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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더 머뭇거릴 이유 없다숙취해소 콩나물, 눈에 좋은 깻잎, 당뇨엔 당조고추 등 농산물 판매 활성화 기대
당조고추는 ‘기능성’이라는 날개를 달고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aT]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이름을 붙이고 제목을 달면 그 뜻이 더욱 명확해진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 트로트 가수는 이름 앞에 ‘트바로티’라는 별명이 붙어 더욱 유명해졌다. 세계적 성악가 파바로티라는 인물이 지닌 압도적 명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때문에 그 트로트 가수 이름을 딴 법안 ‘김호중법(가칭)’도 추진중인데 ‘사고 후 추가 음주’를 처벌하는 내용.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식음료나 농산물 중에도 그 앞에 별명이나 효능(기능성)을 덧붙이면 더욱 잘 팔리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게 수두룩하다. 숙취해소의 왕이라고 자타 공인하는 콩나물에서부터 눈 건강에 좋은 깻잎, 당뇨 환자에 도움이 되는 당조고추 등 그 이름을 나열하자면 사실 끝도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땅에서 자라난 농산물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그 효능과 기능성을 이름 앞에 붙일 수 없다, 숙취 해소에 아무리 좋더라도 콩나물, 칡, 헛개나무, 귤, 인삼, 바나나, 오이, 달걀 등의 이름 앞에 ‘숙취에 좋은’ 이라든가 ‘ 술이 확 깨는’ 이라는 효능을 포함한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것이다. 대신에 그 농산물들을 재료로 만든 공산품, 즉 시판되는 음료나 기능성 식품 등에만 효능을 표기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컨디션’, ‘여명 808’, ‘깨수깡’ 등 숙취해소음료에만 ‘숙취해소에 좋다’ 는 등의 문구가 추가될 수 있다.

그래서 농산물들은 그동안 공산품에 밀려 그 효능을 제대로 자랑할 수 없었다. 바나나는 칼슘, 마그네슘이 위산을 중화해서 숙취에 좋고, 오이는 그 차가운 성질로 인해 체내에 쌓인 열을 완화시켜 숙취에 좋고, 콩나물은 콩나물 머리의 비타민B1, 몸통의 비타민C가 알코올 분해 속도를 높이고 뿌리의 아스파라긴산이 숙취의 주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한다는 식의 홍보를 할 수 없었던 것.

나주 배주스는 ‘Bae Juice(배 주스)/ korean pear juice(코리안 페어 주스)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호주로 수출된다. [사진=농촌진흥청]

◇ 우리 농산물 본연의 기능성, ‘기능성 표시제’가 없어 담장 안에 갇힌 꼴

하지만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기능성 식품이나 음료 개발은 수십 년 째 꾸준하다. 지난 2023년 (재)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은 바이오기업인 바이오모아메디칼과 전주미나리 숙취해소 추출물 특허와 상표권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미나리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강력한 해독 효능 및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는 게 두 단체의 의기투합 이유. 특히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은 동물실험을 거쳐 미나리 추출물의 알코올 분해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특허권을 취득했다. 나아가 숙취해소 시제품 ‘깨나리’를 개발, 상표권도 확보했다.

이런 케이스는 사실 나열하자면 무척 많다. 지난 2020년에는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농협식품이 7가지 국산 한방원료를 배합해 ‘숙취비책 한방에’라는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세계 숙취해소 시장이 오는 2032년에는 약 68억 달러(우리 돈 환산 약 9조 4천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세계 식음료시장 전망에 따른 것.

농협식품의 ‘숙취비책 한방에’ 제품에는 울금, 헛개, 칡, 오미자, 구기자, 흑마늘, 인진쑥 등을 고농축 천연 우리농산물 재료가 함유되어 있어서 숙취해소에 효과가 크다는 게 농협식품의 설명. 만약 이 제품이 세계적인 인기를 끈다면 이른바 ‘K-숙취해소음료’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로컬 농산물들을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브로컬리컴퍼니)도 존재한다. 바로 여기서도 제주 감귤 껍질로 숙취해소제 '어글리시크 술깨스틱' 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중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트나 시장에서 팔리는 공산품은 아니지만, 입소문이 제대로 퍼져서 해외에서 인기 높은 우린 농산물 가공식품도 위세등등하다. 바로 나주 배로 만든 배 주스. 한국을 찾은 호주 관광객이 숙취로 고생하다, 마셔보고 효능에 반해 호주로 돌아가 수입을 추진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나주 배주스는 ‘Bae Juice(배 주스)/ korean pear juice(코리안 페어 주스)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호주로 수출된다.

그러다보니 호주 전역에 있는 980개의 Woolworths(울워스) 마트에서 한국산 배즙이 팔린다. 미국 코스트코에 나주 배주스가 입점하는데 호주 수출이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나주시장이 직접 호주 뉴질랜드로 날아가 각 2개 업체와 총 970만 달러(132억 6,960만원) 규모의 배, 배즙, 쌀, 김, 김치 수출 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경북 예천에서도 숙취해소에 탁월하다고 자랑하며 세상에 내놓은 대표 농산물이 있다. 바로 ‘예천 참복숭아’다. 식이섬유가 풍부할 뿐 아니라 숙취해소, 체내 니코틴 제거 등에 탁월하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있다.

오디는 뽕나무 열매인데, 오디가 소화·위장관 운동 기능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음을 최근 농진청이 밝혀냈다. [사진=농촌진흥청]

◇ 전주미나리, 제주감귤껍질, 나주 배, 예천 복숭아 등 숙취해소 탁월 농산물 즐비

사실 우리 농산물의 기능성, 효능은 정부 차원에서도 꾸준히 자체 연구결과를 세상에 알려왔다. 우리 농업과 농촌이 농식품 부가가치 창출의 제1지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아울러 국산 농산물들이 우리 신체 기능을 대폭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식품·의약품 산업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관계 기관이 홍보중인 몇 가지만 간추려 봐도 우리 농산물의 기능성은 탁월하다. 우선 오디. 알다시피 오디는 뽕나무 열매인데, 오디가 소화·위장관 운동 기능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음을 최근 농진청이 밝혀냈다. 이로써 기존 장폐색 등 다양한 위장관 운동 저해 상황에서 사용되다 판매중단 된 ‘시사프라이드’라는 약제를 대체할 농식품으로 오디가 최우선으로 꼽히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 동결건조 오디 분말(1g/㎏)을 투여했을 때 위장관 이송률이 82.4%나 높아진 사실이 확인됐다. 그야말로 탁월한 효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 세계인들의 관심 키워드 1위라고 할 수도 있는 ‘다이어트’에 효능이 뛰어난 게 우리 농산물 중에 있다. 바로 팥순이다. 이는 팥 종자를 싹을 틔워서 키운 것인데, 이 팥순 추출물에 체지방 감소 효능이 엄청나다는 점을 농진청이 밝혀냈다. 이 핵심 기능성 물질 ‘아주키사포닌 II’는 지방 형성을 약 36%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 팥순 추출물을 10주간 섭취한 실험용 쥐 체중이 약 14% 감소, 체지방량 약 25% 감소, 근육량 약 10% 증가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밖에도 농진청은 국내산 미나리는 대장염 개선에 탁월하고, 귀리 껍질은 여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탁월하며, 강황은 간 건강과 체지방 개선 효과를 지녔고, 쑥부쟁이는 알레르기 증상 완화 약제의 대안으로 꼽을 만 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위에서 언급한 6개 작물뿐만 아니라 여러 국산 농산물을 활용해 기능성원료 국산화,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소비자 열 명 중 6~7명 (정확하게는 65%)가 국내 신선농산물에 기능성 표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농촌진흥청 '신선농산물의 기능성 표시에 관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른 내용. 답변을 분석해보면, 소비자들은 기능성 표시 필요 이유로 소비자의 알 권리 확대(69.6%) > 농산물 구매 시 선택의 폭 확대(54.6%) > 농산물 기능성에 대한 신뢰성 충족(41.7%) 순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인 농민들 역시 66.6%가 신선농산물에도 기능성 표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농산물에 대한 경쟁력 확보(76.8%) > 소비자가 원할 것 같아서(53.2%) > 마케팅에 유리해서(40.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작년 7월 한국산 깻잎이 일본 소비자성에 기능성표시식품으로 등록됐다. [사진=aT]

◇ 기능성 입증 신선농산물의 ‘기능성 표시제도’ 시행 찬성 70% 육박

실제로 일본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기능성표시식품제도를 도입해 시행중인데, 우리나라 깻잎, 당조고추 등이 일본에서 기능성 표기를 하고 팔려나간다. “한국산 깻잎, 로즈마린산 성분이 눈 불쾌감과 꽃가루 알레르기를 완화시켜 줍니다”라는 식이다. 일본에서는 히로시마 감귤 (표시 기능성 성분 = 베타-크립토크산틴 ), 히나토마 가바 토마토 (표시 기능성 성분 = 가바), 프라임 애플(표시 기능성 성분 = 사과유래 프로시아니딘), 루테인 시금치 (표시 기능성 성분 = 루테인) 등 30여 개의 농산물이 기능성 표시 허용 품목으로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농산물에 대한 기능성표기 제도가 검토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 농식품부와 식약처 등 부처 간의 합의 도출 실패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반발 등으로 수차례 뒤로 미뤄져온 게 사실. 하지만 국민 3명 중 2명 이상(생산자 소비자 포함)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신선농산물 기능성 표시제’를 더 미룰 이유는 없어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국내 농산물의 건강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농업인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딱 부러진 대답은 아닌 것 같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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