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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플레이션이 온다... ‘우유 대란' 해법은?8월 1일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정부-유가공업체-낙농가 이견 팽팽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우유는 2세를 위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라고 말한 영국의 정치인이 있었다. 바로 윈스턴 처칠. 기원전 400년경엔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도 했다. 몇 해 전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연구팀은 우유를 마시지 않는 어린이들이 우유를 마시는 어린이에 비해 키가 작고 뼈도 약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유를 마시지 않는 아이들 대부분이 키가 작고 과체중 상태라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14년엔 우유를 많이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이 나와 학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긴급토론회를 여는 일도 있었다. 2014년 12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 7가지' 긴급 토론회라는 게 열린 것. 이 자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명희 의원과 지역사회영양학회,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관계자들은 ▲우유 많이 마시면 암 걸리나, ▲우유 많이 마시면 아토피 피부염 걸리나, ▲우유가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없나, ▲우유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 높아지나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뭘까? 일단 이 토론회에서 내려진 결론은 "우유를 많이 마시면 암에 걸린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였다. 같은 해 미국암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도 유전자 변형 기술로 생산한 소 성장호르몬(rBGH)을 투여한 젖소의 우유를 마셔도 체내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농도 상승은 미미했으며, 암 발생 위험이 상승 여부는 불명확하다는 것. 또한 우유의 아토피 유발 연관성에 대해서는 “소수의 어린이에게 아토피를 유발하는 것은 맞지만, 알레르기가 없는 대다수 어린이에게 우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론이라기보다는 견해로 보는 쪽이 더 타당할 것이다.

몇 해 전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연구팀은 우 유를 마시지 않는 어린이들이 우유를 마시는 어린이에 비해 키가 작고 뼈도 약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유를 마시지 않는 아이들 대부분이 키가 작고 과체중 상태라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사진=픽사베이]

위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는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타락죽(우유죽)이라는 음식이 임금에게 해로운가 아닌가를 놓고 벌어진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다. 타락죽은 드라마 '대장금'에서 화제를 모았던 음식으로 찹쌀가루에 우유를 넣어 쑨 죽인데, '타락'은 우유의 옛말. 그만큼 우유라는 게 귀했기 때문에 왕과 귀족들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라는 설정이었다. 결론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임금이 비소(웅황)중독에 걸린 이유를 비소 함유 우물물을 먹은 젖소 우유를 임금이 섭취했기 때문이라고 매듭짓는다. 우유는 죄가 없다는 결론인 것. 그 때 대장금의 대사는 이랬다. “범인은 바로 자연입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선 “죄는 자연에 있다”고 말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 특히 집단 사이의 힘겨루기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우유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이 진행중이다. 누구는 생존권을 부르짖고 또 누군가는 이치를 따진다. 그러다보니 몇 달 째 국회 앞에서 농성중인 단체도 생겨났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낙농육우협회.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고 최근엔 우유를 쏟거나 내다버리는 우유 반납 투쟁으로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오는 8월 1일부터 원유 가격을 달리 조정하는 이른바 원유가격 조정기한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침을 낙농가들이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방침은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핵심인데, 원유의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하자는 것이다. 마시는 우유(음용유)와 분유로 만드는 우유(가공유) 등 두 갈래로 나눠서, 마시는 우유가격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분유로 만드는 우유(가공유) 값은 낮추자는 주장이다. 특히나 유제품을 만드는 가공유의 국제가격이 400원~500원 선으로 국내가격의 절반수준이기에 낮추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유업계가 저렴한 수입산을 선호하면서 수입이 늘어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에서는 원유를 4개에서 6개로 용도별로 구분해 차등가격제를 도입해 운영중이라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가 2월 16일 여의도에서 개최한 낙농인 결의대회에서 이승호 회장이 삭발 의식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낙농육우협회]

◇ ‘원유’ 용도 따라 차등가격제 도입하자는 정부, 유가공업체... 반대하는 낙농가

유업계는 올 하반기 '밀크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우유 가격 상승이 불러올 이런저런 도미노현상을 들고 나온 것. 우유든 유제품이든 덩달아 가격 인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예측인지라 정부도 관련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정부와 낙농가는 어떤 방식으로 원유 가격을 산정할 지 먼저 정한 뒤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원유 가격을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올해 음용유 가격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대체 지금 각 단체들의 주장은 왜 평행선만 긋고 있는 것일까? 먼저 몇 달 째 국회앞에서 농성중인 낙농가의 주장부터 살펴보자.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지난 7월 14일 “누가 도산직전 낙농가들을 아스팔트로 내몰았는가‘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낙농가들은 낙농을 말살하는 정부와 유업체를 규탄하고 낙농가의 어려움을 대외에 알리고자 도별 궐기대회 및 우유반납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별 궐기대회 및 우유반납투쟁을 평화적으로 진행해 낙농가의 어려움부터 외부에 알리기로 했다.

낙농가들은 하나 같이 쿼터삭감 정책속에 30% 이상 폭등한 사료가격,부채증가로 인해 농가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농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연동제 폐지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부안 강행과 함께 유업체들이 규정에 따른 올해 원유가격 협상을 계속 거부할 경우 협회집행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낙농지도자는 “소통을 강조하는 새 농식품부장관에 대한 기대를 한다”면서도 “끝내 턱밑까지 찬 경영압박에 허덕이는 낙농가 실정을 외면한다면 약자인 낙농가들이 취할 수 있는 것은 죽기 살기로 강경투쟁하는 것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1일(월) 김계훈 충남도지회장은 “오늘 투쟁을 시작으로 낙농말살책을 강행하려는 정부와 유업체의 낙농가 탄압에 맞서 우리의 생업을 사수하기 위해 전국낙농동지들과 연대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낙농육우 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유감산기조속에 사료값 폭등세가 지속됨에 따라, 낙농가의 경영상태는 붕괴 직전이다. 지난 2년 사이 호당 평균부채는 39.5%나 증가해 2021년 기준 5억 1200 만 원이며, 지난해 폐업농가는 전년대비 67%까지 증가했다. 2022년 3월 현재 낙농호수는 2020년12월(4929호) 대비 228호(4.6%) 감소한 4701호이며, 2022년 3월 현재 젖소사육두수는 2020년(41만 두) 대비 3.2% 감소한 39만 7천두 수준이다. 올해 원유생산 전망치는 2020년 대비 6.6% 감소한 195만 2천톤으로 우유공급부족사태를 겪었던 2011년 구제역 파동 때와 비슷하다.

김인중 차관이 지난 7월 10일 열린 지자체와의 낙농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정부는 정부대로 할 말이 많다. 정부는 그동안 원유 가격을 결정했던 '원유 가격연동제'를 폐지하고, 향후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게 순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등가격제는 음용유와 버터, 치즈 등에 쓰이는 원유 가격에 차등을 둬 낙농가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정부는 특히 차등가격제가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미국·유럽산 치즈 및 음용유 관세가 철폐되는 것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현행 원유 가격연동제로는 국산 원유(우유 원료)의 가격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국내 낙농업계 전반이 도태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

유업계도 마찬가지로 주장하고 싶은 게 많다. 주목해야할 점은 실제 유제품 국내 생산과 수입량이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국내 유업체는 수급불균형을 풀어줄 해법으로 수출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원유 생산량은 208만 9천톤으로 20년 전인 2001년 233만 9천톤에서 약 25만 톤이 줄었다. 반면 이 기간 유제품 소비량은 142만 4천톤에서 447만 톤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유제품이 소비 증가를 주도했던 것.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2001년 1인당 63.9㎏였던 유제품 소비량은 2020년 83.9㎏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20년 유제품 수입량은 243만 4천톤(원유 환산)으로 2001년 65만 3천톤에서 약 178만 톤 이상이 늘었다. 국내 유업계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현재의 낙농산업 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쿼터제,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보전 등을 시정해야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각자의 주장은 나름대로 모두 수긍할 점이 많다. 하지만 이처럼 정부와 유업계와 낙농가가 의견접근을 하지 못하고 대치하는 것은 자칫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이래선 곤란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윤석열 농정의 방향을 가늠하는, 아니 어쩌면 성패를 가늠할 수도 있는 첫번째 시험이 진행 중이다. 바로 우리가 늘 마시는 우유를 놓고서 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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