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컬럼
비행기 타고 온 ‘스페인 계란’... 누가 수입했나?정부, 물가안정 차원 계란 수입... 생산자 단체 강력 반발, 유통 저지 운동
대한양계협회는 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정부주도 계란수입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계란 수입 계획 철회를 주장했다. [사진=대한양계협회]

[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계란으로 바위를 깨자는 건 아닐테고, 최근 이런 일이 있었다. 지난 1월 6일에 우리나라 양계협회가 스페인산 계란유통 저지운동에 나섰다고. 지난 6일 세종청사 앞에서 ‘정부 주도 계란 수입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10일과 11일엔 천안에 있는 식용란선별포장업체를 찾아가 저지 활동도 벌였다.

우리나라에서 웬 스페인산 계란 유통 저지운동이냐고? 사정은 이렇다. 정부가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값이 뛰는 걸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외국산 계란을 수입해 시장가격보다 싸게 공급한다고 발표하고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가들의 속이 타들어 갈만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족 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국내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해 계란 수입선을 미리 확보한다는 취지라고 항변하지만, 가격 안정을 위해 매번 해외 수입으로 땜질처방하는 ‘눈 가리고 아웅’ 정책에 농민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혀를 끌끌 차고 있다.

어쨌거나 정부는 비행기 태워 수입해온 스페인산 계란을 농식품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넘겨서 시중 대형마트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중 가격보다 3배 이상 비싸게 수입해서, 다시 국내 시장가보다 값을 낮춰서까지 스페인산 계란을 팔아야만 하는 정부 관계기관의 속셈이 뭘까 궁금해진다. 여기서 관계기관은 당연히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이다.

이번엔 양파다. 계란만 이런 속사정이 있는 건 아니다. 속사정이랄 것도 없다. 늘 이런 식이니까 언론도 소비자단체도 그리 큰 충격도 받지 않고 별 관심도 두지 않는 모양새다. 어쩌면 ‘학습된 무기력’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양파생산자협회에서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 자료를 둘러봤더니,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양파는 지지난해 보다 무려 4만 톤 가까이 늘어난 9만 2천 톤. 무려 66%나 급증한 수치.

국내 마트에 진열된 계란 [사진=이병로 기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지만,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스페인산 계란 수입과 동일하다. 바로 물.가.안.정! 정부가 물가안정이란 명분을 내세워 양파 수입 관세를 135%에서 거의 무관세에 가까운 10%로 낮춘 다음, 수입을 대거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양파생산자협회 농민들은 주장한다. 그런데 이 말이 틀리지 않은 말인 것 같다. 산지 여건이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물가 안정’이라는 구호만 앞세운 정부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와도 정부는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아니, 거의 대응도 안하는 눈치다.

다시 계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어쨌거나 산란계농가들의 거센 반발에도 이달 15일부터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에 스페인산 계란 120만 개가 풀렸다. 신기한 건 이 스페인산 계란을 홈플러스에서만 판다는 사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는 팔지 않는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측은 당장 계란값 폭등을 걱정할 만한 시점이 아니라서 스페인산 수입계란을 팔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통현장의 거대업체 세 곳 중 두 곳이 계란값 폭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데, 농식품부는 왜 스페인에서 계란을 17만 개나 국내가격보다 3배 비싼 가격에 수입했을까?

대한산란계협회의 안두영 회장은 여전히 "국내 계란 생산 규모 증감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지 않고 수입에만 치중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소비자 기만행위다. 생산자 말살정책이다. 즉시 계란수입·비축 '헛발질 정책'을 중단하고 생산자와 협력해 상식있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여주기, 헛발질, 상식없음. 한 마디 한 마디가 뼈아픈 말이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에 들여온 스페인산 계란 121만 개는 국내산 계란 하루 공급 물량의 3% 밖에 되지 않는다. 산란계협회가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초기에 산지 계란 가격을 올려 현재 계란값이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이다. 협회가 자기들 입장만 내세운다”며 볼 멘 소리다.

과연 그런 걸까?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찬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