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기획
부동산 투기 막고, 농지 지키는 방법 없나?‘경자유전’ 원칙 지키고, 농업도 살리는 '농지농용(農地農用)‘ 고수해야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부동산 투기, 그 중에서도 농사지어야 할 땅(농지)에 대한 특별법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ㆍ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해을) 의원이 공동으로 지난 12월 14일 국회에서 개최한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전수실태조사 특별법(가칭)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정계와 관계, 민간 분야를 불문하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부동산 투기 의혹 중에서 상당부분이 농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토론 주최측의 설명이다.

어느덧 부동산 투기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는 ‘묻지마 투기’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농사를 짓는 이가 농토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고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95년과 2015년의 농업인 소유 농지면적은 133만 헥타르(㏊)에서 94만 헥타르로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 20여년 동안 약 39만 헥타르의 농지가 비농업인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농지전수실태조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농지전수실태조사 특별법'(가칭)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토론회까지 열렸다.

경자유전의 원칙이란 게 뭔가? 말 그대로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헌법 제121조에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한 바 있다. 또한 농지법이란 것도 있어서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해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및 국토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농지의 이용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농지에 택지를 개발하거나 산업단지를 세워 개발에 따른 토지 보상이나 시세 차익을 도모하는 일이 너무도 흔하기 때문.

대규모기업농과 전업농 육성을 통한 농업경쟁력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전 허가 개념이던 농지매매 증명제도가 사라지고, 그 대신에 농지취득자격 증명제도라는 게 도입되면서 농지는 급격히 비농업인들의 소유가 되기 시작했고, 20년 만에 전체 농지의 약 25~28%가 경자(耕者, 농사짓는 사람)이 아닌 이들의 땅이 되고 말았다. 특히 지난 2009년 비농업인이 어려움 없이 농지 소유와 투자를 할 수 있는 ‘농어업경영체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농지는 급격히 투기자본의 손아귀에 장악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ㆍ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해을) 의원은 공동으로 지난 12월 14일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전수실태조사 특별법(가칭) 제정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부동산 투기, 그 중에서도 농사지어야 할 땅(농지)에 대한 특별법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김정호 의원실]

◇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졌다...그렇다면 대책은 뭔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지는 농업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농지농용(農地農用)’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12월 7일 개최한 ‘농지 이용과 보전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이와 같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토론회에서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확대로 농지임대차가 계속 늘고 있다. 보전해야 할 농지면적이 부족한데도 전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농지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은 유지하되, 농지의 농업적 이용을 위한 농지보전을 목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농사짓고 싶은 사람들은 농지가격이 상승해 농지를 매입하기가 어렵다. 한편 비농업인은 농지를 소유함으로써 땅값 차익을 누리는 악순환만 증폭되고 있다. 신규로 농업에 진입하려는 이들이 농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임대차밖에 없다. 그렇다면 농지를 보전하면서 농지 임대차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가 농지제도 개선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주제발표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됐다. 조병옥 농특위 농지제도개선 소분과장은 “농가 고령화율과 영농후계자 확보율을 고려할 때 향후 농지 대부분이 비농민 소유로 전환될 전망이다. 농업 현장에 보편화한 임대차가 임차농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대차 신고를 의무화하려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농지법은 임대차 계약기간을 최소 3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1년 구두계약 후 묵시적 갱신 등 당사자 합의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농업시설물이나 농기계 같은 고정자산 투자에 따른 안정적 영농 보장을 위한 계약기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루 빨리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누가 진짜 농민인지부터 가려내야만 한다. 그래야 진짜 농민이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 농지의 농업적 이용을 위한 ‘농지농용’ 개념 적극 수용할 만

종합토론에 나선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농지이용실태조사를 통해 조사 농지의 1% 정도만 농지처분명령이 떨어지는데 이 1% 중 80%는 적발된 농지 소유주가 자경의사를 밝혀 처분명령 유예 조치가 내려진다”고 지적하며, “농지이용실태조사가 전체 농지를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처분명령 유예까지 해주는 것은 처분명령제도의 실효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지이용실태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전수조사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불법농지에 대한 처분 문제다. 불법농지를 처분할 경우 농지가격 폭락으로 농업인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승종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지보전직불금’ 도입을 제안했다. 농지 소유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손실보전을 해줘야 농지 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또 비농업인의 농지취득 제한을 위해 농지 취득시 ‘통작거리규제’를 재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지에 대한 일제조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허위영농계획서, 불법임대차 등 자경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농지소유에 대한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권혁주 전농충남도연맹 조직교육위원장도 ‘농지전수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모 국회의원의 아버지가 평당 25만원씩 8억원 정도로 구입한 세종시 땅 3300평이 지금은 60만원으로 뛰어 12억원이 넘는다. 3300평 벼농사를 지어 1년 매출이 직불금 합쳐서 연 1500만원 정도다. 결국 농사지어서 그 땅을 사기 위해서는 80년이나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농지전수조사는 불법을 캐내서 사회적으로 뭇매를 맞게 하려는 게 아니다. 농지를 농지답게 이용하게끔 하는 핵심적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LH 사태’ 이후 많은 게 변하고 있다. 농지취득자격 심사 강화를 골자로 한 농지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광풍에 이미 휩쓸린 상태에 있는 농촌에서는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농촌 태양광 설치 등으로 농지 전용의 위험은 더욱 커져만 간다. 하루 빨리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누가 진짜 농민인지부터 가려내야만 한다. 그래야 진짜 농민이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광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