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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는 커녕 방문 물리치료도 못하는 농촌, 누가 살까?지방에 불어닥친 의대 유치 열풍... 아동·노인 돌봄과 필수의료 정비부터 해야
병원 수술실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의대로 의대로! 이른바 ‘의대 쏠림’ 현상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일시적 유행을 넘어 마침내 사회문제로도 급부상하는 분위기. 40대 중반 의과대학 1학년생의 인생 스토리가 언론에 등장하고, 몇 년을 투자해도 의대만 가면 성공이라는 의대합격 ‘N수생’들 회고담도 인터넷 세상엔 차고 넘친다.

이공계 대학 졸업생이 회사에 취직해 퇴직할 때까지의 총 임금과 의사로 정년 없이 80세까지 일했을 때의 총임금을 비교하는 구체적인 도표까지 등장했다. 의사가 돈 많이 벌고 안정적인 직업이니까 인기인 게 당연하다는 의견에서부터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적 분위기라는 경고까지, 의대를 향한 시각의 스펙트럼은 무척 다양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충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지방자치단체·대학 등을 망라해 전국의 12곳에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포함) 유치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 장들은 의대 유치만이 지역소멸 현상을 막고 해당 지자체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라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심지어는 정부를 압박하는 성명이나 호소문도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의대 설립 요구 지자체는 호남(전라)권 3곳(목포대 의대·순천대 의대·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영남(경상)권 4곳(안동대 의대·포스텍 연구중심의대·창원대 의대·부산 방사선의대), 충청권 3곳(공주대 의대·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아산 경찰대 의대) 등 지방 10곳. 이밖에 수도권(인천대 의대·동두천 대진대 의대) 2곳 등 모두 합쳐 12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유치전 양상도 다양한데,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세를 과시하는 지자체들도 눈에 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경남 창원에 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근거로 참석자들은 ‘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지역 의료 붕괴 현실화’를 우선으로 꼽았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잇따라 병원을 그만두면서 의사부족으로 고민중이라고 한다. 의료원이 연봉 4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4번이나 공고를 냈는데도 오겠다는 의사가 없다고. 경남 산청 보건의료원 역시 연봉 3억 6천만 원을 내걸고 의사를 구했지만 1년 가까이 구할 수 없었다.

전남 여수에 대학병원 설립을 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정치권이 둘로 쪼개져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화제다. 전남대학병원 여수분원 설립을 주장하는 쪽과 국립순천대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여수엔 대학병원을 광양엔 간호대학을 유치하자는 쪽이 맞서고 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인데, 이러한 지자체들의 의대설립 요구는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자는 데에서는 이견이 없다. 한마디로 의대가 있어야만 사람들이 지방에 살러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주인구, 생활인구는 의료시스템이 있어야만 증가하거나 최소한 감소하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가 아픈데 갈 병원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는 것. 거동 불편노인이 치료받으러 한 시간씩 마을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그 어느 누가 농촌 지자체에 살러올지 의문이다.

지자체들의 의대설립 요구는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자는 데에서는 이견이 없다. 한마디로 의대가 있어야만 사람들이 지방에 살러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픽사베이]

 

◇ 의대쏠림 현상과 지자체 의대 유치 총력전... 지역소멸 막는 유일한 방법?

이렇듯 지자체,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농촌 지자체에서는 의료 공백 사태가 빚어지고 의대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 따라서 의대 유치 경쟁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의대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의대정원 확대를 비롯한 아동과 노인들에 대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라고 의견일치를 보인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늘 목격해왔듯,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함에도 의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반대가 의료인력의 숫자를 늘리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의료계와 의사들의 이런 행태에 지자체들은 의대유치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 단순히 의대를 유치하고 의대 정원만 늘려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해당 지자체 의대를 졸업하고도 의사들이 그 지역에서 일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 그래서 지역 의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졸업한 의사들은 해당 지역에서 일정기간 의무복무 시키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의사들을 믿지 못해서 생기는 어찌 보면 참 한심한 일이 지역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대 신입생 정원은 2006년부터 2023년 올해까지 해마다 3058명으로 고정불변이다. 18년 째 3058명이다. 그나마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400명 늘려 10년 동안 의사 수를 4천 명 정도 늘리자고 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파업에 나서는 바람에 의대정원 확대 추진 논의는 중단되고 말았다. 이 역시 한심하고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2021년 말 기준 국내 인구 1천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는 2.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3.7명의 6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나마 서울은 낫다. 농촌지자체는 의사 수 절대부족현상을 겪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의 ‘2021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 에 따르면, 농촌의 노인 1인 가구가 병원을 찾아가려면 평균 33.3분 동안 혼자 대중교통(59.5%)을 이용해야만 한다. 만약 정형외과 질환인 골절이나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노인이라면 이마저도 가능하지 않다. [사진=픽사베이]

 

◇ 의대정원 18년째 3058명... 의사 파업은 의사 수 늘리기와 의대정원 확대 걸림돌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단체가 지난 3월 29일 수입 감소를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현재 상태로는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지난 10년 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5%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 역시 사실상 30년째 동결됨에 따라 , 진료비가 동남아 국가의 10분의 1 수준인 현실에서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일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되는 농촌지자체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 읍에 소아과가 하나 있을까 말까 한 현실에서 소아과가 더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그야말로 유아나 어린이들은 갈 병원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

하지만 유아나 어린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촌지자체에서는 거동 불편 노인들의 병원진료가 그야말로 히말라야 등반이나 킬리만자로 등정만큼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의 ‘2021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 에 따르면, 농촌의 노인 1인 가구가 병원을 찾아가려면 평균 33.3분 동안 혼자 대중교통(59.5%)을 이용해야만 한다. 만약 정형외과 질환인 골절이나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노인이라면 이마저도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요양 간병비 급여화, 치매 등 노인성 장기질환 국가 책임 강화,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 확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역시나 ‘농촌 순회 진료 마을주치의 도입’도 언급했다. 기력이 약해 읍내 병원으로 찾아갈 수 조차 없는 농촌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동형 방문진료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마을 순회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운동처방사’도 노인생활권에 배치한다면, ‘방문 물리치료사 제도’를 도입해 정형외과질환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번번히 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는 방문물리치료사 제도 도입 역시 치매 요양간병비 급여화 만큼이나 농촌 노인들에게는 절실하다. 물리치료사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거의 20년 넘게 꾸준했지만, 물리치료사 법안 역시 의사협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 모양새다. 간호사들은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이라는 주장으로 간호법이 제정.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들은 늘 그래왔듯 파업으로 이를 무산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의료혜택을 못 받는 이들에게 방문물리치료사 등의 이동형 방문치료가 의사들이 앞장서서 반대할 일인가? '부모돌봄법'이라는 「간호법」을 의사들이 파업하며 막아서 얻는 이익이 대체 뭔가? 의대정원 확대는 논의조차 못하게 하고, 국민건강을 위한 이런저런 다양한 제안이나 법률을 사사건건 막아서는 의사들은 대한민국의 구성원이긴 한 것인지 따져 묻고 싶다.

농촌이 무너지면 병원도 잘 될리 없다. 의료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지역소멸 현상 앞에서 위축된 농촌지자체 사람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재는 뿌리지 않았으면 한다. 농촌과 지역 사람들도 치료받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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