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컬럼
[신년사] 문제의 해법, 결국은 사람입니다.사람 많아 골치인 수도권, 없어서 문제인 지방... 농업인구 늘릴 발상의 전환 필요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 독자 여러분께 따뜻한 사랑과 힘찬 희망의 기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코로나 19라는 고약한 병균이 우리 삶 가운데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 지도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우리 농업·농촌에도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지난 한 해였습니다. 학교와 직장이 폐쇄와 개방을 반복하면서 급식 시장이 위축되었고 판로가 끊어진 농가들이 가장 먼저 힘이 빠졌습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며 사료 값이며 농약 값이며 안 오른 게 없습니다. 요소가 품귀현상을 보이며 비료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많은 농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했습니다. 소비 감소로 매출은 줄고 영농비용은 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촌의 빠듯한 살림은 더 어려워집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농업인들을 힘들게 했던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일손 부족입니다. 하늘 길이 막히자 외국인 노동자 입국도 어려워졌습니다. 영농현장 곳곳에서 사람 좀 구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각계의 자원봉사로 어떻게 때웠지만,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인의 부모님은 토마토 시설농업을 하고 계십니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와 같이 일을 합니다. 매월 120만원씩 주던 급여가 코로나가 딱 터지니 150만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코로나 2년차인 작년에는 200만원을 주고 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무려 70%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만큼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도 만성적인 농촌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농촌 현장에 더 쉽게 투입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손질했습니다. 법무부와 농식품부는 농․어업 분야 인력문제 해결을 위하여 지자체 등의 의견을 반영한 계절근로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의 근로기회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앞으로 일하러 올 외국인들에게도 농촌에서 일할 기회를 좀 더 많이 제공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눈에 띄는 제도도 신설됩니다. 계절근로(E-8) 자격으로 5년간 성실히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농·어업 숙련인력(E-7-5) 체류자격 신설과 함께 소득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농·어업 이민비자 도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에 농업이민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이 ’농촌일손돕기‘ 활동에 참여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궁극적으로 사람 덜 쓰는 농업을 촉진하는 정책도 나왔습니다. 정부는 지난 12월 23일 ▲농업 빅데이터·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스마트농업 거점 육성, ▲기술·인력 및 장비 지원 강화, ▲한국형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스마트농업 확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온실과 축산을 포함해 노지에도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고 이를 수행할 전문 청년인력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ICT 시설 외에도 데이터·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도 함께 구축해 진정한 스마트 농업을 구현한다는 청사진도 제시됐습니다. 한마디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것인데, 결국 투입되는 노동력은 줄이고 생산량은 늘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단기적으로 일손 부족이 해결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품질 농산물을 좀 더 편하게 더 많이 생산하게 되어 농업인들의 삶이 보다 윤택하게 될 것입니다. 농촌도 살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어 더 많은 외지인들을 불러들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실행이 걱정됩니다. 장밋빛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제들이 있습니다.

관건은 지속적이고 충분한 예산 투입과 효율적인 집행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농촌의 문제가 대한민국의 문제라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전시성 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시장이 개방된 이후 농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있었음에도 연간 농업소득이 아직도 15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많은 것을 대변합니다. 농업의 이해관계자가 많아야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문제입니다. 우선 농업인의 수가 중요합니다. '양질전환의 법칙'이 여기도 적용됩니다. 비약적 변화를 위해서는 일정양의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농업은 거꾸로 가고 있으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2000년에 농업인의 수는 400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230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구조입니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농업인의 비중이 42.3%입니다. 거의 절반이 노인입니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에 빠른 대응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농업인구의 노령화입니다. 그렇다고 체념하고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시각을 돌려보면 어떨까요?

농업인구를 꼭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으로 봐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제조업인구를 얘기할 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한정하지는 않습니다. 설계, 연구개발, 디자인, 기획, 관리, 회계, 포장, 운반, 홍보, 마케팅, 영업 등을 하는 사람도 제조업 종사자라고 부릅니다. 농업에도 다양한 가치 사슬이 있습니다. 농업인구를 늘리는 힌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농사는 전문가인 농업인들이 맡고 은퇴농의 경작지와 농장을 인수하여 영농규모를 키우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에 가족농과 청년농들이 조화를 이루어 각자의 형편에 맞는 영농활동을 하면 됩니다. 반면, 귀농귀촌의 초점을 농업 외 직무에 맞춰 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농업의 이해당사자를 늘리자는 것입니다. 

12월 15일에 열린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준공식 현장 [사진=농식품부]

온라인으로 농산물을 직접 파는 일도 좋습니다. 농업법인에서 관리업무를 해도 됩니다. 데이터와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에는 농부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습니다. 지역명소와 특산물에 스토리와 프로그램을 만들고 디자인하고 포장을 입혀 상품화를 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외국어와 무역 업무에 익숙한 사람이 해외 시장을 개척해주면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최근 정부의 농촌 살리기 정책을 보면, 농산물을 현지에서 가공하는 공장을 더 많이 지을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일할 숙련된 기술자와 노동자도 필요합니다. 이 모든 활동이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습니다. 이들 역시 당당한 농업인구입니다. 

이런 일을 할 인재들은 도시에 넘쳐납니다. 많이 배우고 톡톡 튀는 감성을 가진 청년들이지만 일자리를 얻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이제 갓 50세를 넘어선 신(新) 중년들은 다양한 사회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 슬슬 퇴직 걱정을 합니다. 이들에 주목하고 있는 농정 당국과 지자체들은 먼저 지방과 농촌의 정주 여건을 크게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살고 있는 사람이 만족해야 합니다. 그래야 능력 있고 경험 많은 도시 인재들도 근거지를 옮길 고민을 하게 됩니다. 

빠르게 늙어가는 지방과 농촌을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똘똘한 이민과 꿋꿋하게 땅을 지켜온 정착민이 손을 잡고 세운 나라가 미국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융합되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힘이 세계 최강 미국을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의 난제들도 외지인을 끌어들여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을 때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습니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사람은 일자리가 있고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 움직입니다.

사람이 넘쳐나서 문제가 생기는 서울과 수도권, 사람이 너무 없어 문제가 생기는 지방과 농촌입니다. 도시민을 농촌으로 이주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요? 아예 내국인을 위한 이민청이라도 세워야하지 않을까요? 통념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22년 새 정부가 들어서는 첫 해입니다. 호랑이의 기세로 도약하는 우리 농업을 기대해 봅니다. 문제의 해법은 돌고 돌아 결국 '사람'입니다. 

[한국영농신문사 이병로 대표]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병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