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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업 '원천기술' 개발 박차... 일부 제품 국산화 요원식물바이러스 진단키트 성공사례... '농약 원제 91% 수입' 등은 숙제
고추 바이러스병 초기 증상 [사진=농촌진흥청]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사람에게 치명적이라서 전 세계인들이 몇 년 간 공포에 떨었다. 마찬가지다. 동물·식물에게도 바이러스는 많은 피해를 입힌다. 우리가 매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가 대표적인 동물 바이러스다. 그런데 동물에 비해 식물에 피해를 입히는 바이러스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사람들의 입에 잘 오르내리지도 않는다. 그 피해만큼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인데도 그렇다.

수박, 오이, 참외에 발생하는 오이녹반 모자이크바이러스(CGMMV)를 예로 들어보자. 요즘 한창 제철을 맞아 인기 높은 참외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생긴다. 발생 초기에 참외 열매에 모자이크 증상이 나타나고 심각한 생육불량이 생겨나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바이러스는 수박에서도 나타난다. 별도로 수박모자이크바이러스(WMV)라고도 하는데 잎이 얼룩덜룩해지면서 잎맥 주변에 짙은 녹색 띠가 만들어진다. 주로 진딧물에 의해 전염되는데 수박 재배 농가에 매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이밖에도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순무모자이크바이러스(TuMV), 자두곰보바이러스(PPV) 등이 토마토, 자두 농사에 복병인 바이러스들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동물 바이러스 연구는 활발하지만, 식물 바이러스병에 대해서는 연구나 방제법 등이 부족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농촌진흥청은 농작물 병충해 중 치료약제가 없는 식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식물 바이러스 간이 진단 기술을 개발, 간이 진단 키트를 농가에 보급 중이다. 이를 이용해 농민들이 간단하게 코로나19 간이진단을 하듯이 농작물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 대처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설명에 따르면, 이 간이진단 키트 보급으로 식물 바이러스 피해를 예방함으로써 약 7천 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냈다.

여기서 좀 더 의미 있는 사실은 이러한 진단 키트가 국산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즉 국산화를 이루어낸 것. 국산화로 연간 1억 천만 원 정도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어냈다는데 액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간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 국산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식물 바이러스의 간이 진단 기술과 함께 동시 진단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도구(키트)의 조기 상용화를 위한 업체 대상 기술 설명회도 열었다. 2년 전 이맘 때 농촌진흥청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도구(진단키트) 기술이전 설명회’ 참여 기업을 모집한 바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영농 현장에서 2분 이내에 식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파악할 휴대용 진단도구 총 20~30종을 개발해 전국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역시 식물 바이러스 치료제 및 항체 생산 원천기술 개발로 바이러스 진단 키트 생산비용을 30% 절감하는 등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원예작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개발한 진단키트 [사진=농촌진흥청]

◇ 식물 바이러스 간이진단 키트 개발, 국산화 박차... 농업원천 기술 개발 성공 사례

스마트팜 분야에서도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 지원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에 대학교도 나서서 연구에 열을 올린다. 이는 스마트팜 융합ㆍ원천기술 개발 집중 지원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특히 국립 순천대학교는 ▲스마트축사 환경 및 사양관리 통신기술 검증 및 상용화 (스마트농업전공 이명훈) ▲스마트축사 구축을 위한 복합환경 멀티센싱 통합관리 시스템 개발(스마트농업전공 이명훈) ▲지능형 분무경 수경재배시스템 개발 및 재배기술 최적화 (원예학과 이범선) 등의 과제가 정부 기관(농진청, 농기평)에 의해 선정됨으로써 원천기술 개발의 선두에 서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27년까지 스마트 온실 30% 이상 확대 및 스마트팜 수출 연간 8억달러 규모로 확대 등의 스마트농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는데, 스마트팜의 핵심기술이자 최신 트렌드인 수직농장에 대한 원천 특허를 보유한 국내기업이 지난해 말 충남 당진에 1만 평에 가까운 스마트팜 복합단지를 완성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팜 수출은 2억 9,600만 달러(4,025억 6천만원)로 전년(1억 3,700만 달러) 대비 115.9% 증가했다.

농약(작물보호제) 수출도 2억 4,500만 달러(3,332억원)에서 4억 9,900만 달러(6,786억 4천만원)로 103.2% 늘었다. 하지만 한국 작물보호제(농약)산업은 원천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유명하다. 농약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제 수입 의존도가 무려 91%를 넘는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농약의 대부분이 수입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비관적으로 바라보면 원료 수입이 끊겼을 때 우리나라는 농약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뜻이다.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농약시장 규모는 약 1조 8,138억 원 정도다. 세계 농약시장 규모를 따져보면, 신젠타 바이엘 등 10대 글로벌 기업이 약 65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2021년 기준). 우리 돈으로 환산해 약 88조~90조원 대의 시장이다.

농약 원제 수입이 90% 이상이다 보니 국내 농약시장은 환율 변동이나 원자재 수급 현황에 초민감한 상태다. 하지만 1977년 국내 ‘최초’로 농약원제 생산을 시작한 팜한농이 있어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팜한농은 그간 자체 개발한 5가지의 신물질 원제를 바탕으로 국내외에 유통시키고 수출까지 하는 농약원제 생산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팜한농 한 회사만으로 농약원제 국산화가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정부가 K-농약 수출 호조세를 이어감과 동시에 농약원제의 수입 의존를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올해부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 3월 브라질의 작물보호제 기업 '오로피누' 일행이 팜한농을 방문해 브라질과 남미 시장에서 테라도의 판매 확대를 논의했다. 김무용 팜한농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마르셀루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팜한농]

◇ 스마트팜, 농약원제 등 농업 원천기술 부족현상 심화.... 대책은?

농업용 드론도 원천기술 부족현상은 마찬가지. 중국산 드론 의존도가 농업분야에서 거의 절대적이라는 지적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 주요 농업·임업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드론 10대 중 8대가 중국산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 농촌진흥청 등의 드론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해서 발표했다. 총 8개 농업·임업 공공기관 보유 드론 482대 중 81.3%인 392대가 중국산 드론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국내 농기계 국산화를 위해 연간 약 7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기계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꼽히는 드론에 있어서는 오히려 중국산 제품 사용과 구입 지원비만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작물보호협회 조성필 상무는 “농약산업은 대외변수에 매우 민감한 산업이다. 농약 신규원제는 생물활성연구, 합성연구, 제제연구 등 안전성 연구의 과정을 거쳐 14만분의 1의 성공확률과 10~15년의 오랜 개발기간이 소요된다. 개발 비용만도 약 3,700억 원 이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는 1980년부터 2021년 까지 424개, 연 평균 10.3개의 신규원제가 출시됐고 국내 기술로는 7종의 신물질 농약 원제가 상용화 됐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는 1.7% 수준에 불과하다. 농약 산업계가 R&D 투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개발 및 제도개선, 국가 차원의 신규원제 개발비용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국산 원제가 상용화되면 그게 수출확대로 직결되고, 이로써 국가 경제 성장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한국작물보호협회의 꾸준하고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어디 작물보호제 뿐인가. 드론도 그렇고 스마트팜도 마찬가지다. 식물바이러스 진단 기술도 당연히 국산화 비율이 현재보다는 월등히 높아져야만 한다. 농산업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고 수입에 기대고 있을 때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내내 되새겨 볼 일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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