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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을 발렌타인데이.화이트데이에 선물하라고?농산물 소비확대 해법은 우격다짐 아닌 스토리와 감성에 있어

- 농업이 6차산업으로 가는 지름길, 품질과 함께 하는 홍보.마케팅

#이런 상상을 해봤다. 가수 태진아가 <미운 우리 새끼>라는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우유콜라라면을 끓일 때, 보통 라면이 아닌 쌀라면을 사용했더라면? 또 있다. 테니스 선수 정현이 호주오픈 또는 US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대회에서 상품화된 고로쇠 음료를 마실 때 그 상표가 TV화면에 잡힌다면? 그래서 전 세계인이 우리나라의 고로쇠음료를 알게 된다면? 이건 또 어떤가? <효리네 민박2>에서 이효리와 단기알바생 박보검이 아침을 차릴 때 제주특산품 한라봉잼 토스트를 만들거나 진안 홍삼 샐러드를 만든다면? 나아가 JTBC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뉴스 끝자락에 감성적인 음악과 함께 우리 농산물의 6차산업화 현황을 하나씩 소개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농촌은 얼마나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곳이 될까?

이런 게 결코 부질없는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온갖 경제연구소들이 다소 뜬구름 잡듯 발표하는 ‘몇 조 또는 몇 십조 원의 홍보효과가 예상됩니다’ 라는 뉴스는 거의 매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런가?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지나 꼭 한 달 뒤인 3월 14일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다들 아는 화이트 데이라는 기념일. 누가 정하지도 강제하지도 않았지만 젊은 청춘들은 초콜릿을 받았으니 사탕을 돌려주어야 한다며 형형색의색 초콜릿과 사탕을 사며 들뜨고 분주하다. 하지만 청춘들의 마음속에 농촌과 농민은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느 누구도 청춘들에게 농촌과 농민들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포장해서 이야기 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게다. 그들에게 농촌이란 고교 국어교과서에서 배운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 게다가 수능시험에서도 잘 안 나온다는 것, 딱 그 정도의 비중일 것이다. 좀 지나친가?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즈음엔 늘 흥미로운 통계를 다룬 기사가 등장한다. 빼빼로데이 전후로 팔린 빼빼로가 5백억 원이 넘는다는 둥, 그 날 앞뒤로 전국 편의점 매출은 50% 이상 상승한다는 둥,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비교하면 소비상승률이 어느 정도라는 식의 기사 말이다 .빼빼로가 누적판매액 1조원을 돌파한 게 2년 전이다. 하지만 같은 날이 <농업인의 날>이란 걸 사람들은 거의 모른다. 아니 알아도 모른 체 한다.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참석해도 주요언론들은 행사장에 취재하러 오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국민들,공무원들,언론들,기업들)은 농촌과 농민에 대한 기피감정을 지닌 것 같다. 돈도 안 되는 것, 생각만 해도 거추장스럽고 고단한 것, 어지간하면 입에 담지 않고 피해야 되는 것, 산업화.민주화.세계화 물결 속에서 농촌이 웬 말인가 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습관이 되고 흐름이 되어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책임은 우리 전체의 몫이다. 우리 모두가 수십 년 동안 그렇게 만들어왔고 그런 생각에 갇혀 살았으니까...그런데도 농업관계자들은 이날 가래떡을 빼빼로 대신 먹으라며 행사를 벌인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에 가래떡을 먹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북을 치고 장구도 친다. 별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으니 하는 일일 것이다.

가래떡 데이가 빼배로 데이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역전을 하기 위한 해답은 홍보에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생각의 틀을 깨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요즘 자동차 튜닝이란 게 점차 사람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임 대통령도 자동차 튜닝 산업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했을 정도로 시장 전망도 밝아 보인다. 바로 그 자동차 튜닝엔 2가지 분야가 있다. 바로 드레스 튜닝과 퍼포먼스 튜닝. 전자는 차의 형태와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는 튜닝, 후자는 차의 출력과 승차감, 배기음 등을 조절하는 튜닝이다.

농업분야에서도 자동차 튜닝의 2대 요소가 적용될 수 있다. 아니, 적용되어야만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이달의 6차산업인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쌀이나 농산물재료를 활용해 고유의 기능을 살리거나 확장시키는 게 퍼포먼스 튜닝이라면, 제품의 포장이나 제품의 모양에 변화를 가미하는 게 드레스 튜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달의 6차산업인으로 선정된 농민들과 영농법인들이 생산한 제품은 누가 보더라도 훌륭하다. 제품의 기능, 맛이 세계적인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

문제는 드레스튜닝, 그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홍보.마케팅이다. 혹자는 유통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따지겠지만, 유통 역시 홍보와 마케팅으로 견인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사람들에게 제품을 각인시키는 작업(홍보,마케팅)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농산물의 튜닝은 퍼포먼스 튜닝과 드레스 튜닝을 겸비해 소비자들의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농업인의 날> 11월 11일에 가래떡을 먹으라고, 이날은 빼빼로데이가 아니고 가래떡 데이라고 홍보를 해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혹시 농촌과 농산물에 대한 드레스튜닝(포장,모양,유통방법,홍보.마케팅)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우격다짐으로 애국심에 호소하고 농촌과 농민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아닐까?

농업관련 콘텐츠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나머지 99% 이상이 전혀 모르는 ‘숨겨진 콘텐츠’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을 예측할 수는 있다. 우리 농촌은 현재 6차산업화라는 화두로 열심히 노력중이다. 지름길을 알려주거나 손을 잡고 함께 갈 동반자가 필요하다. 그건 바로 농촌과 농민에 대한 따뜻한 관심, 농민 스스로의 홍보.마케팅에 대한 관심, 농촌진흥청과 농정원(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노력, 신문.방송 등 언론의 관심, 드라마 작가나 방송 교양 작가들의 농촌.농산물 소개 의지 등등일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이외수의 화천을 알게 되어 절임배추를 사게 되고, 정현이 마시는 고로쇠음료를 편의점에서 사서 마시고, 쌀라면에 우유와 콜라를 붓고 우유콜라쌀라면을 끓여 먹게 될 것이다. 게다가 <효리네 민박2>에서 본 대로 한라봉 잼을 식빵에 바르고 그 위에 진주 딸기를 올려먹으며, JTBC뉴스 클로징 멘트로 손석희 앵커의 이런 말과 당부를 듣게 될 것이다.

“끝으로 오늘의 신토불이 농산물 소개합니다. 오늘은 바로 설향 딸기입니다. 일본 게 아니라 우리가 개발한 품종인데요, 맛이 기가 막힙니다. 일본 여자컬링팀 주장 후지사와 선수가 먹고 나서 ‘오이시이(맛있다)’를 연발했다는 바로 그 딸기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드시고 맛을 느껴보십시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날이 올까? 그렇다. 분명히 그런 날은 온다. 농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그 날은 앞당겨질 것이다. 틀림없이.

백종호 기자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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