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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求禮)와 화엄(華嚴), 더불어 예의 바르고 아름다운 것들‘영원한 지혜와 사랑을 찾아서’ 구례 산수유 축제

2006년 신하균 주연의 <예의없는 것들>이란 독특하고 도발적인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당시엔 요즘 방영중인 <키스 먼저 할까요>라든가 <너의 등짝에 스매싱>이라든가 <전생에 웬수들> 같은 제목처럼 톡 쏘는 느낌이었다. “무례한 세상을 분리수거 하는 기준 ‘예의없는 것들’”이라는 영화 슬로건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아로새겨졌다. 관객들은 제목에선 강한 공감을, 주인공에게서는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느꼈을 거라는 게 영화사 측의 친절한 설명. 사실 우리 주변엔 얼마나 많은 ‘예의없는 것들’이 차고도 넘치며 둥둥 떠다니는가? 그런 이들에게 대놓고 충고라도 했다간 더욱 예의 없는 반응이 나올 확률은 높다. 참 예.의.없.는 세상 아닌가?

만약 일상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 상했거나 무례한 이들에게서 염증을 느낀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 눈 씻고 귀를 세탁할만한 곳이 있다. 바로 지리산 자락에 오롯한 구례! 예(禮)를 구(求)한다는 뜻을 품고 있으니 매우 이상적인 마음세탁소 아니겠는가.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으며 기름진 땅’이라는 '고래실'이 전라도 사투리로 '구레실'. 구례와 구레실을 번갈아 읊조려보면 저절로 민요나 타령 박자가 입에 짝 달라붙는다. 분명 구례라는 이름엔 조선팔도에서 가장 흥 넘치고 살기 좋은 땅이라는 뜻도 있을 것이다.

구례(求禮)에 도착하면 우선 무례(無禮)에 찌들고 다친 마음부터 챙겨야 한다. 곧장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가 보라. 구례 10경 노고단 운해(구름바다)를 뚫고 쏟아지는 햇빛이 삶과 우주에 깃든 지혜, 반야(般若)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혹시라도 지혜를 더 구하려거든 산 아래 화엄(華嚴)의 깨달음을 품은 천년사찰 화엄사에 들러도 된다. 낙엽 밀어올리며 솟아난 새싹과 목탁소리에 ‘우린 서로 다르지 않으며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조차 서로 잇대며 생멸한다’는 도(道)를 듣게 될 줄 어찌 알겠는가?

화엄은 불교역사에 피어난 아름다고 장엄한 꽃이라 했다. 그래서 구례에선 해마다 봄 되면 특별한 꽃이 핀다. 물론 우담바라는 아닐 것이다. 예(禮)를 구하고 권하는 사람들 사는 마을에 핀 꽃은 노란빛을 띠는 것일까. 구례에선 오래전 이맘때부터 흐드러진 산수유 꽃길 따라 걸으며 제대로 한판 놀고 즐기는 축제가 벌어졌다. 이름하여 ‘구례 산수유 축제!’ 올해로 벌써 19번째. 제목도 멋들어지게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란 명찰을 달았다. 올해는 3월 17일부터 25일까지 전남 구례군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대에서 펼쳐진다.

구례군청과 축제추진위가 도회지 사람들에게 어서 오라고 편지도 띄운다. “올해도 노오란 산수유꽃이 지리산 자락에서 고운 자태 드러내며 봄소식을 전합니다. 구례 산수유 축제랍니다. 봄의 전령 산수유 꽃과 함께 약동하는 새봄을 가족과 함께 맞이해보세요. ‘어서 와, 구례는 처음이지?’ 산수유 꽃차부터 한 잔 마시고, 꽂길 따라 하루 종일 걸어보세요. 지리산 자락이라 온천도 많고 쉴 곳도 많습니다. 더불어 이곳엔 구례10경이 있네요. 그 중 2곳은 노고단과 화엄사. 나머지 8경은 직접 와서 찾아보세요. 이런 게 진짜 보물찾기랍니다. 보물찾기의 진수, 구례에서 경험하세요. 참 좋은 노랗고 빨간 산수유 여행!”

산수유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사진=구례 산수유축제위원회]

볼 것도 많고 놀 곳도 지천인 세상에서 산수유는 뭐고 산수유꽃은 왜 또 봐야만 하는가? 어떤 재밌게 생긴 사장님이 TV광고에서 무한반복했던 “좋은데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네...”라는 선전문구가 아니어도 산수유의 효능은 동의보감에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남성에게도 좋고 여성에게도 유익한 성분이 두루 함유되어 있어 그렇다는 정도로도 산수유에 대한 설명은 충분할 것이다.

10월 중순 상강(霜降) 이후부터 11월 말까지 수확하는 산수유는 ‘나무 밑 멍석 깔고, 털어내서, 씨 발라 먹어’ 라는 순서대로 이용할 수 있다. 아니, 좀 더 예의바르게 표현하자면 ‘씨를 잘 발라내시고 과육 수분함량 20%미만으로 햇볕에 말려서 잡수세요’라고 해야 되겠다. 산수유 씨에는 인체에 유해한 렉틴 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단다. 산수유는 신맛이 강한 것을 우량품으로 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은 ‘알쓸신잡’이다.

산수유 축제는 개막식과 풍년기원제라는 공식행사를 시작으로 매일 ‘산수유 꽃길 따라 봄마중 하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산수유꽃길은 지리산나들이장터에서부터 구산공원을 거쳐 방호정에 들렀다가 산수유사랑공원으로 진입해 주행사장을 지나쳐 수석공원을 따라 이어진 굽이굽이 따스하고 아름다운 나들이길. 만원을 내고 참가하면 5천원 상당의 농특산품이용권을 준다니 사실은 5천원이 참가비인 셈. 덤으로는 산수유로 다양한 음식 만들기 체험(아이스크림, 떡, 에이드, 와플, 팬케이크)도 할 수 있고 , 구례 10경을 하나씩 찾아나서는 장정을 시작할 수도 있다. 주변엔 10여 개 넘는 호텔과 가격대 다양한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며칠 쉬어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구례는 살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자자해 도시사람들의 귀농귀촌도 흔하다. 사람들은 구례에 새로운 터를 잡고 이곳이 자랑하는 지리적표시특산품 산수유 농사(구례산수유영농조합법인)를 짓곤 한다. 아울러 새로운 개념으로 떠오른 농업의 6차산업화를 담당한다. 그래서일까? 라승용 농촌진흥청장도 얼마 전 구례를 찾아와 참 잘하고 있다며 격려하고 돌아갔다. 농업회사법인 ‘구례삼촌’이란 곳이었는데, 여기는 쑥부쟁이로 국수, 머핀, 쿠키 등 가공상품을 개발.판매해 6차산업화의 롤 모델로 우뚝 선 회사. 이밖에도 친환경 식품 가공 클러스터 ‘구례자연드림파크’도 구례군 자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구례군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아이쿱생협을 유치해 조성한 이곳은 근무인원 5백 명이 넘는 일자리 창출 산실로 자리잡았다.

산수유의 고장답게 서기동 구례군수는 동의대학교(총장 공순진)와 손잡고 산수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구례군 산수유를 활용해 기능성 원료 등록을 위한 시험 및 기술 개발로 산수유의 가치를 한껏 올릴 계획이란다. 이래저래 구례는 산수유 1번지로서의 면모를 두루 갖춘 곳.

어떤가? 면면이 이러하니 서둘러 구례로 올 채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 영원한 사랑을 찾는 이라면 구례 아니고 다른 어딜 찾아 나설 것인가. 서로의 무례(無禮) 탓에 사랑이 식고 저만치 달아난다는 걸 아는 이라면 더욱 더 구례(求禮)이어야만 한다. 영원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구례군 산수유축제 추진위원회에 물어보라. 또한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이라면 구례군청으로 전화해보라. 틀림없이 전국에서 제일 예의바른 담당자가 당신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왜? 구례(求禮)니까!

류현진 기자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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