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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대지

섹시한 대지


봄이 왔다하면 우리 집 소는 거시기가 단단해지고
숨이 거칠어진다
온몸 여기저기에 참을 수 없는 욕망의 반점이 생겨
두 다리 사이에 쟁기를 차고 한 걸음에
투우장으로 나가는 소가 된다

우리 집 소가 대지의 치마를 들어 올리고 쇄빙선이 되어
얼어붙은 봄의 길을 양쪽으로 가르면
대지는 붉은 속살을 보이며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자세를 취한다
소가 식식거리며 성감대를 찾아
실한 몇 알의 씨를 뿌리면
물이 오른 대지는 봄 내내 혼절 하고 만다

이때부터 곡식이 자라고
대지에는 일용할 양식들이 넘쳐 난다
풍요로운 세상이 가고 또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면
우리 집 소는 쟁기를 차고 어김없이 대지를 찾아갈 것이고
대지는 스스로 봄길을 열어 주며
아~ 난 몰라 난 몰라
작년처럼 풋풋한 콧소리를 낼 것이다

소는 충직하고, 성실함의 상징이다. 우직하고 순박하여 성급하지 않은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와 여유로움이 있다. 한 평생 쎄빠지게 일만하다가 때가 되면 정육점 홍등 아래 찢긴 사지로 내 걸린다. 가죽은 구두가 되고 지갑이 되고, 머리는 국밥이 되고 혓바닥은 술안주가 된다. 간은 빈혈에 좋다며 시험공부에 지친 어느 고3 수험생의 입에 억지로 들어간다. 등심과 안심은 불판에 올라앉아 제 한 몸을 익혀 상추쌈이 되기도 하고, 창자는 내장탕, 힘줄은 도가니탕, 네 발목은 우족탕. 꼬리는 꼬리곰탕. 몇 방울의 피는 선지탕 그런가하면 갈비탕, 곰탕 할 것 없이 ‘탕탕탕’ 탕이 된다. 그런 소는 황희 정승의 ‘검은 소 누런 소’가 되어 삶의 지혜 한 수를 가르쳐 주고, ‘이중섭의 소’가 되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밭고랑을 뒤집는 보습에서 풍기는 흙냄새를 알고 앞산에 핀 찔레꽃을 보는 커다란 눈과 가끔은 삶을 되새김질하는 소를 ‘소 같은 놈’이라고 폄훼하지 말아야 복 받는다.

 


한국영농신문  agrie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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