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태국 세븐일레븐에 진행하는 마라불닭볶음면 디지털 광고 [사진=삼양식품]

[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마라탕은 중국 스촨성에서 유래한 음식인데, 그 매운 맛 인기가 전 세계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시장규모가 날로 커지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약 1천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매년 20~30%씩 증가하는 추세로 보면 2024년 올해는 거의 2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 식품업계들의 ‘마라 맛’ 입히기 열풍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데, 마라왕 비빔면, 킹뚜껑 마라맛, 사천 마라탕면 등 팔도, 농심 등 국내 라면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는 마라짜장, 마라링(양파링 응용과자)도 출시돼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농산촌에서도 수익 작물로 이 매운 맛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마라맛을 내는 데 필수적인 초피·팔각·정향·회향 등에서 초피를 재배해 고수익을 올리는 농부들의 성공담이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것.

그런데 막상 일반인들은 초피가 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초피는 향신료의 일종으로 우리나라 각 지역마다 제피(경상도, 제주도), 지피, 젠피(전라도), 조피(이북), 남추, 촉초라고도 부르는데, 영어로는 보통 Sichuan Pepper(스촨 후추)라고 한다. 바로 이 초피의 맛이 '얼얼한 맛(痲辣, 마랄)'이라고 불리며 중국음식을 비롯한 우리 식제품에도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파두부의 얼얼한 맛도 초피의 매운 맛이다.

마라 맛이 우리 농촌을 변화시킨 상황은 바로 마라 맛의 주원료가 되는 초피를 재배해 해외로 수출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경남 밀양시는 최근 초피 일본수출 선적식을 개최했다. 수출 물량은 47만 5천달러, 1만 2,720kg으로 지난 5월 2만 5천달러에 이은 두 번째 수출이다. 지금까지 수출한 액수가 약 50만달러(한화 약 6억 4천만원)인데, 전년 대배 거의 200% 증가한 수치. 한국에서 재배된 초피는 가격 경쟁력도 높고 품질이 우수해서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재배된 초피의 60~70%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지난 2월 산림청이 산림소득 계획이란 걸 발표했는데, 우리 임산물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2024년 임산물 수출 촉진계획’이 핵심 내용이다. 임가소득과 직접적 연계성이 높은 주요 임산물 20개 품목의 수출실적을 올려보자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산림청은 "품목별 수출액으로 따져볼 때, 산양삼은 233%, 초피는 98%나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고 강조하면서 "(초피 같은) 전략품목을 적극 발굴해서 해외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야 산림소득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일 것이다.

최근 7월 들어서도 산림청은 대전청사에서 임업분야 수출업체 및 수출 유관기관 관계자 30여 명이 모여서 임산물 수출 실적을 점검하고 품목별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초피 이야기가 나왔다.

밤‧감 수출통합조직 육성, 초피 수출협의회 신규 구성, 우수 임산물 패키지 지원사업 등 임산물의 수출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지원을 했더니, 상반기 5월 기준으로 임산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6% 증가한 1억 7,700만 달러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산림청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우수임산물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생산자와 수출업체 간 협업을 통해 임산물‧목재 등 수출품목의 안정적인 생산을 도모하기로 했다. 그 안에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선 ‘초피’가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매운 맛’이 임산물 수출의 방향성 설립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빨간 맛, 매운 맛의 세계적인 인기를 농촌,산촌 수익 증대에 지혜롭게 활용할 때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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