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치유에 대한 효과는 국립산림과학원 등 관련 연구기관의 자료를 통해 꾸준히 세상에 알려져 왔다. 최근 주목받는 산림치유 활동 중 가장 효과가 높은 것은 바로 ‘걷기’인데 우울증과 불안증세 완화에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고창 문수산 편백나무 숲 [사진=산림청]

[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TV 프로그램은 수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 개그맨 윤택과 이승윤이 산 속에 사는 자연인을 찾아다니는 일종의 휴먼 토크 프로그램인데 시청률 7% 안팎을 유지하며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나는 자연인이다’ 제작진이 밝힌 1주일 동안의 ‘나는 자연인이다’ 재방송 횟수는 무려 391회. 채널을 돌리다보면 너 댓 개 채널 마다 한번 씩 등장하는 프로그램인 걸 감안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최근 이 프로그램이 그토록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밝혀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의하면 그렇다. 물론 국립산림과학원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한 건 아니지만, 발표된 자료를 보면 프로그램 인기비결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그건 바로 산림치유 효과 중에 ‘실내 가상 체험이 급성 스트레스 개선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육체적 활동이 어려운 계층에게도 간접적인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제‘ 가능성이 검토되었다’는 대목. 바로 그 가상체험의 범주 안에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산림, 자연을 다룬 프로그램이 당연히 포함될 거라는 점이다.

그간 산림치유에 대한 효과는 국립산림과학원 등 관련 연구기관의 자료를 통해 꾸준히 세상에 알려져 왔다. 최근 주목받는 산림치유 활동 중 가장 효과가 높은 것은 바로 ‘걷기’인데 우울증과 불안증세 완화에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원장 박현)은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활동 구성에 따른 치유 효과 특성을 구분하고, 향후 산림치유 프로그램 설계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의과학적 근거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내외 산림치유의 의과학적 효과를 입증한 연구 32건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 결과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걷기, 명상, 운동, 초실감 기술을 활용한 가상 체험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참여하는 활동에 따라 다양한 치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치유 효과가 가장 뛰어난 활동은 걷기로 우울증과 불안증세 완화에 효과를 보였으며, 숲속을 걷거나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는 활동만으로도 체내 염증반응을 완화하고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외활동은 최소 15분 이상 수행되는 것이 효과적이었으며, 초실감 기술(VR)을 활용한 실내 가상 체험은 시각적인 피로를 줄이고 자연스러운 경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주로 10분 이내로 수행되고 있었다. 특히, 실내 가상 체험은 급성 스트레스 개선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육체적 활동이 어려운 계층에게도 간접적인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디지털 치료제 가능성도 검토되었다.

산림치유 활동은 산림의 자연 요소를 경험함으로써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하며, 생리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유도하고 면역기능을 강화한다. 또한 숲속에서 들이마시는 산림 유래 피톤치드는 인체 건강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휴먼서비스연구과 조재형 과장은 “보건과 산림을 연결하려는 국제적 흐름과 산림을 통한 건강증진에 관한 대중의 높아진 관심에 발맞춰 의과학적으로 신뢰도 높은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제시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활동 구성에 따른 치유 효과 특성을 구분하고, 향후 산림치유 프로그램 설계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의과학적 근거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 속속 밝혀지는 산림치유 효과... “실내 가상 산림체험도 급성스트레스 개선”

우리나라엔 산림치유원이란 곳도 있다. 산림의 치유효과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지난 2015년 준공한 국립기관이다. 산림치유 체험, 연구, 교육 기능을 통합하여 산림치유 산업화 기반 마련하고 백두대간지역의 균형발전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 영주/예천 일대 약 142헥타르에 건강증진센터, 수(水)치유센터, 장·단기 숙박시설, 치유숲길, 치유정원, 산림치유문화센터 등을 마련해 산림치유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앞서 간략하게 언급한 것처럼, 산림치유는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 ·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여기서 개념 정의상 주의할 점은 산림치유란 질병의 ‘치료 행위’가 아니라는 것. 다만 건강의 유지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활동’이라는 점이다.

산림치유원이 소개하는 산림치유 효과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숲을 바라만 보아도 안정되고 회복된다는 점이 가장 먼저 소개되어 있다. 숲이 포함된 경관에서 안정 시에 뇌에서 발생되는 알파(а)파가 증가했으며, 심리적으로 회복환경으로 인지했다. 또한 숲이 포함한 경관에서 긍정적 감정이 증가하고 부정적 감정은 감소했다.

숲에서는 우울함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경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 우울수준과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Cortisol)이 감소했다. 또한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인구의 건강을 숲에서 책임질 수 있다는 점도 산림치유의 효과로 꼽힌다. 숲에서 가벼운 운동을 경험한 노인이 면역력 향상, 항암 및 노화를 지연시키는 멜라토닌의 체내 농도가 실내운동 참여 노인들에 비해 높게 나타난 점이 바로 그 증거일 수 있다. 이밖에도 산림치유 효과는 고혈압과 아토피 치료에까지 닿아있다. 산림치유원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보약이 가득한 숲’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산림치유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발간 자료에 따르면 영국 스코틀랜드 의사들은 2018년부터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약’ 대신 ‘자연’을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한다. 고혈압, 우울증, 정서불안,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증상을 완화하고 행복수치를 높이는 자연 처방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뉴질랜드와 미국에서도 다양한 신체활동과 영양상태 개선을 위해 산림을 이용하거나, 생활권 녹지에 다양한 숲길을 조성하여 ‘의료길’ 또는 ‘처방길’이라고 부르며 운영하고 있다.

산림치유원은 11월 말까지 대국민 맞춤형 개인 건강관리 지원을 위한 질병 예방중심의 산림치유 사업을 추진한다. 사진은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이용객들 [사진=한국산림복지진흥원]

◇ 경북 영주ㆍ예천에 설립한 산림치유원...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치유 패러다임 제시

신임 남상현 산림청장 역시 취임에 즈음해 "이전에는 숲치유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지만, 산림청이 ‘치유의 숲’ 조성 등을 통해 실현해 나가고 있다.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숲치유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라고 산림치유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 국립산림치유원도 보다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산림치유 효과를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산림치유원은 11월 말까지 대국민 맞춤형 개인 건강관리 지원을 위한 질병 예방중심의 산림치유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캠프는 산소, 피톤치드, 음이온과 같은 산림 치유인자와 정신·운동·식이요법을 활용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종의 예방중심의 산림치유서비스의 보급이랄 수 있다.

주요 프로그램에는 기후요법 활용 숲길 걷기, 임산물 초밥 만들기 등의 ‘대사증후군 캠프’, 자기돌봄으로 부정 감정을 완화하고 마음의 긴장감을 해소하는 ‘마음 톡톡 소진증후군 캠프’, 운동요법과 호흡 명상 등 ‘슬기로운 근육생활 근골격계 캠프’ 등이 준비되어 있다. 10명 이상이면 누구나 국립산림치유원에 직접 신청이 가능하다.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치유숲, 치유 일번지 등의 슬로건을 앞세워 산림 치유,자연 치유을 활용한 지자체의 자생력 확보, 산업화 기반 마련 등에 힘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지난 10월 11일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치유농업 활성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아울러 해양치유센터와 산림치유 숲이 있는 완도를 ‘치유산업의 메카’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윤 의원은 "치유산업을 우리 농어촌의 새로운 가치산업으로 인식하고, 해외 농업 선진국들처럼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치유산업의 종합적인 관리 발전 주체 및 거점지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쪼록 전 국토의 67%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가 전 세계 ‘산림치유의 메카’가 되기를 기대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 차원에서 제공되는 치유숲,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하다보면, 어쩌면 행복한 미소와 더불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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