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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립산림과학원 배재수 원장"국민의 생명과 삶의 질, 임업인의 생계에 도움되는 영향력 있는 연구할 것"

[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우리 국토의 70%가 산지라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익히 알고 있다. 한국전쟁을 거치고대부부의 산에는 나무가 없었다. 보릿고개를 넘기고 먹고 살만해질 무렵인 1973년부터 국가가 주도해 '녹화사업'을 시작했다. 산을 푸르게 만들고자 사람들은 틈만 나면 민둥산에 올라 나무를 심었다. 5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산림녹화의 성공 신화를 썼다. 하지만 빨리 먹은 밥이 체하는 법이다. 

빨리 자라는 나무 위주로 심어서 경제림이 별로 없는게 우리 산림의 문제다. 수고는 하였으나 대가를 못받고 있는 셈이다. 명성에 걸맞은 실속이 없으니, 명실상부(名實相符)하다고 말할 수 없다. 숲을 고치고 새롭게 해서 더 가치있게 만들자는 시도는 환경파괴라는 우려와 반대에 번번히 막혔다. 우리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나무를 꺾어선 안된다'는 신앙 때문이기도 하다. 이같은 모순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이다. 환경도 지키면서 산림의 가치도 올려야 하는 난제가 국립산림과학원에 떨어져있다. 배재수 원장은 취임과 함께 '숲과 과학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비전을 세웠다. 그가 말하는 우리 숲의 미래와 국립산림과학원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국립산림과학원 배재수 원장

- 국립산림과학원은 국가연구기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산림과학원이 하는 일을 국민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

국립산림과학원은 1949년에 설립되어 올해 74주년을 맞이한 산림청 소속 연구기관이다. 국내 유일의 종합 산림연구기관으로, 산림의 다양한 가치를 유지, 증진하고 국민 행복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숲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숲에 존재하는 각종 생물의 유전자 분석, 생태환경 보전, 산림자원과 목재 활용 기술은 물론 사회과학 분야인 산림정책과 산림산업을 다루는 연구까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건강한 산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산림 생태계 보전·복원과 생태계서비스 기반 구축 연구, ▲산림자원 선순환체계 구축과 산림경영 활성화 연구,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과 연계된 숲 기반 국민복지 공간과 기능 확대 연구 등을 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건강한 산림을 유지하기 위한 산림재해와 산림병해충의 과학적 관리체계 고도화 연구,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산림 탄소 연구, ▲국제·북한과의 산림 협력 방안도 기획하고 있다. 아울러 ▲산림생명자원을 이용하여 임업인의 소득 증대와 산업화 활용을 위한 연구, ▲목재 이용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가공기술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원활한 연구 추진을 위하여 국립산림과학원은 4부 16과 1센터 4연구소로 조직하였으며, 190여 명의 연구진이 각기 특화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기후대와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여 경기도 포천에 산림기술경영연구소, 경북 영주에 산림약용자원연구소, 경남 진주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제주 서귀포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를 설치하였다. 또한, 산림과학기술의 현장 실연을 위하여 약 5600ha의 시험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본원 홍릉시험림과 제주 한남시험림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숲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방문하셔서 아름다운 숲을 탐방해 보시길 바란다.

- '숲과 과학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산림과학원 미래 비전이 인상적인데 미래 비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지금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산림과학연구의 미래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비전에는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미래사회와 산림과 같은 생물자원을 바라보는 국제적 시각, 그리고 그 속에서 추구해야 할 국립산림과학원의 임무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담은 미래 비전을 어려운 학술 용어가 아닌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근한 용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구성원들과 오랜 논의를 거쳐 국립산림과학원이 지향하는 미래 비전을 ‘2050 국립산림과학원, 숲과 과학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로 선정하였다. 숲과 과학기술로 만들고 싶은 더 나은 세상은 숲을 풍요롭게 보전하고 지혜롭게 이용하여 숲의 혜택을 국민과 함께 누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의미한다.

또한, 비전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연구 분야와 성과확산, 기관의 운영 방향을 포함한 6개의 전략목표도 함께 수립하였다. 먼저 세 가지의 연구 목표로 ▲산림생태계 서비스의 기능을 평가하고 가치를 증진하는 기술 및 정책 개발, ▲산림의 지속성과 임업의 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산림자원의 선순환 체계 정립, 그리고 ▲산림과학을 선도하는 첨단 과학기술의 개발과 적용 등을 세웠다. 또한,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산림과학연구시험림을 운영하고 다양한 연구 활동으로 얻어지는 자료를 모니터링하여 장기 데이터를 축적하고 산림과학기술정보 서비스를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산림과학기술정보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 창의, 혁신 중심의 연구문화 조성을 기관의 운영 목표로 설정하였다.

- ‘산림르네상스’와 관련된 산림과학원의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안다. 관련 부분을 설명해달라

2022년 신정부 출범과 함께 산림청은 선진국형 산림관리를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산림의 보전과 이용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통해 산림이 가지고 있는 경제, 환경, 사회문화적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IC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첨단 기술 활용과 산림자원의 선순환 체계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산림자원의 가치가 제대로 발휘되도록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각종 실행 기반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신정부의 국정과제와 산림 르네상스 정책의 성공적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5대 추진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디지털 기반 산림순환경영 체계 구축 ▲최적 가공기술을 활용한 목재산업 활성화 ▲산림생명자원 가치 증진을 위한 산림바이오산업 활성화 ▲기후변화 대응 산림생태계 서비스 증진 및 산림재난 관리체계 구축 ▲산림의 사회적 가치 증진 및 글로벌 녹색협력 확대 등 5개의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과제를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계획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배재수 원장은 "연구 잘하는 국립산림과학원, 우리가 가진 지식과 자원을 시민사회와 나눌 수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또다른 전략과제인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과학 요소 기술 개발’은 원활하게 추진 중인가?

2021년 1월, 산림청에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있었다. 다행히 산림청과 환경부, 임업단체와 환경단체,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가 구성되어서, 산림의 탄소흡수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검토하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들을 수정해서 최종적으로 추진전략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숲은 30년까지 생장량과 흡수량이 왕성하게 늘어나다가 이후에는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산림의 74%가 31년생에서 50년생 사이이며, 30년생 이하의 젊은 숲은 20%도 안된다. 이러한 불균형한 연령구조 때문에 앞으로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나무를 심고 가꾸기만 했던 기존 산림정책에서 한 걸음 나아가 목재를 수확해서 알뜰하게 잘 이용하고, 그 자리에는 다시 탄소흡수를 잘 할 수 있는 나무를 심어서 젊은 숲부터 성숙한 숲까지 다양하게 분포하는 건강한 산림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서 산불, 산사태와 같은 산림재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숲은 보호하고 피해를 입은 훼손지는 적극적으로 복원하는 것도 추진전략의 중요한 내용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 작년부터 다양한 연구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목재를 수확해서 이용하고 다시 새로운 숲은 조성하는 산림순환경영을 현장에서 이행할 수 있도록 경영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목재를 수확한 자리에 기존보다 흡수를 더 잘하는 나무들을 심기 위해서 우수한 품종과 수종을 개발하는 연구도 시작했다.

또한 수확한 목재를 목조건축과 같이 장기적인 용도로 이용하면 탄소저장 효과가 늘어나기 때문에, 건축 소재로 목재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기술과 정책을 개발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목재뿐만 아니라 목재를 수확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알뜰하게 이용해서 목재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림바이오경제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흡수량이 높은 황근, 갯대추 같은 우리나라 자생 맹그로브류를 발굴해서 보급하는 기술과 산림 훼손지를 효과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 산림과학 역시 '유전자 가위 기술의 활용에 따라 여러 다양한 유용한 결과물들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산림자원의 활용에 대해 알고 싶다.

생명공학 기술 중 가장 혁신적인 기술인 유전자 가위(크리스토퍼 기술)는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DNA의 특정 영역을 교정하는 기술로,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히 찾아내 쉽게 잘라내고 붙일 수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질병 치료, 동물 및 작물의 품종 개량 등에 활용되며, 종자 및 육종 개발 산업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도 유전자 가위를 적용한 유전자 교정 나무를 만드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무를 개량하려면 형질이 좋은 나무를 선발하여 다음 세대의 종자에서 자란 나무가 우수한 형질을 갖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판단하는 데만 2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특정 목적의 유전자만을 정확하게 교정하여 우리가 목표로 하는 유용하고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진 나무로 단시간에 개량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0년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식물의 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잘라낸 결과, 백색의 포플러 나무가 만들어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하였다. 이는 산림 분야에서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성공적으로 나무에 적용됨에 따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바이오매스가 가진 특정 성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하여 리그닌이 감소된 포플러도 개발하고 있다. 리그닌은 바이오매스 연료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리그닌이 감소된 포플러가 개발된다면,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끝으로 국립산림과학원장으로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저는 올해 2월 9일 제24대 국립산림과학원장으로 취임하였다.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국민이 기대하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모습은 영향력 있는 연구로 산림정책을 선도하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국가연구기관으로서 국정과제를 지원하는 현안 연구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할 수 없는 50년, 100년을 바라보는 장기 산림과학연구도 추진해야 한다. 나무의 생애만큼 복잡한 산림의 기능을 이해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산림과학연구를 수행한 광릉숲은 우리나라 최고의 숲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산림 수자원 연구는 50년간 누적된 현장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의 물 지도를 만들어냈다. 인명과 산림자원 피해를 가져오는 산불과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인공위성, 드론, ICT 등 최신의 첨단과학기술을 융합하여 대응하고 있다. 즉, 우리의 연구 결과가 논문 한 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삶의 질, 임업인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영향력 있는 연구를 추진하려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우리가 보유한 지식과 자원을 활용하여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환경・사회・투명경영(ESG)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가 보유한 5600ha의 산림과학연구시험림을 활용하여 기관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흡수량이 많은 탄소 네거티브를 실천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의 연구 결과를 쉽게 시민과 나누는 시민공개강좌를 새롭게 추진하고 서울 홍릉숲, 제주 사려니숲길 등 우리가 보유한 산림과학연구시험림을 활용한 시민탐방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 잘하는 국립산림과학원, 우리가 가진 지식과 자원을 시민사회와 나눌 수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변화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도 국립산림과학원의 노력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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