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정재길 기자] 

지난 2022년은 우리 국민 모두가 힘겨웠던 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열된 인플레이션으로 온갖 물가가 다 뛰었지만 수입은 제자리 걸음이어서 민생은 팍팍했다. 농가는 더 힘들었다. 비료, 사료 등 농자재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하며 농산물 가격은 보합 또는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농업생산액은 전년보다 1% 감소한 58조 6310억 원, 농가소득도 전년 대비 1.6% 감소한 4699만 원 수준이었다. 순수 농사로 벌어들인 돈, 즉 농업소득은 더 심각하다. 농업경영비 증가로 2021년보다 14.7% 감소했다. 생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료비, 비료비 등 정부 지원이 없었을 경우 20% 이상 감소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마디로 작년 농사는 망했다.

농업 현장에서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여전히 농심은 불안하다. 원자재 가격은 환율의 안정과 공급망 복원 등으로 안정세를 되찾겠지만 문제는 역시 판매다. 국내 수요가 늘지않으면, 애써 지은 농산물은 땅에 묻거나 헐값에 내놔야 하는게 우리 농촌의 반복되는 현실이다. 경남농협은 일찌감치 눈을 해외로 돌렸다.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출 1억 불을 넘겼다. 전체 농산물 수출의 3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25년째 전국 지자체 중 수출실적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경남농협은 올해도 수출업체, 수출통합조직 등과 손잡고 해외시장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경남농협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주양 본부장에게 현장에서 느끼는 농업ㆍ농촌의 문제와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경남농협 김주양 본부장

- 취임 1주년을 축하한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 동안 현장을 누비며 직접 느낀 농촌 현안은 어떤 것들인가? 체험 위주로 설명 부탁한다.

지난해는 우리 농업인에게는 정말 힘겨웠던 한 해였다. 쌀값이 하락하고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영농비용은 상승세를 이어 갔으며, 또한 산불과 폭우 등 빈번한 자연재해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특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가입 논의 등 메가 FTA까지 더해져 농가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재 농촌의 주요 현안은 농업인 고령화와 농업 노동력 부족, 도·농 격차 심화에 따른 열악한 농촌 삶의 질 기반, 불충분한 농업소득 및 농가 간 소득 양극화 심화 등이다. 이것들은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인 기술은 농업생산과 유통·소비 등 농촌사회 전반에 걸쳐 폭 넓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힘든 여건 속에서도 도민의 생명창고를 굳건히 지켜주신 농업인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올해는 농업인이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하고, 영농활동 지원에 더욱 힘을 쏟아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경남농협이 본연의 역할을 한층 더 충실하게 해 나가겠다.

- 농촌인력난이 극심한 상태다. 경남 농협의 인력난 해결을 위한 노력도 꾸준하다고 알고 있다. 어떤 것들인가?

농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일손은 부족하며 인건비 또한 치솟으면서 농업인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경남농협은 경남도와 협업을 통해 관내 20개 영농작업반을 중심으로 유상인력 10만 명과 인력중개센터 운영 예산을 확보하여 농업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준법지원센터 사회봉사대상자, 임직원과 농업관련 단체, 대학생, 지역 기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일손돕기(무상인력) 인력풀(POOL)을 구성하여 인력을 지원하였다. 2022년에는 민간인력업체(일광농산업인력중개)와의 MOU체결로 인건비 상한선을 제시하여 농업인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더불어 올해는 '경남형 농기계작업반'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한다. 중소 고령농에게는 농기계작업지원을 통한 기계화 영농을 추진하고 규모화된 전업농에게는 적기에 인력중개지원을 함으로써 만성적 인력난 해소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 입국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입국 예정인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경남농협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신속하게 지원하여 농촌인력난 해결을 위해 경남농협이 앞장서 나가겠다.

- 경남은 신선농산물 수출이 국내 1위인 것으로 유명하다. 20년 넘게 신선농산물 수출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경남농협 만의 비결이 있을 것 같다.

경남농협은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억 421만 8천 달러를 수출하여 전국농협 수출의 38%를 차지했다. 25년째 신선농산물 수출 전국 1위를 달성하여 농가소득증대는 물론 국내 농산물 가격지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실적의 46.9% 비중을 차지했던 파프리카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로 전년대비 ▲16.0%(▲9백만불)감소하였고, 31.1% 비중을 차지하는 딸기는 오미크론 변이확산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전년대비 ▲18.6%(▲7백만불) 감소하는 등 수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경남관내 64개 농협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경남수출농협협의회와 함께 농협중앙본부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하여 상반기에는 딸기수출농협에 105억 원, 하반기에는 파프리카 수출농협에 85억 원이 지원되어 수출농가에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현장 의견 수렴과 해결에 주안점을 두는 활동과 경남수출농협협의회 운영활성화가 25년 연속 1위를 달성하는 경남농협만의 첫 번째 비결이 아닌가 한다.

두 번째 비결은 경남농협이 2016년부터 단감 수출창구 단일화를 위해 설립, 운영해오던 한국단감수출주식회사의 운영 활성화다. 지난 해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물가상승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단감 수출을 늘리는 데 총력을 쏟았다. 그 결과, 단감수출은 3546톤의 물량에 65억 원 수출하여 전년대비 물량은 2082톤(142.2%), 금액은 39억 원(156.1%) 성장할 수 있었다.

한편 올해 한국단감수출주식회사가 지난달 29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식품 수출통합조직 육성사업 신규사업자로 선정되어 수출지원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다. 이를 활용해 수출농가 포장재 등 영농지원, 수출업체 해외 판촉 등 마케팅활동 지원을 통해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산물 수출은 수급조절을 통한 내수가격 지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홍보효과도 매우 크다. 올해도 경남농협은 수출농협, 수출업체, 품목별 수출통합조직과 지속 협력하여 수출농업인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경남농협 김주양 본부장

- 경남농협이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진행상황을 알고 싶다.

올해 1월 1일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고향 등)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그 기부금을 주민복리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는 세제혜택과 기부액의 일정액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 위험을 완화하고, 지역 주민복리 개선과 농축산물 등 지역특산물의 판로확대를 통한 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이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경남농협에서는 경남·부산·울산 농업관련 단체장과 함께 '내 고향 사랑꾼' 발대식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각계각층 토론회를 개최했다. 또한 향토 기업인 ㈜무학의 좋은데이 소주 라벨광고와 지역 스포츠 구단인 NC다이노스와 LG세이커스 홈 경기 전광판 광고를 하는 등 선제적 대응과 적극적 홍보로 제도를 국민들에게 알렸다. 올해는 1월 19일에 설명절을 앞두고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유덕규 재부경남향우연합회장, 하동 출신으로 방송계에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수 김다현 양을 초청해 고향사랑 기부를 위한 붐을 조성하고 고향사랑에 대한 실천을 다짐하는 기부행사도 개최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농촌과 지방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의 해결책이 될 고향사랑기부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특히 소득공제를 받는 직장인이라면 고향사랑기부금으로 10만원을 기부하면 고향을 살리는 좋은 일에 힘을 보탬과 동시에 전액 소득공제와 3만원 상당의 답례품까지 총 13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는 고향사랑 기부에 많이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경남농협이 2020년 상호금융예수금 35조 원에 이어 이번에 40조 원을 달성하였다. 어떠한 의미가 있고, 지역금융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경남농협 상호금융예수금은 1988년 1조 원 달성 후 2002년 10조 원, 2011년 20조 원, 2017년 30조 원, 2022년 40조 원을 달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2022년말 기준 경남농협은 전국농협 시도단위 총예수금 2위,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총예수금 최상위 지역으로서 지역 상호금융을 선도하고 있다. 경남농협 상호금융은 1969년 출범 이후 농촌 및 지역사회에 만연해 있던 고질적인 고리채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농축협의 수익원으로써 경영안정화와 조합원 실익증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렇게 경남농협 상호금융은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지역밀착형 생활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 끝으로 취임 1주년을 맞아 경남농협 본부장으로서 농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올해 역시 영농비용 상승과 경기하락으로 인한 소비침체 등 농업·농촌의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남농협은 더욱 현장에 밀접한 경영을 통해 현장에서 답을 찾고 이에 세심한 지원을 통한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특히 농업인이 생산한 양질의 농·축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판매역량을 강화하겠으며,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올바른 유통 구조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아울러 도민의 안전한 밥상을 만드는 일에 총력을 다하겠다. 

우리의 고향인 농업·농촌이 살아나면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도민들께서도 우리 농업·농촌을 지켜봐 주시고 우리 농산물 소비와 농업인에 대한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정재길 기자  ynkiller@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