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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깬 BTS, 그리고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플랭클린다양성이 이끄는 미국 대중음악 시장... 근본적 혁신, 정권교체 아닌 주류교체로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BTS(비티에스, 방탄소년단)가 또 일을 냈다. BTS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가수상’(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Artist of the Year)를 받았다. ‘페이버릿 팝 듀오 또는 그룹(Favorite Pop Duo or Group)’과 ‘페이버릿 팝송(Favorite Pop Song)’ 부문에 이어 대상까지 받으며 BTS는 세 번이나 시상대에 올랐다. 

주로 상업적 성과에 초점을 두고 시상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우리 모두 아는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등이 받은 그 상이다. AMA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받은 아시아인은 BTS가 최초다. 성과와 실력으로 미국 주류 음악계의 인정을 기어코 받아낸 것으로 우리 대중문화사에 길이 남을 쾌거다.

BTS의 시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올해 발표한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등 3곡이 ‘빌보드’ 차트 핫100 차트에서 돌아가며 1위를 차지했다. 이 3곡을 합쳐보면 올 한해 12주 동안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엄청난 기록이다. 더 대단한 것은 지난해 8월 처음 1위를 차지한 '다이나마이트(Dynamite)'를 포함해  ‘사비지 러브(Savage Love)’,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까지 모두 6곡을 핫 100 1위에 올려놨다는 점이다. 

<빌보드>는 지난 10월 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다이나마이트’부터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까지 6곡을 차트 1위에 올렸다."며 "1년 1개월 만에 6곡을 1위에 올린 것은 1964~66년 비틀즈(1년 2주) 이후 최단기록"이라고 밝혔다. 이제 BTS는 비틀즈에 견줄 세계적인 가수가 됐다.

BTS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가수상’(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Artist of the Year)를 받았다. [사진=BTS 페이스북 캡쳐]

뛰어난 전략과 가수들의 피 땀어린 노력으로 거둔 BTS의 성공 스토리는 익히 알려져 있으니 일단 넘어가자. 반면, 사람들은 왜 미국음악 순위 차트에 우리 가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열광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미국음악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다. 올해 상반기에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음악시장 규모는 216억달러 규모다. 그런데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미국 음반 시장 규모가 71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27% 증가한 수치로 연간 14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작년 세계 음악시장 기준으로 올해 미국 시장 추정치를 단순 비교해 보면 미국 시장 점유율은 무려 65% 수준이다. 

이처럼 미국 음악 시장은 상업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거니와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와 도전이 나오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그 바탕에는 포용성이 있다. 다른 문화에 대한 배려로 보이지만 사실 상업적 성공을 중심에 놓고 보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대중이 좋아하고 돈이 된다면 백인이든, 흑인이든 상관없이 받아들이고 프로모션(띄우기 작업)을 했다. 이제는 그 차례가 아시아인에게까지 온 것이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처럼 돈을 벌 수 있다면 피부색이 희던 검던 상관이 없다. 현재 BTS 성공의 배경에는 이 같은 미국 음악산업의 개방적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아레사 플랭클린(Aretha Franklin)의 1967년 당시 사진 [사진=위키피디아]

음악 순위차트인 '빌보드'는 잡지로도 유명하다. 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음악 매체 중의 하나가 <롤링스톤즈>다. 이 잡지는 매년 역대 500대 명곡을 발표하는데 2021년 판 1위에는 아레사 플랭클린(Aretha Franklin)이 1967년 발표한  ‘리스펙트(Respect, 존중)’가 올랐다. 흑인 여성의 노래가 미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 명곡으로 뽑힌 것이다. 가사는 집안일과 아내에게 무관심한 남편에게 당당하게 ‘존중‘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시위에서 열창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흑인을 차별하는 백인들에게 ’인간에 대한 존중‘을 외쳤다. 이후 여성, 성소수자 등 차별받는 이들의 애창곡이 됐다. 

아레사 프랭클린는 '솔(Soul)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려 18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빌보드 R&B(알앤비) 부문에 1위에 총 20곡을 올려놓았다. 또한 1987년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여성 흑인 아티스트로서 처음으로 입성했다. 그녀의 가창력은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다. 역대 최고로 꼽히는 미국의 여가수 휘트니 휴스턴도 그녀의 뒤에 무대에 오르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셀린 디옹, 머라이어 캐리 같은 여가수들도 가장 존경하는 가수로 아레사 플랭클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녀의 음악적 재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1998년 그래미 시상식에 출연하기로 한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갑자기 성대에 이상이 생겨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사회를 보던 가수 스팅(Sting)은 “파바로티 대신 그의 오랜 친구인 아레사 프랭클린이 무대에 오른다”고 소개했다. 당연히 그녀에게는 편곡을 하거나 악보를 수정할 시간도 없었다. 파바로티가 부르려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공주는 잠 못 들고)'를 준비된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불렀다. 20여 분 준비 끝에 파바로티의 음역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특유의 창법으로 완벽하게 노래한 것. 노래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대중가수가 오페라를 이처럼 멋지게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일대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유럽-백인-남성의 전유물 같았던 오페라 아리아를 아프리카-흑인-여성이 자기 식으로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불세출의 소울 뮤지션과 동시에 금기를 깬 도전을 받아주는 미국 음악계가 함께 빛났던 명장면이다.  

샐러드 보울(샐러드 그룻)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고유성을 유지하되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낸다는 주장이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을 흔히 ‘인종의 멜팅 팟(용광로)’라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러 민족이 융합되고 녹아들어 미국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이것이 국력의 기반이 되었다는 이론이다. 최근에는 샐러드 보울(샐러드 그룻) 이론이 더 각광받고 있다.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고유성을 유지하되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낸다는 주장이다. 각 재료들의 신선한 맛은 그대로 유지한 채 버무려져 더 뛰어난 맛을 내는 샐러드를 빗댄 말이다. 미국의 힘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국적·다인종들이 조화를 이룰 때 생겨난다. 미국의 대중음악이 좋은 사례다. 

미국의 주류였던 백인들은 광활한 남부에서 일할 아프리카계 흑인을 노예로 잡아 강제로 일을 시켰다. 이들은 고된 노동과 망향의 슬픔을 특유의 음색과 리듬을 가진 노래를 부르며 달랬다. 고통을 잊기 위한 일종의 노동요였던 셈이다. 19세기로 들어오면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흑인 노예들은 찬송가를 그들의 스타일로 불렀는데 이것이 흑인영가(Negro Spiritual, 네그로 스피릿츄얼)다. 현재 미국 대중음악의 한 축인 흑인음악의 원조가 된다. 이후 흑인음악은 블루스(Blues), 리듬앤블루스(Rhythm and blues, 알앤비), 로큰롤(Rock’n roll), 솔(Soul)을 거쳐 드디어 힙합(Hip hop)까지 탄생시킨다. 백인이 살던 미국 땅에 끌려온 흑인들의 노래가 이제 미국을 넘어, 세계 음악의 주류가 됐다. 이제 아시아계 BTS가 주류 교체의 도전장을 던졌다.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지 또 다른 주류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국가와 조직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정체된 주류의 부패와 이기심에서 출발한다.  반면, 성장과 번영은 여러 세력이 합쳐지고 조화를 이룰 때 나온다. 사진은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 현장 [사진=픽사베이]

국가와 조직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정체된 주류의 부패와 이기심에서 출발한다.  반면, 성장과 번영은 여러 세력이 합쳐지고 조화를 이룰 때 나온다. 농업계가 수십 년 째 외치고 있는 고질적 문제도 결국 대한민국 주류의 무관심과 무성의에서 기인한다. 1987년 이후 민주적 절차에 따라 몇 번의 정권교체에도 농업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다. 주류를 바꿔야 문제 해결이 가능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농업·농촌에도 더 다양한 세력이 유입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져야 힘이 생긴다. 흑인 여가수 아레사 플랭클린의 노래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곡으로 뽑고 아시아계 남성 가수 BTS에게 왕관을 수여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들은 오늘도 세계 음악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회사 다니던 뭣 모르는 50대 중년을, 알록달록 머리 염색을 하고 천방지축으로 보이는 20대 청년을 우리 농업·농촌 공동체가 기꺼이 받아 들여 줄까? 

나무는 접붙이고 가축은 이종교배를 해야 더 튼실하고 많은 자손을 볼 수 있음은 농민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순혈주의는 죽음이다. 잡종이 우세하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이방인들을 농촌에 정착시키는 일이야 말로 우리 농업을 근본적으로 살리는 비책이 아닐까. 정치에도, 농업에도 정권교체가 아닌 주류교체의 새바람이 불 때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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