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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지속가능을 위한 '농정' 방향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2년 10대 농정이슈 선정... 노령화-공익성-디지털 초점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해마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정부 발표는 과연 믿을만한가? 지난 2020년 통계로만 보자면 약 49만 4500명이 귀농.귀촌 함으로써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귀농과 귀촌을 분리해서 바라보면 약간은 신선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귀농은 약 1만 7천명, 귀촌이 약 47만 7천명이라는 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즉, 쉽게 말해서 우리가 아는 귀농귀촌 증가율의 거의 대부분이 귀촌(약 96%)이며, 귀농은 4%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꼭 농촌에서 농사만 지어야 하느냐, 농업에 ‘올인’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기초지자체, 특히 농촌으로 살러가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더구나 귀촌인구 일부가 농업을 전업으로 하는 귀농인구로 변모하는 일도 드물지 않기에 그렇다. 일단 농촌으로 가서 → 텃밭 일구는 재미부터 느껴보고 → 반농반X(절반은 농업, 나머지는 다른 일)의 삶을 살다가 → 전업농이 되는, 그런 과정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귀농 귀촌 현상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1인 귀농 귀촌 가구의 증가추세.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통계가 도시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자료를 보면 우리 농촌의 평균 귀농 가구원 수는 1.40명, 귀촌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1.38명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1인가구’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의 사유로는 ‘본인의 학업·직장 때문’이 24.4%로 가장 높았고, 배우자의 사망이 그 다음이었다. 그래서 젊은 1인가구는 대부분 대도시로 몰리고, 나이든 1인가구는 지방에 편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우리 농촌은 귀농귀촌인구가 늘고 있다고 해도 ‘고령의 1인가구’가 지키고 있는 곳이라는 게 2022년 현재의 팩트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와 함께 60대 귀농·귀촌인이 되어 농촌으로 가고는 있지만, 그들 역시 이미 고령에 속한다.

바로 이런 점들이 적극적으로 농업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마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시의적절하게 2022년 10대 농정이슈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요약해서 살펴보면 우리 농촌현실에 맞는 농업정책이 어떤 식으로 펼쳐져야 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 공익성, 디지털’ 라는 3가지 프리즘으로 분석해본다.

우리 농촌은 귀농귀촌인구가 늘고 있다고 해도 ‘고령의 1인가구’가 지키고 있는 곳이라는 게 2022년 현재의 팩트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와 함께 60대 귀농·귀촌인이 되어 농촌으로 가고는 있지만, 그들 역시 이미 고령에 속한다. [사진=픽사베이]

◇ ‘나홀로 귀농.귀촌’ 트렌드 속, 최선의 ‘농정’은 어떤 방향?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업·농촌의 대내외적 여건과 주요 현안들을 고려해 선정한 2022년 10대 농정이슈는 이렇다.

■ 농업경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농업 노동력 확보 = 외노자(외국인노동자) 없이는 농사 못 짓는다 라는 말이 나온지 10년도 훨씬 넘었다. 특히 농번기 때는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현장에선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농업생산비 증가와 농산물 생산량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농번기 일용근로자 수는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에도 6만 8100명(2017) 에서 5만 3500명(2019)으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또한 60~70대의 비중은 66.8%(2017)에서 69.6%(2019)로 내국인 일용근로자 대다수는 고령자이며 증가추세에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은 노동 일손 부족 대책으로 계절근로자제도의 다양한 방식 확충 및 외국인 근로자 유입 확대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일용근로자 및 1~2개월 단기 근로자 고용 농가에 대하여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하도록 지자체 주도 계절근로자제 파견근로 시범사업 확대 → 평가 후 본사업 전환, ▲코로나19로 인한 출국기한유예를 받은 방문취업(H-2), 방문동거(F-1) 및 동반자격(F-3), 고용허가제(E-9) 근로자들이 한시적 계절 근로하는 현행 방식 유지·확대, ▲3개월·5개월 연속 근로자 고용이 가능한 작물재배업농가의 계절근로자제 활용 확대를 위한 지원 강화 등이 그것이다. 농경연은 이러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전반적으로 해결하려면 청년들의 안정적인 농업·농촌 정착을 위한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개편과 다양한 승계방식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CPTPP 가입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대응방안 마련’도 중요한 농정이슈로 꼽혔다. 농경연은 CPTPP 가입에 따른 농업분야 추가개방을 우려했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은 낙농·축산 분야에서, 말레이시아·베트남·칠레 등은 채소류(고추·마늘·양파). 과일류(감귤·오렌지·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에서 추가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멕시코·일본과는 사실상 협상을 새로 체결해야되는 걸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투명성이 대폭 강화되어 통상 관련 모든 사안에 대한 정보를 회원국에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며, 동등성 인정 요청 시에도 국제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관련법 재정 및 정비,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한 시설 및 설비 투자, 전문인력 양성과 역량 강화, 예산 및 조직 확보 등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 신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농정 전략 마련 = ‘신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농정전략 마련’도 눈여겨봐야 할 사안이란 게 농경연의 권고사항. 새 정부가 국가적 지속가능성 위기 극복을 위해서 농업·농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역할을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해 더 많은 재정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농촌재생은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이지만, 수도권·대도시 중심 고밀도 집약, 경쟁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인해 초래된 경제·사회·환경 위기 극복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내 손으로 만드는 미래 농촌공간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미래 농촌공간 전경 [사진=농식품부]

■ 국토균형발전과 농촌 재생을 위한 농촌공간계획 제도 도입 = 농촌 공간의 재구조화와 기능 재생을 지원하기 위한 농촌공간계획제도 도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농경연의 설명이다.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하여 농촌공간의 중장기 발전구상과 일련의 농촌 정책의 근거를 제시하고, 도시·군 계획에서 미흡한 농촌부문을 농촌공간계획으로 보강하여 국토공간계획체계의 일원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 농촌다움을 고려한 개발, 쾌적한 정주환경 조성, 자연·경관의 보전을 위해, 「국토계획법」상 용도지역을 개편하고 농촌특화지구를 도입하여, 농촌 특성을 살린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 또한 ‘주민협정제도’를 도입하여 농촌공간계획 수립과 사업 추진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농촌공간계획 수립, 농촌특화지구 지정, 농촌협약의 근거를 규정하기 위한 근거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게 농경연의 권고사항이다.

■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 제공을 지원하는 선택직불제 확대 = 2021년 12월 농업인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00명 중 82.8%가 공익직불제 도입에 만족, 77.5%가 소농직불제 도입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선택직불제는 현재 친환경농업(축산물)직불제와 경관보전직불제로 농업·농촌의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담아내기에는 세부 정책이 부족하다는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선택직불제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어떤식으로 확대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것.

■ 농식품분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세부 이행계획 마련 =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에 2018년 대비 37.7% 감축 의무 이행이 요구되며, 2030년 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27.1% 감축으로 설정되어 단기간에 더 많은 감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으로 저탄소 농업구조로 전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정책 방향이 제시되었는데,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반 정밀농업 기술을 60%까지, 친환경농업 면적을 30%까지 확대키로 했다.

■ 취약계층의 먹거리 보장 확대를 위한 농식품 지원 강화 = 기존 농식품 지원제도는 악화되고 있는 취약계층의 식생활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취약계층은 소득 수준이 낮아 식품소비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식생활 관련 질병 유병률이 높아 건강격차(health disparity) 확대된다는 것.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물지원 중심 농식품 지원제도 확대’ 및 본 사업화 추진이 시급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먹거리 지원 3대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지원 시범사업, 초등학교 돌봄 과일간식 지원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온라인몰 활성화, 꾸러미 형태 배송 등 맞춤형 정책 설계도 필요하다.

지난 12월 15일 열린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준공식 현장 [사진=농식품부]

■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산업 시스템 개선 = 농업의 디지털 전환은 혁신성장·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정부는 작년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스마트농업 데이터’와 ‘스마트농업 육성 지구’ 등을 규정하였으며, 5년마다 ‘스마트농업 육성계획’을 수립하여야 함을 명문화했다. 농업의 스마트화, 디지털화 등 효율적이며 체계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마스터 플랜 수립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담기관인 ‘스마트농업진흥원(가칭)’ 설립·운영이 필요하다.

■ 디지털 시대의 농산물 유통 혁신 =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이 확대되어 오프라인 유통 중심에서 온라인 B2C, B2B 유통채널로 다양화됨에 따라 온라인 농산물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 거래 확대를 위해 산지유통시설 보완이 시급하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광역 농산물 전문판매조직 육성 및 농산물의 표준화·등급화도 필요하다는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기존의 통합마케팅조직이 있으나, 농산물 연중 공급 미흡 및 온라인 환경 대처 부족으로 기존의 판매조직(지역농협, 농업법인 등)을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광역 단위 전문판매조직으로 육성해야 한다. 민간 온라인 B2C 업체의 입점 수수료가 너무 높아 NH몰, aT 포스몰 등의 공영 온라인 B2C를 재편하여 ‘공영홈쇼핑’, ‘공공 배달앱’처럼 수수료 설정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할이 필요하다. ‘한국농식품온라인거래소’ 설립으로 농산물 B2B의 온라인 거래를 확대하여 농산물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품목 소량 수요처인 중소형 슈퍼마켓, 외식업체 등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농촌 지역사회 주도형 사회서비스 확산 = 인구 고령화‧감소 추세 속에서, 돌봄‧보건‧교육 등의 사회서비스 혁신 요구가 증대 추세. 농촌에서 노인돌봄의 공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돌봄 서비스(장보기, 이동 지원, 말벗 등)의 미충족, 아동 보육 및 학교 교육 여건 약화, 장애인‧다문화가족의 사회적 배제 등 사회문제가 다양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농촌의 인구사회학적 변동에 대응하는 포용사회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농촌 지역사회의 자생적인 사회서비스 창출 및 확산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다. 농업인이 노인‧장애인‧아동‧청소년 등에게 돌봄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농업 실천, 또는 생활돌봄 및 교육 측면의 실제 필요에 대응하려는 (사회적) 협동조합 등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혁신적 사회서비스가 시도중이다. 읍‧면 수준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주민들이 주도해 지역사회 조직(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설립하도록 유인하고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발의안을 비롯하여, 농촌 지역사회 주도형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정책을 뒷받침할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농경연의 구체적인 권고사항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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