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파주시, 시민들에게 전 가구당 20만원 난방비 지원 발표”, “경기도 안양시가 소득이나 재산을 따지지 않고 시민 1인당 5만원씩 난방비를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안양시는 최근 빚어진 난방비 폭등은 재난 상황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안전관리 기본법과 안양시 재난기본소득 지급조례에 따라 안양시민 모두에게 5만원씩 난방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동절기 지역난방비(1~4월분 합계)를 최대 59만2000원까지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북 순창군이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긴급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저소득 취약계층(노인 돌봄, 한부모 가정) 1093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20만원씩의 긴급난방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 이런 뉴스는 농민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일까?

많은 사람들이 ‘1월 난방비 고지서를 보기가 겁이 난다’며 떨고 있는데, 이는 추위에 떠는 것만큼이나 겁나는 일이다. 이처럼 2023년 연초부터 대한민국을 강타한 ‘난방비 폭탄’ 논란에 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들은 난방비 지급, 난방으로 인한 재난상황 규정, 취약계층 난방비 대책 마련 등에 애쓰고 있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난방 정책에서조차 농민들은 소외되고 있다. 그 대책이란 게 도시가스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인데,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농촌은 난방비 지원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 전남, 경북 등 농어촌의 기름보일러 비중은 24~3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농어촌 10가구 중에 3~4가구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픽사베이]

◇ 국회에서 열린 난방대책 토론회에서도 ‘농촌 소외’ 문제 부각

그러다보니 국회에선 이런 토론회도 열렸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주거빈곤가구 난방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 역시나 이날 토론회에선 난방비 지원에서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있는 농어촌 문제가 불거졌다.

토론회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이끌었고, 발제는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김진호 한국에너지공단 센터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 참여했다. 토론자로는 ▲김태오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 과장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조사관 ▲이원호 홈리스주거팀,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심상정 의원은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난방비 지원 대책을 ‘땜질대책’이라고 비판하고, "단순히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이 아닌 주거환경의 개선을 포함한 보다 근본적인 에너지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발제를 통해 “현재 난방비 지원 논의는 도시 가스, 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등유와 LPG 등을 주로 사용하는 농어촌은 완전 소외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후정의’ 입장에서라도 지역별, 계층별 에너지 전환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 전남, 경북 등 농어촌의 기름보일러 비중은 24~3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농어촌 10가구 중에 3~4가구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당연히 농어촌에 긴급 난방비를 지급하는 문제가 논의되어야 함에도 이를 의제에도 올리지 않은 것은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무성의와 안이함 때문일 것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유재국 조사관은 “농어촌 읍면 지역을 대상으로 하면 기름보일러 사용 비중이 약 31.5%까지 올라간다. 더 큰 문제점은 기름보일러의 연료 가격이 도시가스에 비해 2배 높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은 (농어촌 주민들에게) 불평등하다. 이는 불평등을 낳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토론회까지 열리게 됐을까? 과연 정부에서는 어떤 정책을 내놓았기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걸까?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난방비 급등에 대한 추가 지원 대책 및 농어촌 지원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자 ,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난방비 할인 금액을 28만 8천 원에서 59만 2천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의 일이다.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모든....’이라는 대목이 바로 문제였다.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란 게 결국 도시가스 사용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10가구 중에 3~4가구가 기름보일러를 쓰고 있는 농어촌의 현실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은 엉터리 정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지역은 총 13개 군이 넘는다. 또한 농어촌에서 즐겨 사용하는 화목보일러·목재펠릿 보일러의 연료인 장작과 목재펠릿에도 정부의 난방비 지원은 아예 빠져 있다.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지난 2월 15일 지역난방 이용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이행 계획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방문하여, 관계자로부터 아파트 난방 운영현황 및 애로사항을 청취한 후 아파트 기계실 및 보일러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자원부]

◇ 농어촌, 10가구 중 3~4가구 기름보일러 사용중... 그렇다고 논의조차 안하나?

난방비 지원 뿐 아니라 전기료 인상 및 ‘도둑고양이식 전기료 단속’ 때문에도 농심은 이미 격해질대로 격해져있다. 지난 6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선 농민들 수 백 명이 모여 한전 측의 ‘도둑고양이식 야간 주거침입 전기료 단속’을 규탄하는 모임이 열렸다. 가뜩이나 난방비 지원도 안되고 전기료만 올라 힘든 마당에 , 한전 직원이라는 사람이 왜 도둑처럼 야밤에 농가의 저온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 전기료단속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전기료 점검이나 기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가정을 방문할 때 한전 직원은 반드시 주인 동의를 받아야함에도 , 무슨 강력범죄자를 검거하러 잠입하듯 농가 저온창고 문을 몰래 열고 들어가는 일이 대체 왜 일어나야만 하느냐는 성토였던 것.

최근 들어 한전이 농사용 전기의 확대는 커녕 적자를 이유로 농사용 전기 범위를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벌어진 일이라 농민들은 더욱 괘씸하게 한전을 바라보고 있다. 제 할 일도 제대로 못하는 한전이 무슨 염치로 그런 일을 농어민을 상대로 벌이느냐는 서슬 퍼런 성토와 비난이 쏟아져도 한전은 할 말이 없는 처지.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측은 판매 단가가 일반용보다 현저히 낮은 농사용 전기의 사용 기준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지만, 도둑고양이식 전기료 단속에 대해서는 한전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한전이 국민을 기만하고 속이는 일을 하고 있다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서라도 한전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래저래 농어촌은 힘들다. 난방비 폭탄 시국에도 난방비 지원에서 소외되어야만 하고, 오르는 전기료 앞에선 한전 직원들의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단속에 시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에너지 대책마련은 이래서 시급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