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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하나가 나라를 먹여 살린다세계 종자시장 100조원 규모... 농업의 미래 품종 개발에 달려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종자전쟁이란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몬산토 듀폰 신젠타 등 미국과 네덜란드의 세계 최대 종자기업들이 중국과 독일에 수십조 원 단위로 인수합병되는 걸 몇 년 사이에 목격한 이래로는 더욱 종자(씨앗)을 둘러싼 각축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청양고추가 더 이상 우리 종자가 아니라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엔 색다른 소식도 들린다. 미니 파프리카종자의 46% 이상을 국산화했다는 소식. 우리나라 경남도농업기술원이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값비싼 미니파프리카 종자를 국산화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약 46%의 수입종자를 대체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경남농업기술원이 지난 2013년부터 9년여 동안 진행해온 GSP(골든씨드프로젝트) 연구의 성과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대선주자들도 토종종자 보호육성, 국가식량주권위원회 설치, 곡물 자급률 30%까지 향상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우리 씨앗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딸기 품종의 국산화는 더욱 놀랍다. 현재 우리나라 딸기 보급률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설향’이 대표적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약 10%가 되지 않던 국내 육성 딸기품종 보급률은 지난해인 2021년 약 96%까지 올라섰다. 설향은 약 85%에 이른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딸기는 K-딸기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수출된다.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런가하면 우리 식탁에 단골로 오르는 콩나물도 신품종 개발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농촌진흥청 지난해 말 콩나물 신품종 ‘아람’이 가공적성시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는데, 숙취해소, 신경안정 효과가 있는 기능성 성분 함량이 높고 아스파라긴도 76mg(g당) 들어있다고 한다. 더구나 뇌혈류 개선ㆍ산소공급ㆍ뇌세포 대사기능 촉진 신경전달물질인 가바 성분이 많아 갱년기 증상 완화 및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품종 아람은 올해부터 국립종자원을 통해 정부보급종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쉽게 말해 기능성콩나물이 널리 보급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만한 기능성종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능성 종자와 종자수출 등으로 유명한 국내 굴지의 종묘기업 아시아종묘가 개발한 미인풋고추는 혈당억제 효과가 있으면서 매운 맛도 거의 없는 기능성 농작물이다. 일본 양배추 종자를 대체하며 국산 양배추종자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윈스톰 양배추’ 역시 아시아 종묘가 개발한 것. 이 회사의 건강에 유익하고 기능성이 독특한 기능성 종자는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는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다. 2020년부터는 종자 수출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달성할 예정”이라며 "종자 분야 R&D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연구개발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2020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아시아종묘의 양배추 '대박나' [사진=농식품부]

◇ 세계는 지금 종자전쟁중...국산 종자 및 기능성 종자에 관심 급증

이런 분위기 속에 우리나라 대표 식품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식물종자를 비롯한 바이오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 오리온, 대상 등의 식품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분야에 미생물, 식물 기반 신 기능성 소재와 식물종자, 첨가물을 만들어내는 그린 바이오가 선두에 서 있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한화임팩트는 유전자편집기술을 활용한 애그테크(Agriculture Technology)기업에 투자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애그테크 최고경영자(CEO) 포럼'이라는 단체도 결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이 포럼은 농식품 분야의 디지털 혁신에 힘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KREI)가 지난달 발표한 ‘농업전망 2022’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의 애그테크 규모는 스마트팜 부문에서 2019년 8억 9900만 달러, 그린바이오 부문에서는 2020년 9238억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린바이오 부문에서 애그테그는 2025년에는 1조 3454억 달러를 달성할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애그테크도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애그테크 중 농업용 드론> 스마트팜 > 그린바이오 부문의 순서대로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립종자원도 이런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립종자원은 이달 초부터 다음달 초까지 '2022년 제18회 대한민국우수품종상' 출품 접수를 받는다. 신품종 육성 의욕을 높이고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우수 품종을 선발해 시상하는 게 바로 대한민국우수품종상.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육성된 식량작물, 채소류, 과수류, 화훼류, 특용작물, 사료작물, 버섯류, 산림작물 등의 품종 가운데 품종보호등록, 국가품종목록에 등재된 품종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21년 제17회에는 출품된 36품종 가운데 농업회사법인 권농종묘㈜의 ‘선풍골드(상추)’ 품종이 대통령상을 받았다. 상추품종인 ‘선풍골드’는 여름 고온기 재배에도 잎의 적색(안토시아닌) 발현이 강한 고품질·다수확 품종. 2020년 대통령상은 ‘홍산(마늘)’품종을 육성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홍산’마늘은 기존품종보다 바이러스에 강하여 재배하기 쉽고 수확량이 많으며, 강한 살균‧항균작용, 혈액순환 등에 효과가 있는 품종.

2020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 국무총리상은 아시아종묘의 양배추 '대박나'가 수상했다. 더위에 강하고 흑부병에 민감하지 않은 특장점으로 지난 2015년부터 터키,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일본, 중국, 태국 등 13개 국에 약 3백만 달러를 수출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칼라짱(고추)’ 품종을 육성한 농우바이오가 대통령상을 받았다. ‘칼라짱’고추는 고추 병해중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칼라병)에 대한 국내 최초 저항성 품종이다. 2018년에는 해오름종묘의 '베테랑' 오이가 받았다. 고온에 강해 수확량이 다른 품종보다 30% 이상 많다. 농약 잔류 가능성도 낮다.

우리나라가 보유중인 종자는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인 약 26만 점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진은 농업유전자원센터 내부 [사진=농촌진흥청]

◇ 국내 기업들의 그린바이오 산업 진출, 미래 먹거리 위한 ‘파종’

앞서 언급했듯 세계 종자시장은 전쟁중이다. 미국과 네덜란드가 몬산토, 듀폰, 신젠타를 중국과 독일로 넘기며 종자주도권이 급변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최대 종묘기업들(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청원종묘)은 모두 외국(미국,일본,네덜란드)로 팔려갔다. 외환위기 때의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충격파는 여전하다.

하지만 희망적인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가 보유중인 종자는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인 약 26만 점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앞선 나라들이 30~50만 점의 종자를 보유중인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연구 개발로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충분한 숫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더구나 최근엔 정부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만든 유전자변형생물체(LMO)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관련산업을 키우느냐 아니면 먹거리 안전성이 우선이냐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있는 유전자 가위 분야의 빗장을 정부가 앞장서서 풀려고 하는 데는 분명 나름의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바로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서다. 시장가치로만 보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바로 바이오산업이기 때문이다.

오는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인데, 이 개정안에는 '유전자가위 등 바이오 신기술을 적용한 산물 중 전통육종 또는 자연적 돌연변이 수준의 안정성이 확인된 LMO에 대해 위해성심사와 수입·생산·이용 승인을 면제한다'는 규정이 포함될 예정이다. 즉 안정성만 확인된다면 유전자변형생물체(LMO)에 대한 활용을 막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LMO가 GMO(유전자변형식품)와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그렇지 않다. 산업발전이냐 안전성이냐는 법개정의 전후에 두고두고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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