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길' 주최로 8월 6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쌀값보장 농민대회' 현장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쌀값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하락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통계청의 7월 25일 산지 쌀값은 80kg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17만 9,516원. 정부가 약속한 20만원 선은 커녕 18만원 선도 무너져 내렸다.

쌀 농사만 짓는 쌀전업농들은 속이 타 들어간다. 와중에 농협은 1천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쌀 소비촉진 운동에 나선다고 하는데, 쌀 농가들 입장에선 크게 와 닿지 않는 모양새다. 일부 농민단체들은 농협 예산 1천억원을 들여 쌀소비 촉진 운동을 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처사라고까지 꼬집고 있다. 그럴 돈이 있으면 그 예산을 신곡 나락 우선지급금 7만원 보장에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협은 아침밥먹기 운동으로 범국민 쌀 소비 붐을 일으켜 농민들을 돕겠다는 입장인데, 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편의점 ‘모두의 아침밥’, 기업체 ‘근로자 아침밥’ 등을 후방 지원하겠다는 의도.

쌀값 하락이 멈추지 않자 농업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들의 정부에 대한 비판 성명 발표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라북도 농민단체는 산지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에 적극성이 없는 윤석열 정권의 퇴진 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연합, 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가 지난 5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농민생존권 사수를 위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공식화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이 2023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하며 약속한 게 쌀값 20만원 선 보장이었다”면서 “계속 떨어지는 쌀값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쌀 시장격리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시장격리 5만톤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격 하락을 멈출 수 있는 구곡 20만톤 이상이 시장격리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농민단체는 “1년 농사지은 소득(농업소득)이 948만원 뿐인데 어떻게 농사만 짓고 살 수 있겠느냐”며 "최소한의 농민생존권이 보장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 역시 지난 6일 서울역 앞에서 ‘쌀값 대폭락 규탄·농민생존권 사수, 쌀값보장 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국 농민들은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쌀값 보장, 농민 생존권 보장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를 성토했다. 이들은 또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포퓰리즘이라고 내치더니, 산지쌀값 20만 원 보장이란 약속은 어디로 갔느냐”고 절규했다.

여기서 쌀전업농중앙연합회의 주장을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통계조사와 정부의 무대응이 현재 쌀값 하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정부는 2023년 약 9만톤의 수요초과 물량이 있을 것으로 발표했지만 15만톤을 격리해도 유통물량이 남는다는 사실은 정부 통계가 틀렸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정부가 5만톤 격리만을 발표해 오히려 투매현상을 불러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전업농중앙연합회 말대로라면 농식품부의 정책 오류로 인해 쌀값 하락이 발생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에 대한 농식품부의 해명이 어떤 것인지 듣고 싶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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