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댓글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지난달 말 숨진 국정원 소속 정 모 변호사 유족이 사망 경위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정 씨의 유족과 변호인단은 2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정 씨 유족 측은 사망 당시 차량 내부 사진을 제시하며 "차 내에서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다"는 경찰 발표에 반박했다. 유족 측은 뚜껑이 열린 채 술이 가득 담긴 소주병이 있었다면서 고인이 이산화탄소에 질식하면 몸부림 치면서 술병이 쓰러지고 술이 쏟아졌을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또한 조수석 측 발을 놓는 매트 위에 번개탄을 피운 부분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차량 내부 사진에는 매트 위에 호일이, 호일 위에는 소주병 2개가 누워 있었다. 정씨 유족은 소주병을 눕히고 그 위에 번개탄을 올려 불을 붙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 측은 "호일에는 타거나 구명이 뚫린 흔적이 없는데, 소주병에는 매트가 불타서 들러붙은 흔적이 남아있다. 경찰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사건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았는지 등 납득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정씨 유족은 부검 결과 정씨의 칼륨 농도가 높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유족 측이 밝힌 정씨의 혈중 칼륨 농도는 15mEq/l(밀리에크바렌트), 이는 정상치(3.7~5.3mEq/l)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은 상태로 7.0mEq/l이 넘으면 심정지가 온다는 것이다. 칼륨은 안락사 때 쓰는 대표적인 성분이다.

마지막으로 정씨가 쓰던 휴대폰 3개 중 2개가 사라진 점, 차 안에 유서는 없었으며 서로 다른 필체가 적힌 메모지 한 장이 있던 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국정원 댓글 관련 수사를 받던 정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저녁 강원도 춘천시 소양감댐 인근 한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지환 기자  jhk@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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