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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김치산업을 당구 업계가 선도하나?

- 1년 150억 예산 투입 ‘세계김치연구소’가 놓친 결정적 한 가지, 홍보․마케팅!
- 최성원, 김행직,쿠드롱, 야스퍼스, 당구 프로들이 김치 홍보를 도맡은 현실

#최성원, 김행직, 강동궁, 조재호. 이들이 누구인지 아는가? 안다면 거의 100% 당구 마니아일 확률이 높다. 특히 3쿠션 마니아. 세계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1위를 하며 국위선양중인 대한민국 남자당구 선수들 덕분에 요즘 당구업계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동네에 새로 생긴 당구장도 늘었지만, 당구 전문 케이블방송 빌리어즈 TV를 온종일 틀어놓은 가게나 사무실도 제법 눈에 띈다. 예능 프로그램 ‘7전8큐’엔 연예인들(신수지,UN 김정훈) 이 출연해 당구 큐로 밀어치기․ 끌어치기 시합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반가운 일이다.

더욱 반가운 것은 또 있다. 그건 바로 세계대회에 나선 대한민국 국가대표 당구선수들과 쟁쟁한 외국 프로선수들의 가슴팍에서 발견한 ‘Kim Chi’라는 영문 광고 뱃지.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던 사람들도, 사무실에서 빌리어즈TV를 시청하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와! 김치 광고를 유니폼위에다 하네.” 아는 게 많아 똑똑하단 소릴 자주 듣는 한 친구가 추임새를 넣는다. “우리나라 김치가 이제 그만큼 유명해졌다는 거잖아. 한식세계화 운동 몰라?”

세계적인 당구 스타 쿠드롱 선수의 가슴에 붙은 KIM CHI 광고 [사진 =김치 빌리아드 홈페이지]

그런데, 이번엔,, 그 친구가... 틀렸다. 그 똑똑하다는 친구처럼 우린 모두 다 잘못 알고 있었다. 당구용품 수출입업체 ‘김치 빌리아드’ 김종률 대표의 말이다. “‘김치빌리아드’라는 회사명 때문에 웃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제가 회사명을 김치빌리아드로 정한 이유는 우리 업체가 수많은 해외 명품들의 한국 에이전시이기 때문입니다.” 김대표는 애국자다.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당구용품 수출입회사를 세운 거라 했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죠. 외국인들에게 ‘한국’하면 가장 먼저 김치가 떠오를 것 같아 회사 이름을 김치 빌리아드로 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의 당구용품을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꿈이 있기에 그렇게 이름을 정했습니다.” 대단하고, 훌륭하다. 정부에선 김대표 같은 ‘김치 홍보대사’에게 포상을 해야 마땅하다.

#당구업계에서 김치를 홍보한다? 농식품부가 해야 될 일 아닌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어떤 김치관련 대표단체가 있을까? 당구선수들이 ‘Kim Chi(김치)’ 홍보를 도맡고 있는 현실이 좀 어색해서 자료를 뒤졌다. 그랬더니 우리나라엔 이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세계김치연구소(소장 하재호)’라는 1년 예산 150억원 정도가 투입되는 정부기관이 떡하니 존재하고 있었다. 충격이다. 이런 단체가 있었나? 게다가 생긴 지가 올해로 7~8년이 되어 간다고?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일어났다 사라졌다. 도대체 이 연구소에선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자기 존재도 국민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기관이 김치를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주소가 ‘광주광역시 김치로 86 세계김치연구소’라고 하단에 적혀있다. 궁금증은 더욱 커져갔다.

#요즘 인기리에 방송중인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외국인 소비자들에게 한식 중 불고기,갈비,비빔밥,김치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김치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발효식품이며 2001년 국제식품규격(Codex)에 등록됐다. 2006년엔 미국의 건강전문지(Health)에 일본의 ‘낫또’, 인도의 ‘렌틸콩’, 그리스의 ‘요구르트’, 스페인의 ‘올리브유’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김치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 정도로 추정되며, 국산 김치는 1조 9,836억원(90.4%), 수입 김치는 2,114억원(9.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단체로의 한계 있다면,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해야

#세계김치연구소 홈페이지와 관련기관 자료에는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분야 R&D와 해당 산업을 견인해야 할 임무를 갖는 기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김치산업을 도맡고 있는 책임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조직이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리고 소속은 또 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가? 2010년 지식경제부 소관의 세계김치연구소로 출범해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등 해외 우수 연구소 수준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게 세계김치연구소의 대략적인 윤곽이다.

광주광역시에 자리한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사진=세계김치연구소 홈페이지]

세계김치연구소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펴낸 2017년 보고서에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김치의 글로벌화를 위한 선도기술 개발, ∆김치의 생리대사 네트워크 조절 기술 개발, ∆장내 유해세균 저해 프로바이오틱스 개발 및 산업화 소재 발굴, ∆김치의 부가가치 제고 노력 , ∆ 중소·증견김치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종균산업화 기술개발, ∆김치종균 대량생산기술 및 공급시스템 개발 등등 할 일이 산더미 같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게 빠져있다. 연구하고 논문 쓴다는 포부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자신들의 성과를 알리거나 김치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일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다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조직은 ‘김치분야 R&D와 해당 산업을 견인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1.김치분야 연구.개발 , 2.김치산업 견인 이라는 2가지 과업을 해내야하는 정부단체인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계김치연구소의 거의 모든 역량은 1번의 연구.개발에 치우쳐있어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김치산업은 누가 견인하나? 당구선수들이 큐로 밀고 끌고 해야되나?

#며칠 전 도착한 보도자료 한 건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사단법인 한국김치협회 제3대 회장에 이하연 김치명인이 취임했다는 내용. 봉우리 한정식당을 운영하며 익힌 노하우로 향후 김치소비촉진, 해외시장개척 등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이하연 회장의 말에 궁금증이 솟아올랐다. “세계김치연구소가 해야 할 일을 왜 이하연 김치협회장님이 하시나요? ”

#2011년 ‘김치산업진흥법’이 제정됐고, 2012년 ‘제1차 김치산업 진흥 기본계획’에서 김치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본 방향이 제시됐다. 그 계획의 6번째 항목에 특히 주목해보자. ∆박람회 참가 등 마케팅 활동의 지원, ∆주요 수출국의 현지인 중심의 제품 개발, ∆한식세계화 사업과 연계, 김치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김치수출 및 세계화를 추진.

어떤가? 이젠 세계김치연구소가 할 일은 좀 달라져야 될 것 같지 않은가? 효과적인 홍보 마케팅으로 김치를 K-Pop이나 방탄소년단 같은 반열에 올려놓으라는 요구 따위는 하지 않겠다. 다만, 지속적으로 국내외 언론매체에 김치와 연구소를 노출시켜 김치를 통한 국위선양이라도 좀 해 달라는 것이다. 당구업계가 김치산업을 홍보하는 모습을 어부지리 격으로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셈인가?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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