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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VS 고양, 푸드플랜 롤모델은 어디?새 정부 농업-농촌 국정과제 중 푸드플랜 언급 없어 폐기 우려 커져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6일 열린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윤석열 정부 농정 방향타는 ‘농업·농촌·식품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성장’이란 말에 방점이 찍힌 게 특징이라면 특징. 말 그대로만 풀이하자면, 새로울 건 거의 없다. 실천 하느냐 안 하느냐 또는 그렇게 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따름이다.

이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삼을 비전과 국정과제 110개를 천명했는데, 이 중 농업분야는 3개. ▲농산촌 지원 강화 및 성장환경 조성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 강화 등이 바로 그 3개 항목이다. 역시 ‘성장’ 이라는 단어가 큰 제목에 2개나 포함돼 있고, ‘산업’이라는 말도 들어있다. 농업을 성장을 위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식량주권이란 말도 눈에 띄지만 , 그보다는 농가 경영안정 강화라는 세 번째 항목에 특히나 눈길이 간다. 그런데 어떻게 농가경영 안정강화를 이루어낼 것인가? 구체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먹거리 지원’. 각종 농식품 바우처 지원사업을 2025년부터 ‘먹거리 지원사업’으로 통합, 저소득층의 먹거리 접근성을 높이고 국산 농산물의 수요기반을 넓힌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먹거리 접근성 제고’와 ‘국산 농산물 수요기반 확장’. 그런데 이걸로 충분할까? 국산 농산물의 수요 기반을 넓히기 위한 먹거리 지원사업으로만 농가 경영안정이 강화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 국가적인 먹거리 계획이랄 수 있는 ‘푸드플랜’이라는 개념은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자못 마음에 걸린다.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지역 푸드플랜 수립’이라는 게 아예 폐기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푸드플랜이 뭔가? 쉽게 말해 전 국가적 먹거리 생산 유통 계획인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된 ‘지역 푸드플랜 수립’이라고 할 수 있다. 먹거리 특히 농산물의 지역 내 생산·소비 연계 강화를 기반으로 한다. 지역 푸드플랜 수립은 중앙정부 차원의 실행계획이 2018년부터 추진돼오면서 2022년 100개 지자체, 2025년 모든 지자체의 지역단위 푸드플랜 구축을 목표로 해왔다. 2020년 현재 67개 지자체가 푸드플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농식품부는 나름대로 지역 푸드플랜의 전국 확산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지원 사업 공모를 하고 있다. 지자체를 뽑아서 관련 농림사업을 한데 묶어 5년간 패키지 지원을 하는데, 2018년 9곳, 2019년 9곳, 2020년 8곳이 선정돼 시행중이다.

푸드플랜은 우리나라에서만 행해지는 제도 또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푸드플랜은 유럽, 북미에서 2000년 초반부터 런던(2006), 암스테르담(2007), 샌프란시스코(2009), 뉴욕(2010), 토론토(2010), 벤쿠버(2010) 등에서 시행했는데, 현재는 전 세계 100여 개의 도시 중심으로 지역단위 푸드플랜이 작동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전주시와 2017년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푸드플랜을 수립해 그 첫삽을 떴다. 처음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곳이 바로 전주시와 서울시다. 그런가하면 경기도 고양시는 먹거리 관련 자체 매출액이 가장 큰 지자체로 유명하다. 고양시는 서울 인접 특례시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십분 활용해, 도시에서의 농산물 생산 판매 유통이라는 3박자를 갖춘 지자체라는 면모를 뽐내고 있다.

푸드플랜은 우리나라에서만 행해지는 제도 또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푸드플랜은 유럽, 북미에서 2000년 초반부터 런던(2006), 암스테르담(2007), 샌프란시스코(2009), 뉴욕(2010), 토론토(2010), 벤쿠버(2010) 등에서 시행했는데, 현재는 전 세계 100여 개의 도시 중심으로 지역단위 푸드플랜이 작동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 고양시 운영 로컬푸드 직거래 매장 매출액 737억원 돌파 주목해야

윤석열 정부 출범에 즈음해 푸드플랜을 재조명하자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양시와 전주시를 선두에 내세워 거론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먼저 고양시. 최근 인구 100만 명을 넘겨 특례시가 된 고양시는 먹거리 관련 시스템이 어느 지자체보다 선진화되어 있다고 평가할 만 하다. 그래서인지 지난해에는 아예 고양시청에서 '2030 먹거리 비전 선포식'까지 열어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누리는 도시’가 되겠다는 의지를 만방에 과시했다. 인구 100만 명을 넘긴 도시 답게 ‘먹거리 자족도시’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고양시는 이 같은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환경친화적 먹거리 선순환 체계 확보, 공공 급식 기반 로컬푸드 생산·소비 확대, 공동체 기반의 먹거리 경제 활성화 계획을 내놓았다. 알다시피 로컬푸드란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돼 먼 거리 수송이나 여러 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농산물을 지칭한다.

실제로 고양시는 지난해 로컬푸드 매출액이 약 737억 원을 기록, 전국 지자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매장 숫자도 총 14개로 가장 많다. 연간 누적 이용객은 무려 3백만 명을 넘어섰다. 고양시 로컬푸드 직매장 농산물은 관내 3500 개 농가에서 생산해 출하한다. 생산 농가의 이력과 생산 농민 이름도 적혀있는 농산물이라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무척 높다. 당일 출하와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신선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농약 잔류검사 기록도 공개함으로써 안전성과 신뢰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렇듯 모범적인 운영 성과에 정부도 고양시를 주목하고 있다. 고양시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및 경기도와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먹거리 계획 협약’도 맺었다. 농식품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사업을 공모했는데,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고양시가 선정됐다. 협약에 따라 경기도와 농식품부는 고양시의 지역 푸드플랜 패키지 사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게 되며, 고양시는 지역 먹거리 계획 추진 기반 구축을 위한 행정 전담 조직 및 공공형 현장 실행조직을 구성해 이를 추진하게 된다. 5년간 총 사업비 20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양시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및 경기도와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먹거리 계획 협약’도 맺었다. 농식품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사업을 공모했는데,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고양시가 선정됐다. 사진은 고양시 로컬푸드 직매장 [사진=고양시]

◇ 전주시, 푸드플랜 최초 실행... 꾸준한 성과로 인정받아

음식 맛 좋기로 유명한 전주는 앞서 언급했듯 도시형 먹거리 전략, 즉 푸드플랜을 최초로 수립해 시행해온 곳이다. 재단법인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라는 단체를 설립해 이를 수행하고 있는데, 전주시에서 매년 30억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연매출도 100억 원대를 넘기며 순항중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전주시는 지난해 말 ‘2021 로컬푸드 지수 시상식’에서 본상인 최우수상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인 특별상(발전상)을 동시 수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관하는 로컬푸드 지수 평가는 전국 159개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가공품 판매 비중, 학교급식·공공급식 로컬푸드 공급,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 상황 등 17개 지표를 평가해 선정된다. 지난 2015년부터 푸드플랜 시행주체인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전주푸드)’가 ‘생산-가공-유통-소비-재활용’이라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또한 지난해에는 전주푸드 전담부서인 먹거리정책과를 농업기술센터 내에 신설하는 등 조직적 기반도 갖춰나가고 있다. ‘농산물 안전성분석실 운영 조례’와 ‘농특산물 품질인증에 관한 조례’, ‘식생활 교육 지원 조례’, ‘먹거리 기본권 보장 조례’ 등을 제정해 제도적 토대 역시 마련중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급식이 중단되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초중고생 가정에 배송하는 등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에 주력해 왔다.

전주푸드는 기획생산 농가조직화사업을 바탕으로 2015년 12월 전주푸드직매장 개설 운영, 휴게음식점을 통한 도시락 공급사업, 협동경제조직 육성으로 지역원료 기반 가공품 생산,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급식공급, 전주시학교급식지원센터 지정을 계기로 학교급식공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전주푸드플랜 시행 6년 차인 2020년 12월 현재 142개소의 수요처를 확보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전주푸드 공급을 지속 확장해 가고 있다. 전주푸드는 '건강한 시민, 지속가능한 농업, 독립경제도시 전주'라는 비전 실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전주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이 지난 3월 이마트 에코시티점에 입점해 판매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전주지역 40여 농가에서 생산된 채소류와 과일 등 50여 품목이 판매되는데, 전주지역 농민들의 농산물 판로 확대 및 농가 수익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전주시는 지난해 말 ‘2021 로컬푸드 지수 시상식’에서 본상인 최우수상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인 특별상(발전상)을 동시 수상했다. 사진은 완주로컬푸드직매장 하가점 [사진=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 농산촌 지원 강화와 성장산업화와 더불어 종합적 ‘푸드 플랜’ 작동 시급

하지만 고양시와 전주시의 방향만이 꼭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다. 푸드플랜의 역할과 방향성이 먼저 제시되고 정립되어야만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푸드플랜 관련 간담회 자리에서는 반드시 나오는 얘기가 바로 “푸드플랜이 로컬푸드의 확장판이 되면 곤란하다”라는 것. 푸드플랜이라는 것은 전국가적인 종합적 먹거리 계획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농업전문가들은 푸드플랜이 단순한 농산물 유통 플랜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로컬푸드를 넘어 공공영역으로 확장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역 내 공공·단체 급식에 로컬푸드를 일정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제도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20년 현재 전국의 각 지자체들과 농업관련 기관들은 먹거리 종합계획 푸드플랜 실행을 위한 위원회 개최(세종), 푸드플랜 참여농가 공개모집(아산), 지역특화형 푸드플랜 구축(여수), 푸드플랜 아카데미 개최(aT), 농업인대학 내 로컬푸드과 신설(홍천), 푸드플랜 연매출 100억 목표 설정(청양) 등으로 차분하게 먹거리 대책을 꾸려 추진 중이다.

아무쪼록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이 미래산업으로서의 경쟁력 강화 등 ‘성장’과 ‘산업’이란 개념에 머물지 않고, 농민들의 자립을 위한 보다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 푸드플랜도 거기에 포함되어야 한다. 5년 뒤 ‘윤석열 정부의 농정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이는 아마도 역대 정부 가운데 최초로 받는 칭찬이 될 것이다. 그만큼 역대 농정은 불안했고, 말 뿐이었고, 이룬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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