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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디지털 육종’ 기술... 방향은 제대로인가?디지털 육종 정책적 지원 강화... 한계나 부작용도 예측-공개해야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2023년은 그야말로 인공지능(AI)의 시대. 전 세계의 관심은 자연스레 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법에 모아지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지만, 일단 불붙은 인공지능 개발 붐은 당분간 중단되지 않을 것 않다. 인공지능이란 게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향, 즉 유토피아를 꿈꾸게 해주기 때문일 텐데, 이와 유사한 흐름이 전 세계 농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디지털육종’이라는 이름을 달고 종횡무진 농업분야를 휩쓸고 있는 흐름이다. 그런데 디지털 육종이란 게 뭔가? 아직 그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말이지만, 어쨌거나 외국 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서도 디지털 육종을 국가 주요 시책으로 삼아 추진중인 걸 보면 그 중요성은 일단 인정하고 볼 일이다.

디지털육종은 최근에 새롭게 만들어져 퍼진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밀육종(precision breeding), 스마트농업(intelligent agriculture) 정도로 불리기도 한다. 기존의 육종을 단번에 ‘재래식’이라고 밀쳐낼 만큼, 이름 자체에서 풍기는 힘이 강력하다. 기존 육종은 정밀하지도 않고 스마트하지도 않다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잘 알다시피 ‘육종’은 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일을 말한다. 거기에 ‘디지털’이란 단어가 덧붙여진 게 바로 ‘디지털 육종’이다. 그런데 디지털 육종의 범위와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사실,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앞서 언급했듯이 ‘디지털 육종’에 대한 정의조차 학자마다 다르고, 기관마다 다를 뿐 아니라, 나라별로도 들쑥날쑥한 게 현실이다. 우선 우리나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육종은 차세대 염기서열, 고밀도분자표지를 분석해 다중의 오믹스 정보를 수집해 육종하는 기술로, 인공지능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을 융합한 기술이다”.

무슨 뜻인가? 해석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를 쉽게 이해하려면 우선 기존의 육종방법인 관행육종, 분자육종 그리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정밀육종을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좀 더 쉽게 풀어보자.

▲관행육종은 1980년대 이전의 육종법으로 분리육종, 교잡육종, 돌연변이육종 등을 말한다. 분리육종은 농사를 지어 유용한 표현형의 개체 씨만 선별해 다음 농사에 사용하는 방식, 교잡육종은 우수한 형질 개체들을 교배해 더욱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선별하는 방식, 돌연변이육종은 방사선, 화학 약품 처리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후 좋은 형질 개체가 나오면 이를 신품종 개발에 사용하는 방식을 각각 의미한다.

▲분자육종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육종법이다. 기존의 전통 육종기술에 분자생물학을 접목시킨 방법. 전통적 육종법과 큰 차이가 없지만, 교배한 식물의 자손 세대를 다시 재배하여 우수 형질 개체를 찾는 게 아니고, 분자마커를 이용해 직접 재배 없이도 원하는 개체를 찾을 수 있는 육종법이다.

이에 비해 ▲정밀육종은 흔히 말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생물체 게놈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 염기서열을 제거, 수정해 특정 기능성을 나타나게 하는 육종법이다. 지난 2021년 농촌진흥청은 유전자 가위기술로 항균물질 생산성을 높인 누에 개체를 개발한 바 있다.

정리해보면 ‘디지털 육종’이라는 것은 앞서 설명한 분자육종, 정밀육종 등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디지털육종의 미래에 대해 국립공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 김재윤 교수는 “현재까지는 통계기반의 육종이 진행 중이지만, 점차 빅데이터를 이용한 예측모델 활용 육종으로 진화할 것이며, 인공지능이 농업에 도입될 것”이라며 “디지털육종은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맞춤작물을 신속하게 만들어 내는 꿈의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육종과 디지털 육종 비교 [자료=농식품부]

◇ 디지털육종 = ‘분자육종(분자생물학)+ 정밀육종(유전자 가위 기술)’

디지털 육종은 이처럼 전통적 육종법과도 다르고, 현재도 활용중인 분자육종 보다도 더 발전한 육종기술이다. 특히나 유전자 가위기술이라는 말에서도 드러나듯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수정하는 식의 방법을 택함으로써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을 떠오르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유전자변형은 특정 작물에 없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결합시켜 새로운 특성의 품종을 개발하는 기술이고, 디지털 육종에서 말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외부 유전자 주입 없이 해당 세포가 갖고 있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 염기서열 일부를 바꾸는 기술이다. 둘의 차이가 명확하다는 점을 일단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유전자’ 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단어가 들어간 기술이다 보니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국내와 해외 각국의 판단이나 법적인 잣대도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유럽은 다소 엄격한 게 특징이다. 유럽연합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2019년 “유전자 편집 기술로 개발된 신품종 농작물도 GMO(유전자변형유기체)에 해당하므로, 그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6년 미 농무부가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든 변색방지 버섯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일본은 유전자가위기술로 개발한 ‘지놈(Genome, 게놈)편집식품’의 시판까지 허용했다. 혈압을 낮춰주는 토마토, 몸집을 엄청 키운 참돔 등이 대표적인 지놈편집식품이다. 중국은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중국은 자국에 그 어떤 유전자 가위기술 생산품도 진입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모든 작물에 대한 유전자 교정 정보를 분석·취합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상용화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안 하는 척 하면서 연구.개발은 누구보다도 열심인 나라가 중국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했듯 농촌진흥청이 지난 2021년 유전자 가위기술로 누에의 항균물질 함량을 높이는 개체를 만들어냈다. 경남도농업기술원도 유전자교정기술을 활용해 새송이버섯 신품종 개발을 진행중이다. 경남 농업기술원은 수출용 재배품종 다양성 확보를 위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농업형질 개선 새송이버섯 신품종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유전자가위를 이용하여 개발되고 있는 농식품 품목들로는 ▲올레산 함량 콩 (동아대학교) , ▲색변환 당근 (농우바이오) , ▲녹말성분 개선 기능성 감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이 있다. 드러내 자랑하지도 않지만, 해야 할 연구 및 개발은 하고 있다.

이처럼 나라마다 대륙마다 정밀육종에 사용되는 유전자 가위기술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보니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나 발표를 꺼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전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다보니 생긴 일이겠지만, 농식품부나 관계기관에서마저 유전자 가위기술이란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다소 애매하게 ‘디지털 육종’이라는 식으로 뭉뚱그려서 표현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식물체 크기, 꽃 색상 등 표현형 특성을 실제 측정하고 눈으로 판단해 왔으나 지금은 식물 특성을 디지털화하는 영상분석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국립종자원]

◇ '유전자 가위기술' 자유로운 미국ㆍ일본, 암중모색 중국, 적극적인 한국

이런 분위기 속에 디지털육종 등 신육종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세계시장을 겨냥해 10대 종자를 개발해 한국 종자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종자산업 기술혁신으로 고부가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제3차(2023~2027)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1조 941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2020년 449억 불 수준인데 반해 국내 종자 시장 규모는 세계 종자 시장의 약 1.4% 수준에 불과한 수준. 전 세계 다국적 기업은 생명공학(BT),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개발․공급하고 있어 우리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가면서 우리 종자를 스스로 개발하여 종자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종자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종합계획은 국내 종자시장과 해외 종자시장 현황, 해외 주요 국가의 종자 정책동향, 해외 주요 종자 기업의 종자 개발 기술 동향 등을 분석하여 종자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 수단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농식품부는 특히 디지털육종 등 신육종 기술 상용화에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는데, 세계적인 육종 추세가 전통육종, 분자육종을 넘어 전체 유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여러 유전자간 연관 분석을 통해 육종 예측 모델을 만들어 육종 선발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육종으로 전환 중이기 때문. 디지털 육종은 전통육종과 비교하여 육종 기간을 기존 7~10년에서 3~5년으로 단축하고, 육종 성공률(상품화율)을 10%에서 50%로 크게 높이며, 맛, 형태, 크기, 성분, 생산성, 병저항성 등 여러 형질을 모두 포함하는 신품종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농식품부는 아울러 경쟁력 있는 핵심종자 개발에도 집중하기로 했는데, 세계 종자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옥수수, 콩을 포함한 밀, 감자, 벼 등 식량작물과 향후 높은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지능형농장(스마트팜), 수직농장 등에 특화된 종자인 상추 등 엽채류, 딸기, 토마토, 파프피카 등 과채류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이번 계획은 디지털육종 상용화 등을 통한 종자산업 기술혁신과 기업 성장에 맞춘 정책지원으로 종자산업의 규모화와 수출 확대에 중점이 있다. 연차별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해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무쪼록 디지털 육종이라는 농업계의 거대 담론이 국제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원만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아울러 식품 안전이라는 전제 또한 고려되길 기대한다. 그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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