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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새 대통령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지키지 못할 큰 그림은 이젠 그만... 작더라도 실질적 효과 있는 대책 필요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새 대통령이 등장할 때마다 농민들은 아주 잠깐이라도 설레는 기분일 게다. “이번엔 좀 좋아질까? 농촌이 살만한 곳이 되도록 새 대통령은 뭔가 다른 정책을 펼치지 않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마도 이런 생각들을 하며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5년이 지나고 나서 그 결과는 항상 비슷했다. 한마디로, 용두사미. 시작만 창대하고 마무리는 거의 안 된 채로 5년간의 농정은 흐지부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라는 걸 부활시켜 농업과 농촌의 르네상스를 도모했다. 하지만 역시나 결과는 똑같았다.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 역시 용두사미였다.

문재인 정권 초대 농특위원장이었던 박진도 위원장은 임기 첫해 전국의 9개 광역 지자체를 돌며 농민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한 바 있다. 타운홀 미팅이라는 걸 열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농민들을 만났다. 무려 두 달에 걸친 대장정이었는데, 질문과 대답을 모아 농민들의 속마음, 진심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이런 식이었다.

2019년 6월 18일 열린 대통령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농특위] 현판식 [사진=농특위]

▲“농정의 틀(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남) = (농민들의 대답) 농수산물 가격 안정 및 농가 경영안정 강화가 30.8%로 1위, 농어촌 역량강화 및 사회적 경제 활성화가 15.4%로 타 지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3위로 꼽힌 것은 농어촌공간 체계적 관리 11.5%, 4위가 국가 먹거리종합전략(푸드플랜) 수립기반 구축으로 11.5%로 나타났다.

▲“농정전환의 핵심과제, 행정이 핵심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전남) = 1위 농수산품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35.9%), 2위 농림어업인 기본소득보장(18.8%), 3위 농어업 공익적 가치 인정.지원(17.2%), 4위 청년농업인 육성제도 개선(7.8%) 순으로 나타났다.

▲“민간이 노력해서 기여할 수 있거나 해야 할 것은?” (전남) = 1위는 안전한 먹거리 실현 보장 29%. 2위는 농어업 공익적 가치 인정 지원으로 16.1%, 3위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으로 11% , 4위가 친환경순환농법 9.7%. 순.  ▲“행정과 민간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일은?”(전남) = 1위가 안정적인 친환경농산물 생산 23%, 2위가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인정 지원(21%) 순

국내 최대 농촌현장이며 농도로 꼽히는 전라남도 농어민들의 종합의견은 이렇게 요약됐다. 1위가 농수산품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36.7%, 2위가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 인정 지원 25% , 3위와 4위는 농림어업인의 기본소득보장과 안정적인 친환경생산물 생산 유통으로 각각 11.7%.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강원도 농어민들이 꼽은 1위가 농어민의 기본소득 보장 52.4%이며, 충청북도는 농가의 소득보장이 30.9%로 1위였다는 점 등이 눈에 띄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 순위를 매겨보면 우리 농어민들의 소망은 한결 같이 두 세 개로 요약되고 있었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이 종합한 전국 9개도의 생생한 의견을 종합하면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①농어민의 삶의 질 보장, ②지속가능한 농어업 보장, ③합리적인 농수산물 소비자가격 유지, ④농어촌 일자리와 안전한 먹거리 생산 등의 순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풀이하자면, "▲농어업만 해서 생계를 꾸릴 수 있게끔, ▲농수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게 가격정책을 마련해주고, ▲농어촌의 일손부족을 해결해 달라"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그래야 농어민의 삶의 질이 보장된다는 목소리였던 것이다. 결코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고, 지극히 상식적이며 소박한 목소리였다.

이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박진도 위원장과 대통령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박진도 위원장 =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3농(농어민, 농어업, 농어촌)을 농어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의제로 끌어 올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농어업과 농어촌을 농어민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삶터, 일터, 쉼터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삶과 행복을 위해서는 농어민이 행복해야 하고,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 “농어업에는 인간 생존의 장구한 역사가 함께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미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해답도 담겨있습니다. 과감한 농정의 대전환으로 청년들은 농어촌에서 미래를 일구고, 어르신들은 일과 함께 건강한 삶을 누리고, 환경은 더 깨끗하고 안전해지길 바랍니다. 젊은이와 아이들이 많아지는 농산어촌, 물려주고 싶은 농어업의 나라 대한민국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그 뒤로, 말대로 지켜진 것은 거의 없었다.

2020년 11월 11일 이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농업인의 날' 기념식 현장 [사진=청와대]

◇ 농특위, 시작 창대하고 끝은 흐지부지... 농민 목소리 경청 노력하기도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농업계는 윤석열 당선인을 향해 대선 당시 제시한 농정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고, 농업·농촌의 위기극복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한종협 60만 회원은 당선인에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 농업·농촌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요 농정공약이 국정운영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성명에서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인수위원회에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협치를 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윤석열 당선자가 꼬일대로 꼬인 축산농정의 실타래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최우선 농정과제로 윤석열 당선인이 내놓은 ‘공익직불금 예산 5조원 확충’을 선정하고 있다. 앞서 농특위가 농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한대로 농가소득 보장을 위해 직불제 확대 공약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안철수 후보가 제시했던 ‘농업통계 전문인력 재배치’ 공약도 전문가들이 꼽은 주요공약 중 하나. 농업통계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농업계는 윤석열 당선인을 향해 대선 당시 제시한 농정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고, 농업·농촌의 위기극복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사진은 청와대 본관 전경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농민단체, 한 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적극적 농촌문제 해법 요청

더 설명하지 않아도 농업과 농촌은 지금 심각한 상황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언론과 정부는 일부 스타 농업인이나 부농 또는 특이한 성공사례만을 부각시키며 농촌에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선전 중이며 농촌은 살만한 곳이라는 점을 맹목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매우 잘못된 방향이다.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기댄 사업들로 겨우 지탱하는 농촌이 고사 직전이라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소멸이란 말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마당에 장밋빛 환상만을 유포해선 안 될 일이다. 그러면서 뒤로는 기초지자체에 매년 1조원의 지방소멸방지자금을 투입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게 우리 농정의 현실이다.

물론 신활력플러스 사업, 농어촌협약 사업처럼 새롭게 시도되는 몇몇 프로젝트들이 농촌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정책들도 과연 실질적 성공을 바란다기 보다는 형식적인 지원책이라는 느낌이 강한 게 사실. 과연 현장 농민들 중에 신활력플러스 사업과 농촌협약이란 것의 존재유무를 아는 이들이 몇이나 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형식적인 사업 몇 개로 과연 농촌이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그런가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관련한 국민 의견 수렴 공청회를 서둘러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와 재계는 농어촌에 폭탄이 될 확률이 높은 이 협정의 안착을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농어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현실적 피해보전 대책 수립, 농축산업의 발전 대책과 연계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아닌 윤석열 정부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CPTPP 가입은 국내 과수산업의 근간을 흔들만큼 위협적이며, 국내 주요 과수 품목의 회생 불가능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결사 항전의 자세로 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CPTPP 가입은 완전 개방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가입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2020년 기준 소고기 자급률은 37.3%, 우유 자급률은 48.1%에 불과한 현실에서 시장 개방화의 가속은 식량자급률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의 말도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 당선인이 꼭 명심해야할 말이다. 

“그동안 많은 정권들이 오로지 임기응변식 땜질정책만 일삼은 결과 타 산업분야에 비해 농업분야 발전은 더디게 진행됐고 경쟁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공무원들은 눈앞에 닥친 문제만 해결하다가 농업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농정은 불통의 농정이었다. 신임 대통령과 신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현장과 소통하는 정부, 농업인에게 신뢰를 주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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