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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표시제’ 현실 맞게 보완책 필요'농산물품질관리법' 지나치게 엄격... 지역경제 활성화-수출확대 감안 손질해야
김치 이미지 [사진=농촌진흥청]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유 퀴즈? 우선 퀴즈부터 풀어보자. 어떤 지자체에서 김치를 만드는데 주원료 3개, 즉 배추, 무, 마늘, 양파 등을 국내산으로 하고 고춧가루만 타 지역 걸로 버무렸을 때 이는 지리적 표시제에 해당될까? 정답은? 안타깝게도 이렇게 만든 김치는 국가 인증 ‘지리적 표시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부재료가 타지 생산물이기 때문이다.

퀴즈 하나 더. 이번엔 굴비 관련 퀴즈다. 전남 영광이 아닌 곳, 바로 인근 고장에서 잡힌 굴비를 영광에서 해풍에 건조시키면 이건 영광굴비일까 아닐까? 정답은? 국내 유통 현실(?)에선 영광굴비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리적표시제’라는 국가제도에 대입해 답을 내면 이 굴비는 엄연히 영광굴비가 아니다. 지리적 표시제 적용 상품이란 말을 덧붙이면 제재 대상이 된다. 이게 현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지리적 표시제가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니,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제도 개선을 향한 목소리는 무척 컸다. 우리나라 「농산물품질관리법」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그걸 고치지 못하고 있었을 뿐.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산 배추, 무, 양파, 마늘을 주원료로 하고, 고춧가루 등 부원료를 타 지역 걸 쓴 김치에도 지리적표시제 를 적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당지역 생산물 100% 제조 김치에만 지리적표시제를 부여하면 수출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 국산 원료만 고집하는 지리적 표시제가 모처럼 불어온 훈풍 ‘K-푸드 세계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걱정도 크다. 더구나 국산 김치가 국가인증제로 보호되지 않을 땐 저가 중국산 김치에 국내시장이 잠식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가 마시는 스카치위스키는 100%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들어질까? 과연 그럴까? 그런데 그건 아니다. 다른 지역 원료를 가져다가 스코틀랜드에서 증류·숙성하면 ‘스카치위스키’로 표시할 수 있다. 스카치위스키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탄력적으로 지리적 표시제나 국가인증제를 운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1999년 국내 지리적표시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 등록된 가공식품은 녹차, 인삼, 떡, 한과 등 14건(수산물 포함 20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1999년 당시에는 WTO, FTA에 따른 국산 농수산물 보호정책이 당연시되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 세월은 흘렀고 상황은 달라졌다. K(케이) 푸드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게 2021년 현재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간과하고 20년 전의 제도를 무작정 옹호할 수만은 없는 일.

최근 식품산업협회 주최로 개최된 ‘가공식품 지리적표시제의 발전방향’ 세미나에서도 원산지 규정을 너무 엄격히 적용할 경우 우리 식품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공식품의 지리적표시제 보호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수출 등을 고려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것.

실제로 최근엔 지리적 표시의 등록 거절 대표사례인 ‘영광 굴비’에 대해서 “국내에서 생산된 회유성 어류를 주원료로 해 대상 지역에서 가공한 경우에는 포함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바람직한 일이다. 아무쪼록 지리적 표시제가 국내 농업, 수산업 발전에 실질적인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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