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종대왕과 정순왕후의 애절한 사랑, 무릉도원면, 김삿갓면, 한반도면으로 거듭나
- 영월, 고추.곤드레와 함께 생태도시,곤충산업도시,4계절축제도시로 재탄생

#19세기 조선 러브스토리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보며 15세기를 살았던 단종과 정순왕후를 떠올린 사람이 있었을까? 400년 넘게 차이나는 시간 때문에 그러긴 쉽지 않았을 테지만 실존인물 효명세자 역이던 박보검의 앳된 얼굴, 거기서 열일곱 ‘영월의 단종’을 떠올렸던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세상 누구보다도 슬프게 이별한 단종과 정순왕후가 400년 뒤에 재회했고, 이게 다시 100여 년 뒤인 2016년에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라는 뉴스가 나와도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안 그런가?

증거, 아니 조선시대 표현으로 증좌(?)는 더 있다. 이승에서 둘 만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던 곳, 놓치기 싫었던 두 손의 따스한 감촉이 아직도 허공에 흘러 떠다니는 곳, 바로 그 곳, 청계천 영도교(永渡橋)에서 영월은 동쪽으로 400리길. 단종은 정순왕후의 손을 놓고 영월로 갔고, 아내는 그 뒤로도 60 여년을 더 살며 매일 동쪽 영월을 향해 예를 올렸다. 단종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도 아무 미련 없지만, 남아있는 부인은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영월단종문화제 행사 중 정순왕후 선발대회 [사진=영월군청]

열일곱 단종의 길, 영월에서 생생하고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다

그래서 해마다 소쩍새 우는 4월이면 영월 사람들은 영월단종문화제를 열고 단종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을 올린다. 괜찮다고, 다 잘 됐다고, 이제 잊고 편히 쉬시라고, 수양대군(세조)가 잘못한 거라고, 소설로도 드라마로도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야기를 조선팔도, 아니 한민족 전체가 다 알고 있다고... 그리고 단종 가신 뒤에 김삿갓이란 걸출한 인물도 이곳에 살았고, 2018년 현재는 영월에 한반도면 김삿갓면 무릉도원면이 있어 대한민국 어떤 곳보다 물 맑고 산 좋고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고...올해 단종문화제는 4월 27일에서 4월 29일까지 사흘간 열리니까 꼭 잊지 말고 찾아오시라고...

#충절 그 중에서도 간절한 사랑이 깃든 곳이기에 그런 것일까? 영월군청 홈페이지엔 ‘영월’과 발음이 비슷한 ‘Young World’, 즉 젊은 세상. 젊은이들의 세상. 젊게 사는 사람들의 세상이라고 적혀있다. 귀농귀촌이 화두인 대한민국에서 영월보다 젊은 곳은 또 없다고 사람들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와 충절의 고장 영월에 삶의 이치를 꿰뚫으며 살아가는 나이 지긋한 현인들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닐 터. 얼마 전 영월단종문화제를 준비하며 ‘신주미(米) 모으기 행사’라는 뜻깊은 행사를 주도한 이들은 아마 이곳에서 나고 자란 눈밝고 지혜로운 어른들일 것이다. 단종문화제 단종제향에 쓰일 술을 군민들이 봉정한 쌀로 빚는 행사인데, 신주미 봉정을 통해 가정과 지역의 안녕을 비는 기원의 뜻이 담겼다고 한다. 단종대왕은 영월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술잔을 받아들고 싱긋 미소를 짓지 않을까?

영월엔 이제 단종의 용안(얼굴)에 미소나 함박웃음이 머무는 상상을 해 볼일이 참 많아졌다. 애절함이 충절로, 충절이 아름다움으로, 아름다움이 미래지향적으로 한땀한땀 변해가는 건강한 도시로 늘 거듭나고 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신통방통하고 재미난 마을이름들이 그 이정표일 것인데, 그 이름도 맑고 깨끗한 무릉도원면을 시작으로 우리 지도를 쏙 빼닮은 한반도면을 넘어 세상만사 이치를 깨달아 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초월한 김삿갓면까지 영월은 모두 다 품어내고 싹을 틔워 아름드리 자라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영월에만 있는 무릉도원면, 한반도면, 김삿갓면

#흥미로운 사실은 또 있다. 세종대학교와 시장 조사업체가 실시한 ‘여름휴가지 만족도 조사’ 결과, 155개 기초자치 시군 중에 영월군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종합성적 1위 제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광지로 영월이 자리매김한 것. 영월엔 볼 것도 참 많고 들러야 할 곳은 지천이다. 뗏목축제와 래프팅 1번지로 소문난 동강에는 생태 박물관이 있다. 동강 생태계에서는 희귀식물 6종의 서식이 확인됐고 ,천연기념물 수달도 산다. 더없이 청정한 이곳 자연생태계의 특장점을 살려 지은 ‘영월 곤충박물관’도 영월의 명물. 박선규 영월군수는 전남 곡성군과 손잡고 ‘영월-곡성 곤충산업 클러스터 구축 연계사업’도 벌였다. 영월군은 문화곤충, 곡성군은 산업곤충을 각각 맡아 곤충산업 활성화에 노력중이다. 곤충산업분야에서도 문화곤충을 도맡은 영월, 이래저래 문화. 인문. 관광. 생태의 고장일 수 밖에 없다.

동강 뗏목축제 [사진=영월군청 ]

#여름엔 동강에서 뗏목축제가 열린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뗏목축제가 젊음과 에너지의 축제라면 ,가을엔 우리 조상들의 풍류가 살아있는 문화축제 <영월 김삿갓 문화제>가 열린다. 조선 후기 방랑시인인 김병연 선생의 시대정신과 문화예술혼을 추모하고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행사다. 김삿갓면 와석리 김삿갓 유적지 일원에서 진행되는 <영월 김삿갓 문화제>는 올해로 20회. 앞서 언급한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세자 박보검이 “병연아~”라고 나지막하게 부르는 그 병연이가 바로 김삿갓이 아닐까란 추측도 가능하다.

김삿갓 김병연은 요즘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부터 입에 달고 사는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할아버지가 터잡으시고...” 로 시작하는 노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 나오는 한 인물 ‘못살겠다 홍경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홍경래 반군에 투항해 목숨을 건진 관리가 바로 그의 조부였다는 것. 조부를 조롱하는 답안으로 장원급제한 김삿갓, 이후 세상을 등지고 조선팔도를 떠돌다 세상을 등졌다. 영월에서 문화제를 여는 이유는 집안이 몰락해서 영월로 이주해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만약 김삿갓이 세조와 단종의 이야기를 시로 썼다면 어떤 통렬한 내용이 담겨있었을까? 상상만 해도 통쾌하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 선생이 가수 시절에 불렀던 노래 ‘방랑시인 김삿갓’의 가사 한 대목이 자꾸만 입가에 맴돈다. “술 한잔에 시 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김삿갓 문화제 [사진=영월문화재단]

고추, 곤드레, 한우 등 청정농축산물 1번지 영월

영월엔 하늘이 내린 청정먹거리를 내세운 영농법인들이 많다. 지리적표시제 특산품인 고추, 곤드레 외에도 한우, 더덕, 잣, 포도 등등 숫자를 헤아리기 벅찰 정도. 이 중 영월한우영농조합법인은 한우협회에서 주는 공로패와 상금 3천만원을 받았다. 왜냐하면 정육점형 한우식당의 부가세 면세를 놓고 국가와 소송을 벌여 승소했던 것. 이로써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정육점형 식당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됐다고. 용감하고 지혜로운 농민들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다는 평. 이밖에 영월더덕영농조합법인(영월 동강 더덕술, 동강더덕사과주 등 특산품 제조), 영월 잣 영농조합법인, 예밀 포도마을 팜스테이 영농조합법인도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들이다. 영월은 요즘 트렌드인 스마트 팜 기술을 활용한 느타리버섯 재배로도 유명하다.

영월은 이제 축제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오롯한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났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놀러오는 곳이니 살기 좋은 고장이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에 영월군은 문화재단 사업에 동강겨울축제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봄철엔 단종문화제, 여름철엔 동강뗏목축제와 동강국제사진제, 가을철엔 김삿갓문화제, 겨울철엔 동강겨울축제를 개최하게 된다. 4계절 축제가 오롯이 완성되는 것이다. 기대해도 좋고, 가족들과 사시사철 언제든 찾아와도 절대 실망할 일 없다는 게 영월군청 담당자들의 친절한 답변이다.

끝으로 기억할 것 하나. 영월에 다녀온 뒤 우연이라도 서울 청계천 영도교 근처를 지날 때,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랑이야기를 반드시 되새겨 볼 것. 그리고 그 훈훈해진 마음으로 가족, 친지, 동료들과 함께 내내 행복할 것. 그래야, 단종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마음속으로나마 볼 수 있을 테니까.

백종호 기자  bjh@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