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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시단] 삽이라는 삶 / 서상규

흰 뼈대를 올곧게 세운 삽이

산을 일으켜 세운 날로 하루를 연다

삼각형의 꼭짓점인 정수리를

가장 낮은 자세로 땅에 박고

한 땀 한 삽 밭을 갈아엎는다

액자식 소설 구조 같은 밭뙈기에

좋은 삽화로 종자를 파종한다

영농일기를 써나가는 펜촉인 양

삽에 힘살을 뻗어 이랑을 돋운다

고된 등허리로 내린 땅거미가

삽날에 산그늘을 거꾸로 드리운다

손때가 반들반들 밴 손잡이로

굳은살 박인 별이 하나 둘 뜬다

 

한 가족으로 서로 어깨를 기댄

농기구 속 깊은 잠결에 길몽을 꾼다

달빛 기운을 은빛 삽날로 받아

가슴 벅찬 햇살로 깨어난다

새벽녘 마을로 내려온 산 그림자를

산마루에 세우며 논으로 나간다

밤새 은하별이 흘러내린 물길에

물꼬를 틔워 밥을 퍼 올리듯

목마르고 허기진 벼 포기에 댄다

논배미들이 위아래 경계 없이

혈통으로 어우러져 물살을 나눈다

한시도 쉴 틈 없는 농사일에

삽날이 그믐 때 반달로 닳아있다

 

아버지가 눕는다. 일생을 일군

산자락에 삽자루 깊이만큼 묻혀

둥근 삽날의 봉분을 쌓아올린다

 

 

 

 

 

 

 

 

<서상규> 약력

 

1955년 출생

유심 신인상 등단

한국영농신문  agrienews@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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