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CPTPP추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농민단체가 힙을 합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농민의 의견은 전혀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라고 더욱 반발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얼마 전 서울 여의도에서는 농민을 포함한 여러 단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히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 정부가 기어이 CPTPP 가입을 선언한다면 끝내는 농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CPTPP)과 신자유주의 농정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농민들은 또 “기상 이변으로 인한 태풍과 냉해, 장마 등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의 상황은 아랑곳없이 현 정부가 무분별하게 농산물을 수입해 농산물 가격을 폭락하게 만들고 ,뿐만 아니라 농촌이 농지를 둘러싼 투기판이 됐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현 정부의 무책임이 극에 달했다고 질타했다.

이러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정부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추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 이에 농민단체가 힙을 합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농민의 의견은 전혀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라고 더욱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농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절차를 밟는 노력을 하고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 1월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정부가 농업계를 대상으로 CPTPP 가입 설명회를 계획한 게 그런 노력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설명회에는 농민단체들의 보이콧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에 농민들은 청와대 앞으로 몰려갔다.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농민들은 "CPTPP의 농산물 자유화율은 무려 96.1%나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농업,어업,임업은 거의 말살하고 만다“고 주장하고, “당장 CPTPP 가입 절차를 중단하지 않으면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CPTPP라는 게 뭔가? 가입할 경우 농업분야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인데, 지난해 초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의 CPTPP 가입이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는 쉽게 말해 중국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열자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20년 말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미국의 CPTPP 재가입 때엔 우리나라도 가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CPTTP가입은 왜 우리 농민들이나 농촌에게 위협적인 것일까? 주요 위험요인을 간추려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CPTPP 가입 시엔 ▲쌀이 제일 먼저 위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쌀이 우리 농업의 근간인지라 쌀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은 곧 우리농업 전체가 휘청거리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쌀은 일본, 미국의 예에서 목격했듯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에 더욱 중요하고 민감하다. 실제로 2015년 오바마 정부는 한국에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한 적이 있다.

또한 ▲외국산 신선상태의 사과. 배 등 과일을 수입해야 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병충해 등을 이유로 현재는 수입을 금하고 있지만, CPTPP 가입 이후에는 엄밀한 과학적 근거자료 없이 수입을 금지하는 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기업 우대금지 조항(국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해야 함)이 관철되면 정부나 농협.축협 등의 농업지원정책이 가로막힐 수 있다. 실제로 이를 막는 조항이 바로 공기업 우대금지 조항인 것. 아울러 ▲일본도 우리 농업의 큰 라이벌로 부상하게 된다. 일본의 고품질 과일, 축산물, 유제품 등의 수입 증가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에 대한 농식품 양허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지기 직전이다. 정부는 농민들의 의견을 더욱 충실히 경청하는 과정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로부터 “정부는 식량마저 상품으로 인식하는 천박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이나 “최소한의 협의체라도 구성해서 전 국민이 논의한 뒤 가입을 결정하라”는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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