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쇠고기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뭐니뭐니해도 가격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한우 보다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를 많이 먹는 이유는 가격을 빼놓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는데 축산물품질평가원(원장 장승진, 이하 축평원)이 발간한 ‘2019년 축산물 유통실태 보고서’다. 이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각각의 축산물 유통비용률. 놀랍게도 축평원 조사 결과, 지난 2019년 소ㆍ돼지ㆍ닭ㆍ오리 등 주요 축산물의 유통비용률은 무려 47.8%나 된다. 전년인 2018년의 47.5%보다도 0.3%p 높아졌다.

유통비용률이라는 건 뭔가? 쉽게 말해 우리들의 장바구니 가격, 즉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유통비용률이 47.8%라는 점을 해석하면, 축산물 소비자 가격이 만약 1000원이라면 생산자가 가져가는 돈이 522원, 유통업계가 챙기는 돈이 478원이라는 뜻. 놀랍지 않은가? 품목별 유통비용률을 따져보면, 닭고기 54.1%, 계란 52.3%, 쇠고기 48.5%, 오리고기 46.7%, 돼지고기 44.8% 등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국내 소고기 시장이 미국산 수입소고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전국한우협회 부설 한우정책연구소 자료를 보면, 2021년 우리나라 소고기 수입량은 약 45만 2812톤으로 2020년 보다 약 8% 증가했다. 물량으로 보면 미국산 소고기 수입물량은 약 25만 4873톤으로 압도적 1위였다. 그 다음이 호주산 16만 136톤, 뉴질랜드산 1만 7629톤.

한우정책연구소 자료 중 눈여겨 볼 대목은 또 있다. 지난 2021년 1인당 소고기 소비량 13.6kg 가운데 미국산이 5kg, 국산 소고기(한우ㆍ육우ㆍ젖소 포함)가 4.8kg로 미국산 소고기 소비가 한우 소비를 앞질렀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우정책연구소는 수입산 소고기 소비증가의 원인으로 ▲수입물량 증가, ▲소득 향상으로 인한 소고기 소비 증가, ▲구이용 고기 섭취 문화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수입이 증가된 소고기 부위는 등심 > 안심 > 채끝 등의 순으로 역시나 구이용이 집중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안심은 전년 대비 87%, 채끝은 65%, 등심은 23%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수수방관해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우 생산자단체인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유통마진을 줄여서 한우소비를 늘려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농협 축산경제측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농협측은 한우의 순수 유통마진이 20%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계산 방법이 좀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대형마트의 ‘반값 한우’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일상적이진 않지만 여기에는 대형마트의 노력이 숨어있다는 평가다. 보통 한우는 우시장-도축장-경매-가공장-도매상-소매상 등 6개 경로를 거쳐 소비자들 식탁에 오르는데, 각 과정마다 마진이 붙어 가격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고 비싸진다. 대형마트들은 유통마진을 줄이려고 경매에 직접 참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쉽게 말해 6단계로 이루어진 유통경로를 2~3단계로 줄여서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특별’한 노력과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값 한우’가 늘 소비자 식탁에 오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런 특별함과 이벤트성 성격 때문.

어쨌거나 오는 2026년 소고기는 관세 무풍지대가 될 확률이 높다. 국제사회의 이런저런 약속들이 한우를 무한경쟁 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수입소고기 물량이 대폭 증가할 게 뻔한 상황에서 한우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대책은 있는 것인지, 누가 그 대책을 주도하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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