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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농촌 유학, 다음 순서는 농촌 이민해외이민 수준의 파격적 인구 분산 정책 필요... 일자리 등 정주여건 확보가 핵심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유학생은 유길준(兪吉濬)이다. 조선은 청나라의 권유로 1882년(고종19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게 되는데 이듬해인 1883년 미국은 초대 전권공사로 후트(H. Foote)를 조선에 파견했다. 같은 해 조선도 민영익을 전권대신으로 임명하고 홍영식·서광범 등을 미국에 파견한다. 이를 보빙사(報聘使)라고 부르는데 일종의 외교사절단이다. 청년 유길준은 보빙사 일행과 미국에 갔고 현지에 남아 유학할 기회를 얻었다. 1884년 가을학기에는 메사추세츠주 셀럼시에 있는 ‘거버너 담마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하지만 같은 해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본국에서 오던 유학비가 끊겼고 결국 유길준은 유학을 포기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최초의 미국 학위 취득자는 변수(邊樹)다. 변수 역시 보빙사 일행으로 미국에 갔던 경험이 있었다. 귀국 후 김옥균 등과 함께 갑신정변에 가담했고 거사가 실패하자 일본으로 도피했다가 1886년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 후 변수는 1887년 메릴랜드주립대학교에 입학해 농학을 전공했고 4년 뒤인 1891년 6월 이학사(Bachelor of Science) 자격을 취득했다. 한국인이 처음으로 받은 미국 대학교 졸업장이었다. 콜롬비아 의과대학을 졸업한 서재필보다 2년 앞선 것이다. 변수는 대학 재학시절이던 1890년부터 미국 농무성에 취직해 공무원으로 근무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유학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식민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유학생들은 선진 문물을 배우고 미국의 국력을 체험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정주하기도 했다. 이들은 독립운동을 펼치거나 사업을 하는 등 유학을 통해 얻은 유용한 지식을 십분 활용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정부는 국가 재건을 위해 똑똑한 청년들을 해외로 보내 공부시키고 그들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했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 각지로 청운의 꿈을 품고 유학길에 오르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 유길준 [사진=나무위키]

한편, 유학은 이민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지난달 20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는 홍콩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캐나다의 공식 통계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홍콩인 4915명이 유학 허가증을 취득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975명에 비해 대폭 증가한 수치라고 보도했다. 또한 현지 유학·이민 업체 관계자의 말을 빌려, 유학 행렬에는 학업을 통해 현지에 정착하려는 5-60대 중년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캐나다 유학 지원자가 늘고 있는 것은 캐나다 정부의 이민 정책의 변화 때문이다. 올해 2월 캐나다는 홍콩인을 위한 새로운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최근 3년간 공인된 캐나다 교육 기관에서 중등교육을 마친 사람 ▲최근 3년간 캐나다에서 최소 1년 동안 일한 사람에게 영주권을 부여한다는 것. 이 정책은 2026년 8월까지 유효하므로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서둘러 유학을 수속을 밟고 있다. 유학을 발판 삼아 현지에 정주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홍콩의 본토화‘를 두려워하는 홍콩인들이 많아진 것도 큰 요인이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고향을 떠나 해외로 삶의 근거지를 옮기려 하고 있다. 이미 영국, 호주 정부는 각종 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홍콩인들의 이민을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의 이번 조치는 유학을 이민의 도구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무나 받지는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업을 통해 현지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이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도다. 

캐나다 유학 지원자가 늘고 있는 것은 캐나다 정부의 이민 정책의 변화 때문이다. 올해 2월 캐나다는 홍콩인을 위한 새로운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최근 3년간 공인된 캐나다 교육 기관에서 중등교육을 마친 사람 ▲최근 3년간 캐나다에서 최소 1년 동안 일한 사람에게 영주권을 부여여한다는 것. [사진=픽사베이]

유학은 국경을 넘어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농촌에 살던 시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중학생 때부터 주변 도시나 서울의 명문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했다. 집과 고향을 떠나 타지에 가서 공부하니 이걸 유학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일부 중고등학교는 전국 단위로 우수학생을 모집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를 시키고 있다. 국내 유학도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앞선 유학이 정치적 망명, 입신양명, 생계유지 등에 목적이 있었다면, 자연과 어울려 지내며 인간성 회복을 초점에 맞춘 유학도 있다. 바로 농촌유학이다. 

농촌유학은 도시에 사는 어린이·청소년이 6개월 이상 농촌에서 머무르며 농촌학교를 다니면서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농어촌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도농교류 확대와 농촌 지역 교육공동체 형성 등 농촌 활력 제고를 위해 2010년부터 '농촌유학 지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21년 현재 전국 29개 농촌유학센터에서 320여명의 초ㆍ중학생이 농촌유학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손을 잡고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현재 165명의 서울 학생이 전남지역에서 농촌유학에 참가하고 있다.

농촌유학을 활용해 농촌에 정주인구를 늘리는 방법도 생각해 볼 문제다. 지난달 15일 한국농어촌공사 나주 본사에서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공사 역할 확대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인식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농촌유학센터장 등 60여명이 참석해 농촌유학 활성화 필요성, 활성화 저해요인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농촌유학센터 관계자들은 “농촌유학이 농촌지역 활력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농촌유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농촌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공사가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농촌유학을 계기로 도시민의 농촌 이주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농촌유학은 도시에 사는 어린이·청소년이 6개월 이상 농촌에서 머무르며 농촌학교를 다니면서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농산어촌유학전국협의회 홈페이지 캡쳐]

이는 단순한 귀농귀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귀(歸)‘는 돌아온다는 말인데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한 현재 학부모 세대인 2차 베이비부머들에겐 돌아갈 고향, 농촌이 없다. 게다가 삶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은 비상한 각오와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에 그치고 만다. 이같은 경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더불어 수도권을 포함한 각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수도권은 인구포화로 부동산, 교육, 교통 등 전 분야에 걸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인구 분산을 통해 밀도를 낮추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은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날 것이다. 반면, 지방은 인구소멸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사람이 없어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이 같은 불균형을 막을 핵심 대책은 인구 분산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지역 특히 농촌에는 먹고 살 ’꺼리‘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살던 사람이 농촌으로 이사하는 것은 이민만큼 큰 결단이 필요하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다. 이걸 해결해줘야 사람이 몰린다. 살 만한 곳에는 오지 말라고 해도 사람이 모인다. 마침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지도자들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각종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공공기관도 옮기고 기업의 지방 투자도 늘린다고 한다. 이참에 귀농귀촌도 아예 이름을 ’농촌이민‘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도 고려해봐야 한다. 미국 등 이민국가의 초창기 이민정책도 참고해볼 만하다. 캐나다가 정부가 시행 중인 유학과 이민을 연계한 프로그램도 눈길이 간다. 농촌유학이 농촌이민으로 이어지도록 제시할 수 있는 ’당근’은 과연 뭔지, 정책 당국과 대선 주자들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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