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태양광 발전이 축산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건 지난 2015년 뉴스다. 축사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서 전기를 생산하면, 전기를 팔아 생기는 수익을 농가가 챙길 수 있다는 것. 당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활성화시키는데 축사나 축산시설을 활용하자고 팔을 걷고 나섰다.

상황이 급변한 이 뉴스는 지난 2019년에 나왔다. “농촌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늘면서 농지전용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확보해야 할 최소농지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과 4~5년만에 온도차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건 또 언제적 뉴스일까? “대한한돈협회가 축산농가를 바이오가스 민간 의무 생산자로 지정한 환경부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축산농가를 바이오가스 민간 의무 생산자로 지정하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바이오가스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지난 4월 28일부터 6월 9일까지 43일간 입법예고 했다.“ 이건 다름아니라 2023년 바로 지금 나온 뉴스다. 

뭐가 이리도 자주 변하는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바이오가스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돼지 2만 마리 이상을 키우는 축산농가는 바이오가스를 자체적으로 의무 생산해야 한다. 이는 곧 축산농가에게 소규모 발전소를 운영하라는 뜻이다. [사진=한돈자조금]

◇ 늘 우왕좌왕하는 에너지 대책, 이젠 축산농가에 덤터기 씌우나?

앞서 언급했듯 「바이오가스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돼지 2만 마리 이상을 키우는 축산농가는 바이오가스를 자체적으로 의무 생산해야 한다. 이는 곧 축산농가에게 소규모 발전소를 운영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렇게 하지 않을 땐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게 타당한 걸까?

돈은 얼마나 들까? 정부의 에너지 생산대책에 동조하는 것은 둘째 치고 축산농가는 우선 돈걱정이다. 대한한돈협회가 정부안대로 2만 마리 사육 양돈장에 부과될 과징금을 돈으로 계산해봤더니, 환경부가 생산 목표율 10% 적용(2026~2030년)시 월 230만 원, 연간 2700만 원이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생산 목표율을 50%로 상향하면 월 1200만 원씩 연간 1억 4400만 원, 100%까지 오르면 월 2200만 원, 연간 2억 6400만 원의 과징금이 매년 부과될 것으로 계산이 나왔다.

축산농가가 봉인가? 이에 한돈농가는 “축산농가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화 즉각 철회하라”라고 항변하며 들고 일어섰다. 조목조목 따져보니 축산농가의 주장에 어긋난 구석이 없어 보인다. 일단 성명 내용을 보자.

# "환경부는 축산농가를 바이오가스 민간 의무생산자로 지정하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바이오가스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4월 28일 입법예고 했다. 입법 예고된 시행령에는 돼지 2만두 이상 농가에 대해 내년부터 바이오가스 생산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현재에는 가축분뇨 발생량의 10%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2035년부터는 50%, 2050년부터는 80%를 부과토록 하고 있어, 앞으로 적용 대상 농가 수를 늘리고 타 축종까지 확대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환경부가 왜 갑자기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이런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는가이다. 또한 이런 정책을 농가와 머리를 맞대고 상의라도 한 번 해본 적이 있느냐는 것도 포함된다. 탁상행정이라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 "축산농가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기 위해서 가축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가축사육업 등록이나 허가를 받을 때 바이오가스 생산하겠다고 약속한 바도 없다. 왜 축산농가가 바이오가스를 의무 생산해야 하고, 생산하지 않으면 범법자에게나 부과되는 과징금을 납부해야 하는가? 명백한 축산농가에 대한 핍박이며, 부당한 행정규제이다. 누가 보아도 바이오가스 촉진법에 따른 과징금은 ‘탄소세’이다. 1개소당 시설비가 100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바이오가스 시설을 축산농가가 설치할 수는 없다. 결국 과징금을 납부받아 바이오가스 설치 지원비용으로 쓰겠다는 눈에 보이는 얄팍한 정책이다. 탄소 총 배출량의 1.3%에 불과한 축산분야가 마치 탄소배출의 주범인 양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힘없고 사회적으로 약자인 축산농가를 핍박하는 것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인가?"

농가의 주장대로 환경부가 말하는 그런 발전 시설 설비비가 100억 원이 넘는다면, 이건 정책이 아니라 ‘수탈’에 가까운 정부, 특히 환경부의 몰상식한 행태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농민이 만만해서 이런 정책이 튀어나오는 거라는 반발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 "우리 한돈농가는 바이오가스 촉진법에 따른 축산농가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화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러한 부당한 탄압과 근거없는 법령에 대응할 것이며, 행정 소송을 통해서라도 부당한 법령을 바로 잡을 것이다. 축산농가를 범법자로 취급하는 환경부와 이를 눈감아 주고 정당성도 없는 법령을 묵인해 주고 있는 국회에 경고한다. 즉각 바이오가스법을 철회하고 축산농가에 대한 생산 의무를 제외하라!"

축산농가, 특히 한돈농가는 행정소송까지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법령을 국회에서까지 묵인하고 있다며 입법부 국회까지 성토 중이다. 국회는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걸까 궁금해진다. 만약 알고도 이러는 것이라면 국회는 직무유기를 넘어 농민에 대한 폭압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가스란 미생물 등을 이용해 하수나 동물의 분변 등을 분해할 때 생산되는 수소나 메탄 등 가스로, 폐자원에서 추출한 에너지원을 말한다. 지난해 공포된 「바이오가스법」은 공공과 민간에 바이오가스 생산목표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국립축산과학원]

◇ 환경부는 왜 이렇게 황당한 대책을 내놓았을까? 국회는 뭐하고 있었을까?

알다시피 바이오가스란 미생물 등을 이용해 하수나 동물의 분변 등을 분해할 때 생산되는 수소나 메탄 등 가스로, 폐자원에서 추출한 에너지원을 말한다. 지난해 공포된 「바이오가스법」은 공공과 민간에 바이오가스 생산목표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생산목표율이나 민간 바이오가스 의무생산자의 범위 등은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 하위법령안에 따르면 공공 의무생산자는 2025년 50%를 시작으로, 2045년부터는 80%의 생산목표율이 부여된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바이오가스 장기 생산목표율, 민간 바이오가스 의무생산자의 범위 등을 정한 「바이오가스법」 하위법령안을 4월 28일부터 6월 9일까지 43일간 입법 예고에 나섰다. 그런데 환경부 생활하수과라는 곳에서 지난 4월 말 낸 보도자료를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민간 의무생산자는 2026년 10%를 시작으로, 2050년부터는 80%의 생산목표율이 부여된다며, 기반시설 구축 기간 및 의무생산자의 적응기간을 고려해 생산목표제 시행 초기 5년 간은 시작 생산목표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인 민간 의무생산자는 민간 생산목표제 시행 1년 전인 2025년부터 매년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기도 하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는 이번 하위법령 제정으로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가스화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이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될 것이라고 한다. 말로는 무슨 일을 못할까 싶은 환경부의 안하무인적 태도에 놀랄 따름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환경부가 사전 법률 검토 보고서에서 민간의무대상에 한우·젖소 100 두, 돼지 1만 두, 가금류 5만 수 이상의 축산농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라면 축산업계에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은 축산농가와 함께 환경부가 이런 황당한 정책을 어떻게 진행시키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반드시 바로잡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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