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지구 상의 생명체 중 다른 종의 젖을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지금도 전세계인들이 매일 마시는 흰 백색의 음료, 바로 우유다. 우유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3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프라테스 계곡 부근의 엘 우바이드라는 촌락에서 발견된 벽화에는 소의 젖을 짜는 사람들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기원전 3천년 이전의 기록으로 알려진 구약성경에서도 우유가 언급된다. 이집트의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돌아갈 본향인 가나안 지역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묘사하고 있다. 인류가 우유를 먹는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 영양학적 가치는 물론 귀한 식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아왔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1937년 조선인과 일본인 목장업자들이 경성우유동업조합으로 설립하면서 최초의 상업적 우유생산이 시작되었다. 이게 지금의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효시다. 서울우유는 가장 오래된 우유업체답게 품질 관리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그 정점이 '1등급 우유' 마케팅이다. 2016년 세균수 1A등급에 더해 체세포수까지 1등급 원유만을 사용해 '나 100%' 브랜드를 만들었다. 또한 앞선 2009년에는 제조일자 표기를 업계 최초로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3천억 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유가공 공장인 ‘양주 신공장’을 세워 가동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유업체이지만 최근 소비부진과 수입산 우유의 공세에 서울우유도 고심이 깊다. 이 위기의 해법으로 서울우유 노민호 상임이사는 '품질'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 단순하지만 궁극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노민호 상임이사에게 2026년 예정되어 있는 FTA에 대비해 국내 우유시장 핵심가치를 선도하고 낙농산업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노민호 상임이사

- 서울우유협동조합의 2023년도 사업계획과 경영목표는 어떤지 궁금하다.

코로나19 장기화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제 이슈로 인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 서울우유 조합원들과 임직원들의 성과로 말미암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3년 서울우유 경영목표는 ‘고객과 조합원 그리고 직원이 함께 나아가는 지속가능한 100년 서울우유 구현’이다. 창립 이래, 올해 처음으로 사업규모를 2조 원을 초과해 편성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방침으로 ▲전사적 조직역량 강화를 통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확장, ▲조합원 지원 확대를 통한 협동조합의 정체성 확립, ▲ESG경영을 통한 조합∙목장∙지역사회 동반성장을 추진하고자 한다.

지난해 서울우유는 유통 및 환경 변화에 걸맞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유가공 공장인 양주 신공장을 건립했다. 2023년 서울우유는 우수하고 차별화된 원유 품질의 나100% 브랜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원유 차별화를 통한 국내 우유시장 내 신수요 창출을 위한 프리미엄 우유 및 시장 트렌드에 맞는 고부가 가치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우유는 초일류 유제품 전문기업을 향한 비전으로 ‘가장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확실한 1등 전략’을 구사하고, 소비자가 만족하는 최고의 우유 품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혁신과 노력을 통한 성장을 이어 나가겠다.

- 최근 국내 낙농가의 경영이 어려워 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지원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알고 싶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큰 폭의 사료가격 인상은 조합원들의 목장 경영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작년 한해는 국제 정세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곡물가가 폭등하며 조합원에게 공급되는 조사료 및 배합사료의 가격이 크게 올랐고, 원유기본가격 인상 또한 기존 8월 1일보다 두 달 반 지연된 10월 16일부로 결정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 낙농산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조합원들의 낙농경영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편 다행인 것은 2021년 1월 미국달러 평균 환율이 1097원 수준에서 2022년 10월 1427원을 정점으로 향하다가 최근에는 1230원대 수준으로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부터 조사료 품목별로 kg당 40원~50원 사이의 인하된 가격으로 조합원 목장에 공급하고 있다. 12월 24일부터 조합은 자체적으로 생산·공급하는 OEM 배합사료를 kg당 20원 가격 인하해 공급하고 있다. 

더불어 조합은 조합원 목장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ESG팜 친환경장비 지원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지자체별로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른 지원으로 정화방류시설, 퇴비장 증·개축, 퇴비화를 위한 교반장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목장당 최대 1천만원의 구매사업이용권이 지급될 뿐 아니라 기상 이변에 따른 조합원 목장의 안정적 원유생산을 위해서도 지원사업이 실시된다. 또한 혹서기와 혹한기 젖소의 생리·사양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첨가제 등을 전 목장을 대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서울우유는 낙농경영에 대한 총체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조합원들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 2026년 우유시장 전면개방을 조합에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우유가 선도적으로 살균우유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서울우유는 소비자 인식 전환을 위해 국산우유의 우수성과 차별성에 주목해 왔다. 서울우유는 국산우유 품질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유업계가 실행하지 못한 혁신 프로세스를 도입, 운영하는 등 소비자 인식 전환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2009년 제조일자 표기 도입이다. 

우유의 핵심가치는 단연코 ‘신선도’다. 우유는 대표적인 신선식품으로 손꼽히는 만큼 시간과 온도 등의 제반 여건에 따라 품질면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유통기한은 제품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분별할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하고, 소비자가 가장 신선한 우유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제조일자는 가히 혁신 서비스다. 서울우유는 수입산 우유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에 대비해 우유의 핵심가치인 신선도를 내세워 소비자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우유는 2016년 세균수 1A등급에 체세포수까지 1등급 원유만을 사용해 두 개의 최고 등급으로 채운 프리미엄 우유 ‘나100%’를 선보였다. 세균수 등급이 원유가 얼마만큼 깨끗하게 관리되는지 보여주는 기준이라면, 체세포수 등급은 젖소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서울우유는 체세포수라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우유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22년 12월 누계 기준 서울우유의 유질은 세균수 1A등급 비율 98.2%, 체세포수 1등급 비율 82.2%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서울우유의 유질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수입산 제품으로부터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국산우유의 강점을 앞세워 대한민국 낙농산업의 발전적 미래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윤리경영, 상생협력 등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ESG경영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대리점법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서울우유 또한 유통 및 환경 변화에 발맞춰 공정거래법, 대리점법 등과 같은 정부의 규제 강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지하고 내부적으로도 사내 윤리경영 강화를 우선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우수하고 차별화된 제품 생산 및 공급을 위해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거래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서울우유는 약 1200개 대리점이 모두 외부의 독립된 별도 사업체로 운영되고 있으나 서울우유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관계로 경영지도 및 관할지점 간담회 등 기타 원활한 운영을 위한 지원제도 등을 마련해 브랜드 품격에 맞는 영업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대리점 상생지원 제도를 확대 도입할 예정이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대리점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해 이에 대한 외부 평가를 수용할 방침이다. 서울우유는 지속가능한 공존경영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지속∙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 양주신공장 준공을 위해 3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신공장 가동으로 인해 서울우유의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떤가?

서울우유는 대한민국 낙농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품질의 신선한 우유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고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유가공 공장인 ‘양주 신공장’을 건립했다. 3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임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우유 및 유제품을 소비자들께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신공장 준공을 실행에 옮기게 됐다. 

먼저 서울우유 양주 신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생산 및 유통 효율’에 대한 경쟁력이 향상됐다. 양주 신공장은 노후화된 (구)양주공장과 용인공장을 통합해 건립된 공장이다. 신규 설비 도입에 따른 제품 생산능력 및 출하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효율성 향상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시장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음으로 ‘시장 변화 대응력’에 대한 경쟁력이 향상됐다. 최근 시장트렌드 변화 주기가 매우 짧은 점을 감안해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구축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지면서 이에 다양한 제품들을 소비자들께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기여’에 대한 경쟁력이 향상됐다. 양주 신공장은 집유, 생산, 출하를 위해 단계적으로 약 800여명의 직∙간접적인 신규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로 예상된다. 공장견학과 체험시설 운영을 통해 지역 내 인구 유입 증가와 그에 따른 제반 산업의 활성화로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우유는 최고 수준의 신규 설비들을 도입해 신선하고 위생적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산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견학 프로그램까지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해 나아가고 있다.

- 서울우유가 올해 창립 86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100주년을 향한 지속경영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낙농업계를 위한 미래 전략도 소개해 달라.

"우유로 세상을 건강하게" 서울우유의 슬로건이다. 우리의 존재가치이자 경영이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2021년 1월 공표한 바 있다. 여기서 ‘우유’라 함은 서울우유가 생산하는 유제품을 말하고 ‘세상’은 사람과 사회, 지구를 뜻한다. ‘사람을 건강하게’ 함은 고객건강과 고객만족을 뜻하며 ‘사회를 건강하게’ 함은 낙농발전과 상생사회를 의미하고, ‘지구를 건강하게’ 함은 서울우유가 보다 나아가 동물복지와 친환경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실천의지가 담겨있다. 

2021년 2월, 조합은 ESG경영 실천을 구체화 하기 위해 유업계 최초 ‘ESG 위원회’를 출범해 27개의 안건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전담 부서를 신설해 진행하고 있다. 3ℓ 대용량 서울우유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기로 제품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많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향상시켰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 잉크로 만든 라벨을 사용한 ‘나100% 그린라벨’, 무라벨 패키지로 리뉴얼한 요거트 ‘요하임’ 등과 같은 제품 출시처럼 제품 기획부터 운용까지 ESG경영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서울우유는 탄소중립기본법 취지에 걸맞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탄소저감 로드맵’을 설정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고 조합의 기틀인 낙농 분야에서는 서울우유의 친환경 목장 조성을 목표로 ESG팜 친환경장비지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친환경 장비 지원에 27억 4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목장 젖소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및 축분 문제 등 친환경과 밀접한 동물복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서울우유는 모두가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으로 올해 창립 86주년을 맞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낙농업계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포괄하는 ESG경영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낙농과 소비자를 지켜낸다는 신념으로 실천가능한 친환경 과제를 실행해 나갈 것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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