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기획
‘심리’와 ‘물리’ 둘 다 보듬어야 진짜 복지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시행... 물리치료 더 시급한 농촌 노인들
'농촌으로 떠나는 치유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16회 농촌경관 사진공모전' 대상을 받은 <농부의 가을아침(김동선作)>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로써 2027년까지 국민 100만 명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이 사업은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이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오은영 박사가 금쪽이 달래고 심리치료하는 그런 건가?”, “심리상담이 어느 정도까지 심도있게 진행되는 거지?”, “상담 몇 번으로 국민 정신건강이 표 나게 좋아질까?”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일단 초기단계에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정신건강 위험군 8만명, 16만명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2026년부터는 이를 일반 국민으로 확대해 26만명, 2027년에는 50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울증, 불안증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는 최대 64만원 상당의 심리상담을 8회 제공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상담 비용은 소득 수준에 따라 0~30% 본인 부담이고 자립 준비 청년과 보호 연장 아동은 전액 무료다. 또한 오는 9월부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SNS로 마음건강 자가진단도 이용가능하다.

이 같은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에서 지난 6월 26일 발표됐다. 이 회의에서는 또 청년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우울증 검진 외에도 조기정신증 검진도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언급된 프로그램인지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발표가 나오자마자 지자체들의 호응이 뜨겁다. 파주시는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지원 대상은 나이, 소득 기준과 상관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대학교 상담센터·청소년 상담복지센터·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우울, 불안 등으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국가건강검진에서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이 확인된 자(10점 이상) ▲자립준비 청년 및 보호연장 아동 등이다.

경북 경산시 보건소는 4일부터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안동시도 마찬가지. 울릉군 역시 7월 1일부터 우울, 불안 등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민을 위하여 전문적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6일 서울시 소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첫 번째 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 7월부터 전 국민 대상 마음투자 지원사업 실시... 농촌 지자체 호응 높아

앞서 언급한 마음투자 지원사업 대상자들은 ▲정신 의료기관,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학교 상담 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Wee 센터/클래스 등에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국가 건강검진(우울증 선별검사, PHQ-9)에서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이 확인된 자, ▲자립 준비 청년 및 보호 연장 아동, ▲동네 의원 마음 건강 돌봄 연계 시범사업을 통해 의뢰된 자 등이다.

그런데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그건 바로 고령화와 지역 소멸 위기를 일선에서 겪어내고 있는 농촌 지자체를 따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 쉽게 말해 만 65세 이상 노인들 거주 비중이 도시에 비해 훨씬 높은 농촌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농촌의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40%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2024년 통계를 보면 우리 농촌 거주자의 무려 44.7%가 만 65세 이상이 노인들이다.

노인 복지 문제는 고령화라는 말이 화두로 떠오른 이후 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인데, 이런 상황은 농촌의 병원 부족, 돌봄 실행 인력.기관 부재라는 현행 의료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농촌 노인 맞춤 복지를 위한 사회서비스 실태와 정책 과제’ 연구 자료를 발표했는데, 기존의 공적 노인돌봄서비스는 농촌 현실에 적합하지 않고, 노인돌봄서비스 인프라 확충 및 서비스 접근성 개선, 농촌 노인 실수요에 기반한 돌봄서비스 기획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노인 돌봄 실태의 수요 측면을 분석해봤더니 ▲농촌 노인은 돌봄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지원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더 크고 ▲예방적 돌봄서비스가 특히 부족할 가능성이 있으며 ▲필요성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서비스가 이동지원과 외출동행인 것을 확인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주요 노인 돌봄 사업 운영에 있어 지역 상황에 맞게 발휘할 재량권이 적고 ▲도시와 비교해 관련 자원(시설, 인력)이 절대적·상대적으로 적으며 ▲면보다는 읍과 같은 중심지에 집중 분포하는 등 같은 농촌 지역일지라도 격차가 존재하고 ▲이 같은 경향은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은 OECD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노인층(65세 이상)의 연간 자살자 수는 3,500명으로 10만명당 39.9명으로 OECD 평균 17.2명 대비 2.3배나 높다. 80세 이상은 10만명 당 60.6명으로 증가한다. 

특히 남성의 자살률이 높은데, 65세 이상은 10만명당 65명, 80세 이상은 118명, 90세 이상은 122명이다. 이쯤 되면 만 65세 이상 노인이 45%에 육박하는 대한민국 농촌은 더욱 더 ‘마음투자 프로젝트’의 배려 대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농촌의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40%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2024년 통계를 보면 우리 농촌 거주자의 무려 44.7%가 만 65세 이상이 노인들이다. [사진=픽사베이]

◇ 우리나라 농촌엔 노인이 44.7%... 노인 자살률 OECD 1위 대한민국

그런데 도시 노인들 뿐 아니라 농촌 노인들이 심리적으로만 불안하고 두렵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걸까? 혹시 몸이 아픈 걸 미리미리 그때그때 치료하면 심리적 고통은 경감되는 것 아닐까? 즉 병원이 많아서 제 때 치료받고, 멀리 있는 병원에 갈 수 없을 때는 가정방문 치료나 물리치료를 받을 수는 없을까? 의대정원 확대, 간호법 제정, 지역의사제 도입 등은 추후에 논의하더라도, 이전부터 하겠다고 공언했던 농촌 왕진버스 사업의 실효성부터 따져가면서 우선 농촌 노인들의 물리적 고통부터 덜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3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읍·면 지역 47.4%가 기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인구가 감소한 면 지역 약 60%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단 한 곳도 없다. 실제로 70대 이상 고령층 58.8%가 기초생활서비스 가운데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이 가장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그토록 공들여 귀농귀촌을 유도해온 20~30대 젊은 층의 46.9%가 보건의료 서비스가 너무 열악해서 농촌거주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답하는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의 ‘2021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 에 따르면, 농촌의 노인 1인 가구가 병원을 찾아가려면 평균 33.3분 동안 혼자 대중교통(59.5%)을 이용해야만 한다. 만약 정형외과 질환인 골절이나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노인이라면 이마저도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더욱 눈에 띄는 통계가 있는데 흔히 말하는 ‘농부병’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게 허리, 무릎 질환, 즉 정형외과 질환이라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촌인구의 근골격계 질환이 80.9%로 1위를 차지한다. 고령화 농촌이라는 우리 농촌 특성상 농민들의 정형외과질환 실태는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농촌 순회 진료 마을주치의 도입’도 언급했다. 기력이 약해 읍내 병원으로 찾아갈 수 조차 없는 농촌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동형 방문진료를 확대하겠다는 뜻. 그리고 또 대선 공약으로 요양 간병비 급여화, 치매 등 노인성 장기질환 국가 책임 강화,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 확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런 것 말고 당장 농촌 노인들의 고통을 해결해줄 방법은 없을까? 있긴 있다. 물리치료사나 운동치료사가 농가를 방문해 정형외과 질환을 앓는 노인들의 상태를 돌봐줄 수 있다는 것. 이른바 방문 물리치료사의 활용이다. 물론 의사의 진료나 처방을 기본으로 한다. 전 국민의 마음건강을 위한 마음투자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마땅히 물리치료를 위한 가정방문 물리치료 프로젝트 역시 병행되어야만 한다. 농촌 노인들이 마음이 아픈 게 몸이 아파서 뼈마디가 쑤셔서 그런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 심리 치료와 더불어 가정 방문 물리치료도 시급해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아직은 불가능하다. 의사협회가 물리치료사의 방문 물리치료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심화되어가는 고령화 시대의 농촌에서 가장 필요한 진료분야가 정형외과 분야임에도 방문 물리치료사는 현행법 안에서는 그 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려있다. 이 시점에서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다.

방문 물리치료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거의 20년 가까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 20대 윤소하 의원(정의당) 등이 물리치료사 법안을 내기도 했다. 법안은 물리치료사들에 대해 그 특성에 맞게 업무 범위, 자격, 면허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는 의사협회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심리와 물리, 둘 다 보듬는 게 진정한 치유다. 윤석열 정부는 그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병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