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냉면값이 점점 오르면서 요즘엔 냉면 전문가나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가 많아졌는데, 냉면을 국내산 메밀로 만들까 아니면 수입산으로 만들까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는 이는 드문 것 같다. (물론 식당마다 다르겠지만) 한 그릇에 1만 5천 원 안팎인 서울시내 유명 냉면집 가격을 감안하면, 모르고 먹는 것보다는 알고 먹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말하자면 국산 메밀 가격은 수입산의 두 배 정도. 최근엔 일본이 러시아산 메밀 수입을 금지하고 중국산 메밀을 수입하면서 국내 중국산 메밀 거래가격이 약 6~8% 올랐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국내 생산량이 소비량의 절반 정도. 나머지 절반은 수입해 먹는다. 1년에 수입하는 약 2800 톤의 수입 메밀의 약 70％가 중국산으로 알려져 있다. 정리해보면 우리가 먹는 냉면은 메밀 유통량으로만 따지면, 국산 50%, 중국산 35%, 기타 수입국 메밀 15% 정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메밀하면 떠오르는 곳은 단연 강원도 봉평이다. 제주 메밀이라는 말은 아직 낯설다. 그런데 국내 최대 메밀 생산지가 바로 제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기하다. 이 점을 아는 냉면 매니아들도 많지 않다. 통계청 자료 중 2020년 기준만 놓고 보면, 메밀 생산량은 제주(582t)>경북(294t)>전남(266t)>강원(115t) 순이다. 제주도의 메밀 생산량이 강원도의 5배가 넘는다는 점이 놀랍다.

제주가 메밀 재배면적과 생산량 면에서 전국 최고인데도 사람들은 메밀 하면 강원도 봉평을 떠올리는 이유는 단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때문. 메밀꽃이 핀 모습을 ‘소금을 뿌린 듯 하다’고 표현한 그 대목과 소설제목에 메밀이 들어간 덕분에 강원도 봉평은 메밀의 본고장이자 중심지로 우뚝 섰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제주에서 생산된 엄청난 양의 메밀은 수확 상태 그대로 강원도 봉평으로 보내져 제분.가공되어 '봉평산' 메밀로 시중에 유통돼 왔다. 그래서 우린 누구나 제주산 메밀을 먹으면서도 봉평산 메밀을 먹는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제 더는 아닌 것 같다. 제주도가 제주메밀의 명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제주메밀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했다. 조례에는 관광산업과 연계한 6차산업 육성 지원, 제주메밀의 생산·가공 등 산업화 기반구축, 메밀 축제 등 문화상품 개발 지원, 고부가가치 기능성 제품 개발·연구 등의 메밀산업 활성화 대책이 모두 담겼다. 그래서 '제주 메밀 산업 발전 5개년 추진계획'이 2015∼2019년까지 1차로 완료됐고, 2020∼2024년에는 2차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는 또 메밀 생산 품종을 국내산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대부분의 농가가 사용 중인 품종 미상의 외래종을 국내산 품종으로 교체하기 위해 종자생산단지를 시범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전국 메밀 생산량은 약 40%를 차지하는 제주 메밀의 위상을 더욱 높이자는 뜻이 담겨있다.

고품질 메밀 생산을 위해 올해는 ‘양절’, ‘황금미소’ 등 국내산 메밀 채종단지도 만들었다. 여기서 채집한 종자를 내년부터 매년 30톤 넘게 제주 메밀 생산 농가에 보급할 예정. 그래서 제주도는 오는 2025년까지 제주지역에서 재배하는 메밀의 약 50%를 국산종자 메밀로 채우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제주 메밀의 앞날이 무척 밝아 보인다. 메밀의 본고장에서 만들어진 제주 냉면이 유명해질 날도 머지않은 듯 하다. 기대해본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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