA 개정 협상,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무역 보복 등 대외적으로 농업계를 뒤흔들 위협과 기회가 상존해 있는 이 마당에 농식품부는 콘트롤 타워를 다시 세우게 생겼다. 수출을 위해 농업이 또 희생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농민들은 짐짓 불안하기만 하다. 이래저래 만만한게 '농업' 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합당하게 들리는 이유다. 

백종호 기자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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