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수십 년 동안 서서히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서서히 줄고 줄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은 1인당 연간 56.9kg의 쌀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 30년 전인 1991년엔 1인당 연간 약 116.3kg의 쌀을 먹었다. 줄어든 수치가 놀랍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풀이해보면, 한 달에 거의 10킬로그램의 쌀을 먹던 사람이 30년이 지나서는 그 절반도 못 되는 5킬로그램 미만을 먹는다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 그렇다면 쌀 대신에 나머지 59킬로그램 정도를 1년 동안 어떤 걸로 대체해서 먹고 있는 걸까? 다이어트가 유행이라서 그만큼을 덜 먹는 걸까? 궁금해진다.

이 같은 사실은 통계청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른 것인데, 주목할 점은 일반 가정에서 쌀 소비는 감소하는데 식품제조 부문에서는 약간 증가했다는 것. 이밖에도 통계청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이 여러 개다. 간추려보면 이렇다.

"우리나라 사람(1인 기준)은 하루에 약 155.8g의 쌀을 먹는다. / 1인당 연간 기타양곡 소비량은 8.2kg이다 ( 전년대비 5.7% 감소) / 1인당 잡곡은 1.0kg, 두류(콩)은 1.7kg 소비한다. / 보리쌀은 1.6kg를 소비함으로써 약간 소비량이 늘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많다. 우리나라 농가의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은 약 100킬로그램에 가깝다. 정확하게는 99.5kg. 그런데 농가가 아닌 비농가의 양곡 소비량은 농가보다 약 30~40% 적은 약 63.3kg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촌의 양곡소비가 도시의 양곡소비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것. 달리 말해 도시사람들이 농촌사람들 보다 양곡을 훨씬 덜 먹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 걸까?

쌀 소비량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농촌의 농가 1인당 쌀 소비량은 약 88.9kg. 그렇다면 도시민의 사정은 어떨까? 도시 비농가의 쌀 소비량은 1인당 약 55.2kg. 무려 33.7킬로그램을 농민보다 도시민이 덜 먹고 있다는 거다.

늘어난 부문도 있다. 바로 식료품, 음료 제조업 분야에서 쌀을 원료로 사용한 양이 조금 늘어났다는 점. 쌀 소비가 많은 업종들의 순위는 이랬다. 떡류 제조업이 26.0%로 1위, 2위는 주정 제조업으로 약 22.6%, 3위는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으로 16.7%, 4위가 기타 곡물가공품 제조업으로 9.%를 차지하고 있다. 좀 더 분석해보면 도시락 제조업, 면류.마카로니 제조업, 떡류 제조업 분야가 쌀 소비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이병호)가 최근 발간한 ‘2020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 쌀가공식품’를 보면 주요 쌀가공식품(가공밥, 떡, 죽류, 쌀과자, 쌀라면, 현미유, 쌀식빵 기준)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6654억원, 2018년 7973억원, 2019년 8840억원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조 시장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

품목별로는 가공밥 4938억원, 떡 1542억원, 죽 1332억원, 쌀과자 911억원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쌀가공식품의 주요 소매채널별 점유율은 할인점 32.5%, 편의점 24.0%, 체인슈퍼 18.8%순이다. 재미있는 점은 떡을 주로 할인점(29.4%)과 체인슈퍼(23.1%)에서 구입한다는 사실. 마트나 수퍼마켓 계산대 앞에 진열된 포장떡이 잘 팔린다는 뜻이다.

소비패턴을 보면, 20~30대 남성과 20대 여성들이 가공밥 구입경험률이 1위였고, 떡볶이떡과 쌀과자는 30~40대 소비자가 자녀를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쌀라면은 30대 남성, 죽류ㆍ떡국떡은 30~40대 여성의 선택을 받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통계를 참고하면 쌀과 쌀가공식품 생산과 유통에 도움이 될 듯 하다.

그나저나 농민들이 도시민보다 쌀을 훨씬 더 많이 소비하는 이유는 뭘까? 어떤 전문가는 ‘농민들은 밥심으로 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게 정말 맞는 말일까? 맞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것이 농민들은 쌀을 생산하는 주체란 점. 아마 거기에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한 해 동안 알뜰살뜰 보살피며 키워낸 쌀을 묵혀두거나 소홀히 대하는 게 미안하고 안쓰럽기 때문일 수 있다. 어쩌면 엄마의 마음과 같을 지도 모르겠다. 남은 밥을 살뜰히 보관하고 밥 한 톨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주부의 마음, 바로 그런 마음가짐 말이다.

쌀값으로 농촌이 떠들썩한 시기에 쌀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기도 하지만 쌀을 먹는 민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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