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절 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뭘까? 반대로 받기 싫은 선물은 또 어떤 걸까? 연령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어쨌거나 명절 전 ‘베스트(최고)-워스트(최악)’ 선물 목록을 알아보는 일은 흥미진진하면서 아슬아슬하다. 그 목록이 공개되는 순간 오랜만에 맞은 명절 대목에서 그 품목의 판매량이 출렁출렁 거리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현금을 제외하면 늘 한우선물세트가 베스트 선물 목록 1위를 차지하곤 하는데, 받기 싫은 선물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대개 과일선물 세트가 받기 싫은 명절선물 목록에 자주 이름을 올리곤 한다.

1년 전인 지난 추석에는 MZ세대의 이른바 ‘가치소비’가 특징적인 추석선물 트렌드로 지목됐는데, ‘차박용’ 또는 캠핑용 조개구이 세트가 대표적 아이템이었다. 1인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SPC그룹이 배구선수 김연경 선수를 내세워 ‘식빵’을 추석 즈음에 출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추억의 초등학교떡볶이라는 제품도 있었고, 종이빨대를 덧붙인 비건 오트 음료도 선물세트로 등장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충주 청명주 등을 선물세트에 포함시켰다. 딱 1년 전 일이다.

그렇다면 작년처럼 트렌드를 반영해 가장 인기있는 추석선물세트를 가늠한다면 어떤 게 1위일까? 아마 포켓몬빵 선물세트가 아닐까싶다. 올해 만약 포켓몬빵 선물세트가 출시된다면 이는 단연 추석명절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확률이 높다. 포켓몬빵의 인기는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생략하고, 대신에 SPC삼립 관계자의 말로 갈음한다. “포켓몬 빵을 찾는 소비자의 연령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녀 세대와 함께 추억의 제품을 공유하려는 30~40대(물론 자녀세대는 당연히 포함) 그리고 손자, 손녀를 위해 포켓몬 빵을 구입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장년 세대도 있다.” 이쯤 되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포켓몬빵의 경우는 그렇다치고 추석선물로서 우리 농산물의 인기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우리 농산물에 대한 선물 선호도는 나날이 하락중이라는 게 관계기관의 조사결과. 농촌진흥청의 ‘2021 추석 명절 농식품 구매변화’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추석 선물 관련 농식품 구매 금액은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다. 주요 원인으로는 친인척 방문과 가족모임이 줄었고, 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농식품 대신에 저렴한 다른 선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농민들이 들으면 크게 섭섭할 대목이다. 그런데 사실이다.

2021년 청와대는 추석 선물로 충주의 청명주(또는 꿀)와 경기 포천 강원 양구 충북 청주 충남 예산 전북 익산 전남 나주 경북 상주 경남 김해의 쌀을 담아 구성했다. [사진=청와대]

◇ 시대적 트렌드 반영한 명절선물들... MZ세대에 초점 맞추니 농산물 홀대

이런 시대 분위기를 조정이라도 하려는 듯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의 공급량을 대폭 늘리고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등 농산물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명절 수요가 많은 14개 성수품에 대하여 추석 3주 전인 8월 18일부터 정부 비축,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평상시 보다 약 1.5배 정도 공급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사과․배 등 선물꾸러미 수요가 집중되는 추석 전 2주 차에는 전체 공급량의 약 40.7%인 5만 8848톤을 집중 공급하고, 추석 전 3주 차에는 31.4%(4만 529 9톤), 추석 전 1주 차에는 27.9%(4만 334톤) 순으로 공급량을 배분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일시적인 수급조절로만 농산물 선물세트 판매가 늘어나고, 나아가 농산물 이용촉진 및 활성화가 이루어지긴 하는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긴 호흡으로 펼쳐내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혹시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 (약칭 농산물직거래법 )이라는 게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은 엄연히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 정확히는 2021년 12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른바 ‘농산물 직거래법’은 지역농산물 이용촉진과 농산물의 직거래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농가의 소득증대와 소비자의 이익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농산물 직거래’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거나, 중간 유통단계를 한 번만 거쳐 거래하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행위, ▲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의 판매를 위탁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행위, ▲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을 구입한 자가 이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행위, ▲소비자로부터 농산물의 구입을 위탁받아 생산자로부터 이를 직접 구입하는 행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농산물 거래 행위 등이다.

이 법 제3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조항에는 “▲국가는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및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통하여 농업인과 소비자의 이익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농산물의 유통단계 축소 및 유통비용 절감을 위한 종합시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및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은 과연 그럴까? 얼마 전 국회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일 수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춘식 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 국민의힘)은 농식품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250개 공공기관의 지역농산물 구매실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구매한 곳은 경북대학교병원(69억 1867만 원)이었으며, 그 다음은 대한체육회(64억 9274만 원), 한국수력원자력(43억 8084만 원), 한국폴리텍(42억 2484만 원), 제주대학교병원(38억 6757만 원), 한국농어촌공사(32억 1635만 원), 충북대학교병원(31억 9606만 원), 한국전력공사(29억 4470만 원) 등의 순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기초과학연구원, 부산대학교치과병원, 식품안전정보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 4곳은 6년간 구매실적이 전혀 없었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96만 원),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80만 원), 한국상하수도협회(58만 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49만 8천 원), 시청자미디어재단(45만 1천 원), IOM이민정책연구원(30만 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22만 4천 원), 한국해양조사협회(12만 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6만 원) 등 9곳은 6년간 구매실적이 ‘1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현행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대로 지키는 곳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이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해당 지역의 농산물을 우선구매하고 구매실적을 매년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도 상황이 이렇다. 최춘식 의원은 “정부는 지역 농업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역농산물 구매실적와 구매촉진 활동성과를 분석한 후 이를 공공기관 평가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 아닌가?

이른바 ‘농산물 직거래법’은 지역농산물 이용촉진과 농산물의 직거래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농가의 소득증대와 소비자의 이익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진=국회 홈페이지]

◇ 2021년 말부터 시행된 ‘농산물 직거래법’ 정착은 언제쯤에나?

그런가하면 전국 지자체가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규모가 커지고 있음에도 농식품부가 이를 장려할 ‘법정 보조금’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지역농산물을 구매한 금액은 2019년 36억 6400만 원, 2020년 45억 9700만 원, 2021년 61억 8300만 원으로 매년 증가해 최근 3년간 144억 44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자체별로 보면, 전남이 19억 5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18억 8400만 원), 경남(18억 7000만 원), 전북(15억 6400만 원), 충남(14억 5900만 원), 충북(14억 600만 원), 경기(13억 2900만 원) 순이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지역농산물 구매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에 ‘법정 보조금’을 전혀 내주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들어도 마땅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럴 거면 법은 왜 만들었느냐는 핀잔도 들을만 하다. 

이런 가운데 추석을 맞아 민간기업들과 농업단체들은 나름대로 농산물 소비 진작을 위한 선물세트를 마련해 속속 출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처럼 ‘가치소비’ 및 가성비&프리미엄 확대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270여종의 추석 선물세트을 내놓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추석을 맞아 100% 종이 패키지로 만든 ‘Save Earth Choice (세이브 어스 초이스)’ 선물세트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고, 가성비 및 프리미엄 선물세트 비중을 늘려 소비자 선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최근 서울 정동에서 '한가위에도 다시 우리 함께, 다 함께 한돈! 추석 선물세트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돈 추석 선물세트는 공식 온라인 쇼핑몰 '한돈몰'에서 다음달 8일까지 구입 가능하다. 신선육, 가공육 세트를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추석 선물세트 전용 쿠폰과 브랜드사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정부도 관공서도 기업도 모두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농산물직거래법)’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이번 추석이 그 기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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